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인천국제현대무용제 & ‘몸의 협주곡’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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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인천국제현대무용제 & ‘몸의 협주곡’ 관람 후기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17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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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의 인천문화 관람기] 5-무용

무용가는 '어떤 동작으로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용가의 동작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그의 감정과 의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현대예술에는 ‘난해함’의 코드가 숨어있다.

제2회인천국제현대무용제(이하 국제무용제)에서 본 아말라 디아놀(프랑스)은 무대 주위를 ‘걷기만’ 했다. 보통 사람이 걷는 것처럼 걷지는 않았다. 두말 할 것 없이 그는 무용가다. ‘의상’을 입었고 '표정'으로 연기했고 박자도 달랐다. 공연 타이틀 ‘Man Rec’은 ‘오직 나’라는 뜻으로, 세네갈에서 사용되는 워로프 언어다.

아말라 디아놀의 ‘걷기만 한 무용’은 “아프리카 댄스부터 힙합, 브레이크 댄스를 지나 현대 춤에 일는 경로의 교차로에서 자신만의 움직임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런가.(긁적긁적)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심오하다. “그의 정체성, 다른 이나 그가 속한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랬나.(어리둥절) “모든 춤들의 에너지를 사용해 그가 현재 서 있는 ‘나’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오는 ‘나’ 그리고 갑자기 사라져버린 ‘나, 내가 사라졌을 때의 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작품을 풀어나간”단다. 어머나.(세상에) 그럼 다음 작품.

한국 참가팀이다. ‘팩토리 1+1+1 아티스트 네트웍 그룹’의 ‘링 위의 팩토리_피하다’. 팩토리 1+1+1은 손영민, 김기훈을 주축으로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무용단체다. 이번 국제무용제에서는 ‘권투’를 무용으로 표현했다. 단지 행위적 의미의 동작만이 아닌 ‘스토리’가 있었다. 한 선수가 한 선수에게 권투를 가르친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는 걸 보여주고, 그 다음에는 따라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시합을 한다. 무대는 시합장이 아니다. 그들은 권투선수가 아니다. 무용, 즉 ‘어떤 동작으로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장르를 어떻게 색다르게 보여줄 것인가. 이들은 단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무용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몸의 움직임만 보면 된다고? 어차피 예술은 마음을 끌고, 감정을 건드리고, 감동받기 위해, 혹은 자극받기 위해 접하는 것 아닌가. 벤자민 반 뷰런(미국)은 웃기지 말라고 말한다. “예술은 이전에는 없었던 낯선 질문을 던지는 거야. 텍스트도 무용이 될 수 있어.”

벤자민의 ‘기다리는 공간’은 인간관계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된 거리이고 어디부터가 착취돼 버리는 관계인지, 그 미묘한 선에 대해 다룬다. 어머니에 대한 인터뷰를 크게 틀어놓고 관객 중 한 명을 끌어들여 소소한 움직임을 나누며 이것도 현대무용이라고 말한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는데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서 그의 무용 언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확실한 건 이거였다. 저 예술가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구나. 무용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비트는 구나.

또 다른 국내참가팀 ‘Moves Collectors(성한철)’의 ‘동그라미 펴기’는 두 나그네가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동작으로 시작한다. 그 너머, 둘이 하나가 된 듯, 하나가 둘이 된 듯, 그들이 가는 길엔 부서진 파편과 찢어진 그물, 토해낸 바늘조각들이 있다. 밟고 밟아 넷, 다섯, 여섯, 일곱... 그리고 동그라미. 둥긂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목은 왜 동그라미 펴기인가. 이 작품에는 판소리와 사물놀이 음악이 배경으로 사용됐는데 그래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으나 아직 ‘무용’이라는 장르는 대중과 친숙하지 않다. 춤이나 댄스를 무용의 범주 안에 포함시킨다면 모를까 공연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무용은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그저 보고 즐기기에 무용은 ‘가까이 하기에 먼 예술’이다.

정말 그럴까.

여기, 또 다른 무용단이 있다. 이름이 길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클래식 발레를 기본으로 한 움직임과 이야기를 만드는 젊은 무용가들이 모여 지난 2010년 창단했다.

다크서클즈의 ‘몸의 협주곡’은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볼이 기획한 ‘2014 트라이볼 초이스’에 ‘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일곱 명의 무용가가 한 시간가량 다양한 리듬에 맞춰 ‘몸의 협주곡’을 선보인다. 영화OST나 클래식 등 광고에서 종종 사용된 곡이 많아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무용공연을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며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힌 것처럼 ‘몸의 협주곡’은 어렵지 않다. ‘강하고 약함’ 같은 기복이 있지만 큰 일탈(?) 없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따듯한 무게감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초등학생부터 60대로 보이는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가지각색이었는데 객석 반응도 좋았다.

공연이 열린 트라이볼은 일반적인 공연장과 다르게 무대와 객석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관객들은 칸칸이 마련된 의자에 앉아 무대를 올려다보지 않고 반원으로 이어진 나무 좌석에 앉아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쉼’을 주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예술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제한하고 일반인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닌 일상 속으로, 시민 속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부평아트센터나 송도트라이볼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를 일상으로, 평범한 것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시민, 즉 우리의 몫이다. 어렵다는 편견을 벗자. 모르면 모르는 대로 즐기자. 그것이 진정한 생활예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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