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푸치니의 ‘라 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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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푸치니의 ‘라 보엠’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28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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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의 인천문화 관람기] 6-콘서트오페라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의 ‘보엠’은 보헤미안 기질이란 뜻으로 예술 또는 그와 비슷한 계열에서 세속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을 말한다. ‘라 보엠’은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을 각색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사랑이야기를 담아, 연말 무렵 단골로 공연되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1830년대 파리 뒷골목. 시인 로돌포, 화가 마르첼로, 철학자 콜리네, 음악가 쇼나르, 네 사람은 다락방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시인 로돌포는 옆방에 사는 미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데 폐결핵을 고쳐줄 돈이 없는 로돌포는 미미의 죽음으로 괴로워한다. 로돌프와 미미의 비련, 화가 마르첼로와 무제타와의 현실적인 사랑을 중심으로 보헤미안 생활의 희노애락을 잘 표현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하 학생문화회관)’에서 열린 ‘라 보엠’은 극중의 빈곤함을 무대 위에 공감적으로 재현시키려는 듯 단출한 소품과 의상을 사용했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오페라의 배경 그림도 두 개가 전부다.

학생문화회관은 ‘라 보엠’을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기획했는데 극 내내 피아노 반주가 이어졌다. 오지영 음악코치는 무대 왼쪽에 마련된 자리에서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부드러운 리듬으로 극을 이끌며 ‘라 보엠’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꾸몄다. 일곱 명의 배우가 등장할 뿐이어서, 특별히 웅장함을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작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초라해 보일 수 있는 극에 ‘사람의 동작’이 아닌 ‘악기의 선율’로 호흡을 더한 점은 좋았다.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초등생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보니 어린 관객들은 고양이 주인 눈치 보듯 소소하게 북적거렸다. 지겨움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이 재킷을 벗었다 입는 소리, 리플릿으로 부채질 하는 소리, 귓속말 하는 소리, 의자 위에서 발을 동동거리는 소리 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보다 더 아쉬웠던 점은 자막이었다. 오페라였던 만큼 무대 양옆 스크린에 배우들의 대사를 띄웠는데 맞춤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많았다. ‘어쨓든’ ‘않나네’ ‘찟어’ ‘되요’ 등등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그 수가 지나쳤다.

띄어쓰기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용언과 보조용언을 전부 떼어 놓고 조사를 붙여 쓰지 않았다.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관객은 자막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형편없는 텍스트 전달이 극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농담이나 수다가 아닌 이상 바른말 사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간이 부족했거나 성의가 없거나 둘 중 하나였을 텐데 내년에는 꼭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초중고생 무료, 일반인도 6천원으로 저렴한 관람이 가능하다. 올해 ‘학생문화회관’에서는 합창, 뮤지컬, 타악, 아카펠라, 국악, 연극 등 21건의 기획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리처드 용재오닐 데뷔 10주년 리사이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등은 특히 반응이 좋았다. 홈페이지 관람후기에도 아쉬웠던 점보다 좋았다는 인사가 훨씬 많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내세울 점은 더욱 살려 내년에도 의례적인 상연이 아닌 관객의 마음을 콕 찌르는 살아있는 공연, 멋있는 공연을 펼쳐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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