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은하계에서 문학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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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은하계에서 문학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31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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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작가들> 겨울호(통권 51호) 특집에서 다뤄
인천작가회의 문학 계간지 <작가들> 겨울호(통권 51호)가 출간됐다.

이번 호의 <특집>은 ‘디지털 은하계의 문학’이다.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예술의 전통적인 플랫폼이 변모하는 이 시대에, 문학의 창작과 향유 방식에는 어떤 의미 있는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 보았다.

전성원은 현대를 ‘뉴미디어 시대’로 규정하면서 뉴미디어가 지닌 야누스적 속성에 따라 문학과 언어의 존재 방식, 저자와 독자의 관계 등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매체가 아닌 컴퓨터(인터넷) 중심의 매체 독점시대, 문화 권력의 소수 독점 가능성, 작품보다 작품 외적 소통이 앞서는 상황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정지은은 소수자들에게 마이크를 내줌으로써 세상과의 통로를 만들어준 팟캐스트가 문학과 드라마 등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팟캐스트가 일종의 ‘감성 공동체’를 형성하고 책의 역할을 대신해 문학의 전달자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상황을 전해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트가 기존의 문단 중심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지, 또 문학 관계자를 공략하여 자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독서에 대해 무관심한 층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한 우려와 과제도 제기하고 있다.

강수환은 ‘SNS’의 폭발적 인기에 주목하면서도 SNS가 실질적으로 정치적 지형의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는 사이버 공간 안에서 일상화된 혁명은 더 이상 혁명이 아니므로, SNS를 통해 연대를 이끌어내고 혁명의 일상화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선視線>에는 ‘해안선’ 사진들을 담았다. 천영오, 김기래, 김효송, 박기수, 이순녀, 이형교, 장덕윤 작가의 작품들에서 해안선은 더 이상 육지와 바다가 맞닿는, 아름답고 낭만 깃든 공간이 아니라 고가도로와 공장과 아파트가 친 장벽 뒷마당으로 밀려나 개발을 기다리는 불모지다. 안전모와 공사장 깃발이 해안선의 오늘을 웅변한다.

<담.담.담>은 소설가 이만교를 초대해 진행한 인천작가회의의 강연 내용을 수록했다. 십 년 가깝게 ‘수유 너머’와 대학을 오가면서 글쓰기 강의를 진행해 온 작가의 경험이 응축된 강연은, 언어와 사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의 통찰이 들어 있다. 말과 글과 삶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우현재又玄齋>는 인천 배다리에서 40여 년째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벨서점의 곽현숙 대표의 글을 실었다. 70년대 한국 최고의 고서점으로 기억되는 ‘글천지서원’의 신창수 어른을 추억한 그의 글에는 은은한 책의 향기가 묻어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서원지기라는 자리를 지키며 인천 문화운동의 기운을 북돋아온 분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시>란은 하종오, 김영언, 이기성 김정희, 고철, 조혜영, 유현아, 전영관, 조유리, 정선율 시인들의 묵직하고 예리한 작품들로 채웠다. <소설>란은 성민선과 조혁신의 비판적이고 재치 있는 감각의 신작과, 연재 네 번째를 맞는 유채림의 장편소설로 엮었다. <작가들>이 공을 들이는 또 하나의 코너, <노마네>는 박일, 유강희 시인과 전경남 작가의 작품이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다.

<비평>란은 시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다룬 김종훈의 [시가 찾는 편안한 자구책의 두 유형]과, 그림책 읽기의 즐거움에 다시 눈뜨게 하는 엄혜숙의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관계]가 장식했다. <르포>에서는 박정화, 오정식, 김해자가 우리 사회의 숨은 활동과 목소리들을 담았다. 안산 YMCA 여성과 성상담소 주임 박정화는 세월호 희생 학생의 친구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노란우체통’ 운동을 소개한다. 사진 작가 오정식은 강화도 돈대의 역사적 운명과 기운을 카메라로 추적한다. 그의 사진집 <돈대, 매미소리>의 일부에서 글을 발췌하여 소개했다. 연재 네 번째를 맞는 김해자의 르포는 민중들의 전기, 열전이다. 노숙인 J씨의 삶을 펼쳐내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평>란에서는 최원식의 평론집 <소수자의 옹호>와 김이구의 평론집 <해묵은 동시를 던져 버리자>, 이상실의 장편소설 <미행의 그늘>을 다룬 임병권, 김제곤, 박정윤의 글을 실었다.

겨울호 특별선물로 2015년 박충의 판화달력을 준비했다. 표지포스터를 펼치면 새해를 만날 수 있다. 352쪽, 13,000원(문의 032-87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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