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가는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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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끌고 가는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1.15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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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④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인천의 시민단체를 찾아 현재의 활동과 고민, 향후 계획 등을 나누는 시간. 튼튼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비전을 듣는다. ‘건강한노동세상’,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에 이어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최선미(49) 대표를 만났다.
 


인천에는 212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시민단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교회나 아파트에 소속돼 있는 곳도 있다. 10평 이상, 1천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면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할 수 있다. 산곡동에 있는 ‘달팽이미디어 도서관’ 관장이기도 한 최 대표는 올해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대표가 됐다.

2004년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로 창립, 2011년에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이하 협의회)’로 이름을 바꿨다. ‘어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상을 한정짓지 않고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였다. 작은도서관이 작은도서관을 돕고, 개별 도서관이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하고, 도서관 관련 정책 마련 등에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 협의회는 어떻게 구성됐나. 작은도서관이 전부 모여 있는 건가.

13개의 회원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으로 등록됐다고 해서 협의회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작은도서관 운동의 의무와 역할을 다하고 정기 회의에 참석하고, 정책 생산과 제안 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2004년에 창립했는데 그동안 어떤 일을 했나.

도서관진흥법 제정, 인천시 조례와 구 조례 제정 등에 목소리를 냈다. 조례 요청도 하고, 공청회도 열고, 시 조례가 만들어진 뒤에 연수구, 부평구 등의 구의원을 만나 구 조례 만들 수 있게 도왔다.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북스타트, 그림책을 통해 소통하는 ‘그림책놀이’ 등도 처음에는 협의회 차원에서 했다. 협의회 안에 부평지부와 연수지부가 구성돼 지금은 지부별로 북스타트 운동을 하고 있다.

# 작은도서관 운영은 어떤가.

10평-6석-1천권 이상이면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할 수 있는데 허수가 많다.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전체 3분의 1도 안 될 거다.

현재는 정량평가를 하는데 정성평가 쪽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사실 하드웨어 구축은 어렵지 않다. 시설이나 규모가 아닌 운영의 투명성, 지역사회 기여도, 공공적 가치를 잘 살려서 운영하는지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

등록과정을 까다롭게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경우 종교 관련 도서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몇 퍼센트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기준도 필요하다. 출입문이 개방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교회 신도만, 아파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은 제한이 많은 것 아닌가. 공동체의 의미를 살려서 운영하는 곳을 찾아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 작은도서관과 관련된 목소리는 대부분 협의회에서 나오는지.

협의회 외에 10개 군구를 대표하는 운영 모임이 있다. 구별로 작은도서관 대표자를 뽑았다. 내가 관장으로 있는 달팽이미디어 도서관이 부평구 대표 작은도서관이다. 10개 군구 전체 모임의 소집권자를 맡고 있기도 한데, 지난 3분기에 만들어져 지난해 두 번 모임을 가졌다.

협의회는 오래 활동한 영향도 있겠지만 질을 지키면서 양적인 확대를 과제로 안고 있다. 반면 군구 모임은 질적인 부분이 좀 더 좋아져야 한다. 아직은 정보 공유 차원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협의회와 군구 모임은 각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봐야 한다.

# 작은도서관 관장, 협의회 대표로서 인천의 도서관 정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발전과 활성화 방안, 장기적인 로드맵이 전혀 없다. 지난해에 처음 순회사서 제도를 도입했는데 꾸준히 한다고 하더니 사회복지 예산 깎이면서 올해 사라졌다. 시장이나 담당 직원의 마인드, 성향에 따른 오락가락 지원은 말이 안 된다. 체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 올해 인천이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됐다.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나. 남다른 기대가 있는지.

북콘서트도 그렇고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는 느낌이 든다. 얼마 전에 송도 트라이볼에서 열린 ‘독서힐링’ 프로그램도 전혀 ‘힐링’이 안 됐다. 등받이도 없는 공연장에 앉혀 놓고 대여섯 시간동안 강의 3개를 들었는데 힘들었다. 강의의 만족도를 떠나 ‘책의 수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방향이나 준비 등이 보이지 않았다.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에 대해 고민하고 의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참여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문에 명시해놓아서 ‘동원’하려는 인상도 받았다.

작은도서관은 주민의 접근성이 높지 않나. 작은도서관과 도서관, 그리고 시민단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책 읽는 시민을 키우면서 ‘세계 책의 수도’를 알리고 해가 바뀌어도 책 읽는 시민이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 교실, 부모교육, 책을 매체로 한 프로그램 등을 위에서의 지시가 아니라 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게 인천시로 커졌을 때 ‘세계 책의 수도’가 되는 것 아니겠나. 상징성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예산이 없어도 지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런 아이디어가 보이지 않는다.

# 타 지역과 비교해 인천의 작은도서관 상황은 어떤가.

경기도의 작은도서관들은 행정지원도 좋고, 네트워크 협력도 잘 돼있다. 조례 만들 때도 경기도를 참고했다.

인천에서는 (경기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연수구가 나은 편이다(그 다음은 부평구). 연수구는 구 차원의 지원이나 마인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좋다.

# 부평구의 대표 작은도서관인 달팽이미디어 도서관은 어떤 특징이 있나. 어떤 도서관을 지향하나.

뒤꿈치를 들고 숨죽이며 걷는 곳이 아닌 놀이터 같은 도서관을 꿈꾼다. 버스 타고 멀리 가는 게 아닌 유모차를 끌고 5분 10분이면 올 수 있는 도서관. 책으로 놀고, 책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2005년도에 오픈한 달팽이 도서관은 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는 책을 대출해주고 회원가입만 한 회원들은 관 내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운영했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어서’ 그렇게 했지만 5주년 개관식을 하면서 (작은도서관 최초로) 회비 납부와 관계없이 모두 대출할 수 있게 운영방침을 바꿨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도서관,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작은도서관이 회원가입서(관외 대출 신청서)만 작성하면 누구나 책을 빌릴 수 있다.

“개인의 것이 아닌 군구와 시,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적 가치를 창조하는 작은도서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눈치 보지 않아요. 앞으로도 자율적인 발언과 비판으로 작은도서관의 확산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기획연재] 시민단체 릴레이 인터뷰
① ‘건강한노동세상’ 김철홍 대표
②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신규철 사무처장
③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회 이은주 상임대표
④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최선미 대표
⑤ '민들레장애인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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