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환율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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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환율의 향방은?
  • 박영일
  • 승인 2010.06.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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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박영일 교수(인하대 국제통상학부)

   지난 19일 중국 통화당국은 2008년 이후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시켰던 고정환율정책(pegging system) 에서 관리변동정책(managed floating system)으로 이행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중국의 환율정책은 국제사회, 특히 미·중 관계의 중요한 정치경제문제였다. 미국은 위안화의 인위적 저평가가 세계경제 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규정하고 보복조치를 공공연하게 흘리면서 위안화 절상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한편 중국은 불균형은 각국의 국내경제문제라고 반박하고 민족주의적 정서에 호소하면서 절상 요구를 경제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환율정책 전환은 G2간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이기에 환영한다. 한 나라의 환율정책은 모든 재화 및 생산요소의 국내외 가격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외국과의 관계에서 ‘국민경제 전체로서의 이익’(국익)의 관점뿐만 아니라 일국 내에서 산업간, 계층간 이해관계라는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 전문가들까지도 통속적 오해가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중국의 환율정책과 관련한 여러 논점을 간단히 평가하면서 향후 위안화의 향방을 점검하고자 한다.  

   

   중국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제국에서 널리 수용되고 있다. 확실히 중국의 중안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여 달러를 매입해왔다. 2009년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GDP의 50%에 육박하는 2.4조 달러에 이르고,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4천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그렇다고 외환시장 개입이 곧 ‘환율조작’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IMF가 1973년 변동환율제를 권장하기 시작한 이후 거의 모든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조정해왔다. 그래서 각국의 환율정책을 감시·보고하는 미국 재무부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명시한 적이 없다.

   미국의 요구는 부당한가?  
   
   기본적으로 각국의 환율정책은 경제주권에 관한 문제로 자국의 이익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타국이 간섭할 여지가 없다. 중국도 당연히 자주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 문제는 세계화된 경제에서 한 나라의 환율정책은 타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더구나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무역국이며, 경제규모에 있어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대국이다(시장 환율에 의한 2009년 GDP규모는 미국 14.3조달러. 일본 5.1조 달러, 중국 4.9조달러이지만, 구매력평가환율에 의하면, 미국 14.3조  달러, 중국 10.2조 달러, 일본 4.8조 달러). 따라서 위안화 환율은 세계경제, 특히 무역상대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경상수지 흑자의 거의 대부분이 대미무역에서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고 경제회생을 위해 중국에 공정무역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또한 미국의 요구가 반드시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으로서도 미국과의 분쟁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대외지향적 개발전략 때문에 대외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에 환율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국내외요인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정책에서 민족주의는 유혹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안화 절상이 중국경제에 해롭다? 
   
   환율 절상이 중국경제에 해롭다는 인식은 중국정부당국이나 사회에서 널리 퍼져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성장의 내용보다는) 성장률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을 절상하면 자국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이 둔화하고 수입이 증가하여 일자리가 줄어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제성장도 둔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환율은 가격경쟁력을 결정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다이내믹한 합리화 노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기간(2005 중반-8년 중반)에 달러에 대하여 위안화가 22%(실질유효환율 16%) 상승하였으나 경상수지흑자는 동 기간에 GDP의 3.5%에서 10.8%로 급증했었다. 환율이 상승했었지만, 순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었다. 둘째는 환율 절상은 보다 균형 있고 내실 있는 성장이 가능하게 한다. 내국인의 구매력이 증대하여 내수기반이 확대되고 물가가 하락하여 산업구조의 고도화·다양화를 촉진하여 구조적 균형에 기여한다. 이른바 선진국 따라잡기(catching-up)를 촉진한다. 경제의 근본(fundamentals)만 건전하다면, 위안화 상승은 중국경제에 해로운 것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 될 것이다.    
  
   중국 당국은 1980년 후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후 일본의 경험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고 있다. 그들은 당시 엔화의 급격한 상승이 ‘잃어버린 1990년대’를 야기했다고 굳게 믿고 위안화의 절상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반한다. 오히려 엔화 상승을 회피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자 확대재정금융정책을 채택하고 달러매입개입을 단행했었다. 막대한 유동성 팽창으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킨 근본요인이었다. 물론 기업지배구조문제, 노동시장의 경직성, 부적절한 금융제도 등도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에 한 몫을 했었지만.  
  
   현재 중국의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다.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한 대대적인 달러매입개입이 유동성 과잉을 낳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일단 탄력을 받으면 잡기가 대단히 어렵다. 더구나 중국의 통화정책은 제도와 운영에 있어 아직도 불투명하고 개선의 여지가 많다. 인플레이션의 사회경제적 폐해는 환율절상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환물투기를 조장하여 저소득계층을 차별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경제적 불안을 야기한다.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질 때, 그 파장은 더욱 파괴적이다. 현재 중국의 자산시장에도 이미 거품이 일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경상수지 균형회복에 기여할 것인가 
   
   미국의 주장처럼 위안화를 절상하면 세계경제의 균형이 회복되고 미국의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인가? 분명히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극히 제한적이다. 환율조정만으로 일국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일국의 저축, 소비·투자지출을 규정하는 포괄적인 정책패키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근본요인은 국민경제 전체로서 버는 것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소비하는데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이 국제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기 때문이다. ‘통화발행특권’(seigniorage)을 이용하여 외국의 소득을 거의 공짜(달러 인쇄비만 부담)로 빼앗아 즐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미국의 막대한 달러 살포와 달러에 대한 신뢰 추락이 오늘날 세계금융시장 위기의 본질이다). 결국 정부와 민간의 소비지출을 자국의 생산능력 범위 내로 억제하여 기축통화국으로서 책무를 다할 때에만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위안화는 점진적이고 제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금번 중국 당국은 환율정책 전환을 ‘불가피하게’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이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오늘날 금융정책의 독립성과 환율의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고,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위안화의 저평가를 나타내고 있어) ‘투기성 자금’(hot money)의 유입도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나머지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한 것이다. 아쉽게도 위안화 환율이 중국경제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평가한 것 같지가 않다. 그렇다면 중국당국은 관리변동환율제의 ‘변동’보다는 ‘관리’에 역점을 둘 것이다. 말하자면 가까운 시기에 상당한 폭의 절상을 단행할 것 같지 않다. 기껏해야 2005-8년의 변동환율제 시기처럼 연간 5% 내외의 범위에서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상승을 허용할 것이다.  
  
   위안화 절상으로 한국경제는 긍정적인 그러나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상승이 원-위안화 환율에는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아 중국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수출확대를 위해 위안화-달러 환율에 못지않게 원-위안화, 엔-위안화 환율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에 대하여 위안화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원화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에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중국인의 구매력 증가는 한국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른바 소득효과다. 중국시장에서 수요증가 제품의 수출 확대와 중국인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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