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초원 사진전, '불가능한 작전, 미심쩍은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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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초원 사진전, '불가능한 작전, 미심쩍은 일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11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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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지 않는 30대 여자의 삶 그려


“우리는 누구를 책임지기 위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태어났다. 당신들이 꿈 꿀 수 있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내 작업이다.”

김민주초원 사진전이 사진공간배다리에서 오는 12일(금)부터 24일(수)까지 열린다.

30대 초반인 작가는 '취직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그래서 '경우 없는' 여자의 삶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감히)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소리를 내지르고, 까르르 웃고, 연애를 하는 삶. 보여주고 책임지기 위한 인생이 아닌 진정한 자신을 살기 위한 마음의 목소리를 어떻게 '불가능하고 미심쩍은' 사진으로 그렸는지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12월 13일(토) 오후3시, 갤러리2관 사진방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갖는다.


<작가노트>
불가능한 작전, 미심쩍은 일들
김민주초원

우리는 지극히 사실적인 사진들에서 말도 안되는 현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마구잡이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비현실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현실 같은 비현실을 부정하며 말이다.
여기 30대의 경우가 없는 여자가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나이 즈음이라면
취직은 했어? 결혼은? 아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숙제의 정해진 해답을 이행해 나가기에 바쁘다.

여기 이 30대의 여자는
그러한 숙제들을 뒤로한 채 들어둔 적금 하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여행을 하고, 감히 여자가 담배를 피우고, 소리를 내지르고, 까르르 웃고, 연애를 하고, 심지어 꿈을 꾼다.
이 작업은 대개의 삶.
그런 경우들을 배제한 채 경우가 없는 여자의 일어날 수 없는 경우의 혹은 일어날지 모르는 경우의 사진들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모든 것에 의문을 품을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가만히 살아지다 사라질 것이다.
보톡스를 맞아가며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찾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눈에 불을 켜고 정해진 해답을 이행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남자가 치마를 입는 게 죄악처럼 보이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 아무렇지 않게 되었듯이
30대의 아가씨가 40대의 아저씨가 50대의 아버지가 60대의 할머니가 꿈을 꾸고,
순수하던 시절 아이의 마음으로 소년, 소녀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꿈이라는 것이 무엇이 되겠다, 얼마의 돈을 벌고야 말겠다, 라는 것뿐만 아니라,
비단, 작은 상상부터 꿈이 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내 꿈은 민트 초코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면서
풀밭에 누워 라마를 만나는 상상을 할 거야 같은 것도 꿈이 될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나이에 맞게 사는 방법이란 없다.
나이 듦에 따른 삶의 지혜가 있을 뿐.
도대체 21세기에 이렇다면, 30세기엔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돈이 부족해도 나이가 많아도 그럴듯한 사회적지위가 없어도
꿈을 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를 책임지기 위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태어났다.
당신들이 꿈 꿀 수 있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내 작업이다
다만, 당신이 돈과 권력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면
대한민국과 세상이 내놓은 정해진 해답의 이행을 위해 태어났다면 예외다.
나는 내가 그리고 당신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사진공간배다리
동구 금곡동 14-10번지
오픈:오후1시-6시반(목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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