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종교인 기독교, 제 뜻 버려 하늘 뜻 따라야 한다”
상태바
"빛의 종교인 기독교, 제 뜻 버려 하늘 뜻 따라야 한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22 22: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 ‘다석 유영모 통해, 기독교가 가야 할 길 제언’

예수를 팔아서 돈벌이, 권력 놀음, 명성 쌓기 등에 골몰하는 목사들을 부끄럽게 여기고 이를 비판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인천의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와 최근 붉어진 중구의 불법 크리스마스트리 축제로 기독교인들의 배척과 알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생명평화포럼’은 꾸준히 종교 간의 대화를 마련해 편협한 믿음을 경계했다.

그간 불교, 이슬람교, 유교, 샤머니즘, 원불교, 천도교 등을 다루었고 지난 18일에는 토착화 신학을 연구해온 감신대 이정배 교수가 ‘기독교의 구원관인 대속과 우리 토착종교의 자속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이정배 교수는 정통과 속죄로 대변되는 대속 기독교와 다르게 수행, 비정통, 동양적 기독교의 길을 걸었던 다석 유영모에 대해 언급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한강에 고개를 처박지 않는 것처럼 오늘의 기독교는 한강처럼 온갖 오염물질로 가득하다. 교회가 물을 주려고해도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는 좋은데 교회는 싫다고 한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역사적 예수를 토착화 시켜, 신앙화 된 예수가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예수를 드러내며 기독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석(多夕)에는 저녁 석(夕)이 세 개다. 서양의 기독교는 빛의 종교이고 빛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석은 빛이 없는 세계, 어둠의 종교를 말한다. “태양을 꺼라.” 어둠으로 동양적인 기독교를 이해하려고 했다.

“우린 빛으로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빛 때문에 더 큰 세계를 보지 못한다. 태양이 사라지면 어마어마한 세계를 볼 수 있다. 진공이면 묘유(眞空妙有 아무것도 없는 곳에 다 들어있다)라고 했다. ‘태극이 불극’이라는 말처럼 있음이 곧 없음이다. 서양종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논리다.”

이 교수는 인간이 의식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것 같지만 의식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편견도 있다고 했다. 나와 관계된 의식 때문에 자기와의 관계에서만 이해하는 일이 발생하고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진여(진짜의 나)를 보기 위해서는 의식을 끄고, 빛을 꺼야 한다.
 


다석 유영모는 16세에 기독교인이 됐다. 주일이면 오전, 낮, 오후에 각각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정도로 ‘열심’이었고, 남강 이승훈을 기독교인으로 인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자기가 받은 세례는 믿음의 세례가 아니었다’며 기독교인이 된 지 38년 만에 ‘진짜 믿음에 들어갔다, 내가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믿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다석의 ‘믿음에 들어갔다’는 의미는 몸을 줄이고 마음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예수는 제 뜻을 버리고 하늘 뜻을 구한 분이며, 그런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몸을 줄이고 마음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욕망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포르노산업, 짝퉁,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석은 우리에게 ‘바탈’이 있다고 했다. ‘바탈’은 ‘받아서 할 것이 있다’는 문장의 ‘받할’을 ‘바탈’로 소리 나는 대로 쓴 말이다. 모든 인간은 하늘로부터 받은 바탈이 있으며 그걸 끊임없이 따라가며 사는 게 ‘도’다. 불교로 말하면 ‘견성’이고 기독교에서는 ‘임마누엘’이라고 한다.

“바탈 측면에서 예수는 우리와 같다. 다석은 예수를 선험적, 존재론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승기독론’이라고 해서 석가모니도 공자도 훌륭하지만 예수만 자신의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배 교수는 다석의 가르침이 ‘그 길을 가다가 우리도 그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길을 믿으라는 게 아니라 길을 가다가 우리도 그 길이 돼라는 게 스승기독론이다. 우리도 역시 제 뜻 버려서 하늘 뜻이 돼야 한다. 몸을 줄여서 마음을 늘여야 한다”고 전했다.

다석은 ‘一食’, ‘一言’, ‘一座’, ‘一仁’을 주장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하루 한 끼 먹기, 색[姓]을 끊음, 명상, 걷기로 요약할 수 있다.

다석은 끼니를 ‘남의 생명을 자기 것으로 취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속 아닌 삶이 없다며, 대속으로 살지 말고 내 몸을 바치는 자속이 더 값지다고 역설했다. 이정배 교수는 이를 단순성(simplicity)으로 전했다. 인간은 물질이 없이 살 수 없지만 최소한의 물질로 살면 그건 정신이 된다며 타인에게 준 빵은 영원히 기억되는 정신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의 구원관인 ‘대속’과 우리 토착종교의 ‘자속’은 다르지 않다. 이 길은 이미 예수가 만들어 놨다. 다석은 미종교다. 완성되지 않은 원고지다. 마침표로 보지 않았다. 스승을 믿지만 말고 그렇게 돼야 한다.”

이 교수는 ‘다석 유영모의 예수’가 동양의 모든 종교와 소통하려고 애썼음을 강조하며 크게 보면 문명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포럼을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세일 2014-12-23 17:00:21
기독교를 새롭게 봅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