'한국 사진사(史)의 산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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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사(史)의 산 증인'
  • 이병기
  • 승인 2010.06.3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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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석배 사진작가


김석배 사진작가

취재: 이병기 기자

"결혼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인가. 아내 친척동생들이 집에 놀러온 적이 있어. 그때 아내가 그이들에게 '내가 시집와서 보니까 본처가 장농 안에 있더라'고 말하는 거야. 내가 사진찍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장농 안에 넣어둔 카메라를 본처라고 놀렸던 게지."

1939년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카메라를 접한 이후 71년동안 '사진 애호가'로 지내는 김석배(86, 인천시 남구 도화동)씨는 '한국 사진사(史)의 산 증인'이다.

1966년부터 국내외 각종 사진전에서 입상한 경력이면 '사진 작가'로 불려도 될 법하건만, '사진 작가'보다 '애호가'라는 표현이 더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사진 애호가'로 불러달라는 그다.


1956년 촬영한 한국 최초의 패션쇼 사진

1947년 한국 최초의 칼라사진으로 시작해 1948년 한국최초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사진, 1956년 한국최초 패션쇼 사진, 1957년 한국최초 미스코리아 카 퍼레이드 사진 등 그의 사진 앞에는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김석배씨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당시는 대부분 먹고살기 어려웠던 때였지만, 서울에 '부자 삼촌'을 둔 덕택으로 150원짜리 카메라를 입학 선물로 받게 됐다. 그때 한 달 월급은 30원 정도. 김씨는 카메라와의 첫 만남 이후 '아사히 카메라'라는 잡지를 통해 독학으로 촬영 기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김씨의 학창시절 일본인 교관이었던 다가이준의가 당시로서는 드물게 사진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던 전문가였기에, 그 집을 드나들며 필름 현상법 등 여러 기술을 배우고 사진에 대한 애정을 키워갔다.

"해방되기 2~3년 전이었을 거야. 한창 사진을 찍을 때였지. 난 몰랐는데 군기보호법이란 것이 생겼던 거야. 일본이 국민총동원령을 발령하고 해발 50m 이상에서는 촬영을 금지한다는 법이었지. 그것도 모르고 자유공원 존스톤 별장에 도끼를 든 무사상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헌병에게 체포당했지. 다행히 다가이준의가 도와줘서 무사히 풀려난 적이 있어."

김석배씨는 6.25 당시 연합신문사 국방부 출입기자로 잠시 일한 적도 있다. 김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맥아더 장군이 우리나라 정부 수립을 축하하기 위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를 찍기 위해 달려갔지만 헌병대가 막아 실패한 게 매우 아쉬웠다"며 "전쟁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틈틈이 당시 생활상을 기록했었는데 신문사 기록실에 보관했다가 폭격으로 없어지고 말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192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세 살때 인천으로 이사온 김석배씨는 해방과 6.25를 거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갔다. 이후 1993년 유년기를 보냈던 인천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년에는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한평생 간직했던 사진들을 모아 '70년간 뷰파인더로 내다본 세상' 사진집을 펴내는 등 고령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는 일반 풍경사진은 별로 안 좋아해. 1950년대 말부터 리얼리즘 사진에 푹 빠졌지. 전혀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 찍는 거야. 순간 포착이지. 그런 게 재밌어. 아침에 출근할 때면 카메라를 겉옷 안쪽에 넣고 나가.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잠깐 꺼내 찍는 거야."

김씨가 특히 좋아하는 건 무용사진이다. 얼굴이나 특정 신체부위만 찍는 것이 아닌 발끝부터 보이는 100%의 춤사위 모두가 사진 속에 표현되는 게 좋다. 김씨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성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기에, 연속 촬영 대신 미리 무용수의 동작을 예측해 셔터를 누르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1939년 촬영한 '눈사람 만드는 아이들' 사진

4년 후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김석배씨는 7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정정하고 활기가 넘친다. 그는 건강의 비결을 '사진'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한 의사가 쓴 책을 보면 사진을 찍으면 오래 산다는 내용이 나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많이 걸어야 하니 유산소 운동이 되고, 머리 속에서 구도를 생각해야 하니 두뇌활동도 활발해진다는 거지. 또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찍은 순간에는 엔돌핀도 나온다는 거야. 치매 예방도 된다고 해. 요즘 들어 그 말이 더욱 맞는 것 같아."

김석배씨는 "요즘에는 여성들도 사진을 많이 배우는데, 어디 먼 곳에 가서 찍기보다 생활 주변의 풍경을 담는 게 좋다"며 "아이 사진을 찍어 두면 나중에 자식이 커서 사진을 보고 부모에 대한 효심도 늘어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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