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나는 봉급쟁이일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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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나는 봉급쟁이일 뿐이었지만...”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3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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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올해의 인천 인물/단체’ - ③ 사진공간배다리 이상봉 관장

14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도 인천지역 곳곳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인물/단체가 있었고,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인천in]은 올 한해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인물 및 기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한 해를 돌이켜봤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팀과 윤성구 인천사회적기업협의회장을 배영수 기자가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웠던 점, 내년 계획 등을 들었다. 세 번째로 오픈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천지역은 물론 전국으로 인지도 및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진공간배다리(이하 사진공간) 이상봉 관장을 만났다.




# 올해 ‘사진공간’의 키워드는 ‘사진방’, ‘작가와의 만남’, ‘아시안게임’, ‘해안선 프로젝트’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밖에 어떤 이슈가 있었나.

사진전문 갤러리인 만큼 전시 이야기부터 하는 게 좋겠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천시립박물관과 연계한 합동 전시 ‘안녕, 배다리’를 열었다. 그 외 기획전으로 ‘사진비평상 수상작가 23인 특별전’, 배다리 지역 내 3개 공간에서 전시된 ‘시각장애인 통합사진전’ 등이 있었다.

올해 스물세 번의 초대전을 했는데 그 중에서 인천의 강화지역에 있는 ‘돈대’를 역사 기록적으로 담은 오정식 작가의 전시가 기억에 남는다. 인천을 알리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횟수로 3년 만에 인천의 사진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고 전국적으로도 알려졌다. 자부심도 대단하겠지만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

공간 오픈은 ‘인천의 사진은 어느 수준일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사진가들을 초빙해서 개최하는 전시가 없었고, 좀 더 수준 있는 사진 교육을 받을 곳이 없었고, 개인전을 할 수 있는 소규모의 전시장이 없었다.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인천의 전문 사진인들이 얼마나 활동적으로 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내세울 게 별로 없더라. 부산에는 고은미술관이 있고 영월에는 동강사진전이, 대구에는 사진비엔날레가 있는 것처럼 인천하면 떠오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사진으로 인천을 알리는 데 일익을 했다는 자긍심은 있다.

크게 힘든 점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어렵지만 그걸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하지 못했을 거다. 갤러리와 사진방 운영에 자비 사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그걸로 힘든 내색을 하고 싶지는 않다. 처음부터 감수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신경은 쓰이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3월에 카페 겸 커뮤니티 공간인 ‘사진방’을 오픈하고, 9월에 아시안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해안선프로젝트’를 전시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 각각의 사연을 들려 달라.

사진방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안이 없었다. 2층만 갖고는 안 된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마침 아래층이 빌 거라고 해서 공간을 꾸미게 됐다. 사진방은 사진인들이 요일별로 당번을 정해서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금을 내면 메모판에 이름을 적는데 일종의 쿠폰이다. 금액에 맞게 바를 정(正)자로 체크하는데 정가보다 조금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렇게 사둔 쿠폰은 타인에게 차를 대접하는 기회를 손쉽게 제공한다. 매주 목요일은 쉬는데 내년부터는 저렴한 가격에 대관서비스도 할 생각이다. 요일별로 냅킨공예, 도자기공예, 자유토크, 영화감상 시간이 마련돼 있다.

아시안게임 프로젝트는 80여명의 사진가가 참여했다. 여러 분이 애써주셨고 문화재단의 지원도 받았지만 현장봉사로 소비한 금액이 지원금을 초과해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해안선 프로젝트’는 지난해 전시했던 ‘폐허 속의 오브제’에 이은 인천지역 두 번째 아카이브 작업이다. 4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1년 동안 인천의 해안선 곳곳을 찾아다녔다. 송도컴팩스마트시티에서 1월 11일까지 전시하고 대형사진부터 동영상까지 다양하게 채웠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

# 새로운 전시를 열 때마다 개최하는 ‘작가와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반응은.

‘작가와의 만남’은 단순히 전시만 툭 하고 가는 게 아닌 인천의 사진인들에게 전문작가가 갖고 있는 작가세계를 알리는 게 주 목적이었다. 작가들이 엄청 좋아한다. 본인의 작업을 공감해주고 질문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닌가. 모두 만족해한다. 다만 주관하는 나는 사람들이 안 올까 봐 전전긍긍이다. 끝나고 나면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이 들고...




# 그밖에 올해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는지.

올해 새로 시작한 수업이 많다. 기존에 이영욱 교수가 하는 사진 인문학 외에 지난 6월에 ‘포트폴리오반’을 개설했고(주말), 김세미 교수의 사진기초반&중급반이 있다. 지금은 강좌가 끝났고 내년 1월에 다시 개강한다. 인문학까지 수업이 4개 열리는 셈이다. 내년에는 새롭게 포토샵 강좌를 개설하려고 한다.

강좌를 개설해도 운영이 안 되면 모든 걸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고맙게도 ‘내가 강의를 들어야 갤러리가 운영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 그런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반면 나는 듣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 못 듣는 사람에게 무료로 강의를 듣게 하기도 한다.

# 운영은 어떤가.

매달 자비 50만원을 넣고 사진방 수입과 강의료 등을 합하면 월 100만원 정도 들어온다. 월세와 각종 세금을 내면 1-20만원이 남는다. 그 돈을 모았다가 기획전 할 때 사용하는데 지난해 구와바라 시세이 작가 전시도 그렇고 한 번 기획에 2-300만원이 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다.

# 내년 계획은.

올해 하지 못한 ‘문학과 사진’ 기획전을 하고, 새로운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다. 이번 해안선 전시도 그렇고 아카이브 작업은 사진인은 물론 외부에서도 기대와 격려를 많이 받는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분이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시기간을 지금의 2주에서 3주로 연장할까 한다. 초대전으로 꾸민다는 원칙은 변함없다. 관장인 저뿐만 아니라 학예실장으로 있는 이영욱 교수가 의미 있는 작품, 신선한 작품을 내놓는 작가 중심으로 섭외하고 있다.

개인적인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는데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이상봉 관장은 시각장애학교인 혜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30여년간 시각장애인과 함께 했던 교직을 떠날 예정이다. 차이나타운에 시각장애인전용 사진 갤러리를 꾸밀 생각이다. 교육, 전시를 겸하고 사진판매도 이뤄진다.

# 시각장애인전용 사진 갤러리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오랫동안 장애학생들과 함께 했다. 혜광학교에서 사진부 지도교사를 했고, 전국장애인사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상명대 사진팀도 그렇고 시각장애를 갖고 사진 활동을 하는 분이 많다. 장기적으로 기회를 주고 싶다.

시각장애인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비칠 수 있지만 그걸 상품화시킬 수도 있다. 일반인이 찍은 사진과 다른 시각으로 찍은 것이 특별하게 보인다면 상품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몇 백만 원짜리 상품이 아닌 관광객들이 예쁜 엽서를 사듯 편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하고 싶다.

# 갤러리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프로젝트를 하고... 내가 하는 일을 격려해주는 분이 있어서 즐겁고, 또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전의 나는 봉급쟁이일 뿐이었지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사진공간의 작업은 동아리 활동과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사진으로 발전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친숙해지고 그러면서 인천 사진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동아리는 우리끼리 모여서 하는 게 큰데 여기는 열린 공간으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는 양적인 발전을 꾀해 왔지만 내년에는 질적인 부분을 성장시키고 싶은 바람이 있다. 1월에 갤러리 투어를 하려고 한다. 전국의 사진가들과 교류하면서 폭을 넓히고, 인천의 사진인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전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 꿈이 있다면.

갤러리랑 관계없는 꿈인데... 코이카에 지원하고 싶다. 2년 정도, 네팔 등지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 그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고맙다는 말. 힘들 때마다 사진인들이 알아서 채워줬다. 공간은 내가 만들었지만 운영하고, 꾸미는 건 작가들이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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