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게 잘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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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게 잘못인가요?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2.04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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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강제 폐쇄된 ‘화수청소년문화의집’ 주정연 전 관장


지난 2014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동구에 있는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이 문을 닫았다. 동구 주민과 복지 단체들은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 계약 파기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회복지 시설을 지키고자 했지만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을 살리지 못했다. 주민비대위는 지난달 주민 447명의 청구인 참여를 통해 화수청소년문화의집 폐쇄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2월 중순, 특별감사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주민비대위는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로 이름을 바꾼다. 주민 중심의 조직으로 재조정해 행정 감시를 하고, 문화의집 후속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상시적으로 포럼 등을 개최해 주민들에게 애향심을 고취시킨다. 비대위는 동구의 사회복지시설을 망라한 큰 조직이었지만 단체들은 빠지고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은 개인으로 뭉친다. 현재 15명의 운영위원이 있고, 더 확대할 예정이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불꽃처럼 일어나지만 오래가지는 않잖아요. 비대위도 처음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주민의 호응이 높았지만 사안이 지연되니 뜸해졌어요. 비대위 이름으로 해놓은 감사청구도 있고, 이 모임을 없애지 말고 동구의 움직임을 계속 지켜보자고 뜻을 모았어요. 동구청장 딸의 학교문제도 있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게 있잖아요.”

화수청소년문화의집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학생들의 복지와 학교 밖 교육에 힘써온 주정연(43) 전 관장을 만났다. 주정연 전 관장도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 운영위원으로 들어가 있다.
 

▲ 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정연 전 관장.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 “쉬고 있다”며 웃는 주 관장은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났을 때보다 밝은 얼굴이었다. 5분 발언을 하며 울먹이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잘도 흘러 ‘문화의 집’ 폐쇄일로부터 한 달이 훌쩍 지나 있었다.

“동아리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올해는 뭘 할까 계획을 세우고, 방학 맞은 아이들은 시설에 와서 시끌벅적 떠들며 편하게 지내는 시기인데 (문을 닫았으니) 요즘은 집에서 쉬고 있어요.”(웃음)

해마다 감사를 받았는데
지난해에만 ‘지적사항 100개’

초등, 중등 학생이 많이 이용하던 곳. 청소년문화의집은 2013년도에 3만여명, 2014년에는 2만8천여명의 아이들이 찾던 곳이었다.

“아이들도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등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돼서 실패감을 맛본 것 같아요. 인생의 실패감이랄까요. 성명서도 써서 붙이고 했는데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안 거죠. 성명서를 쓴 뒤 고무된 아이가 동구청장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는데 그 글이 삭제되고 친구차단도 됐다고 하더라고요.”

송현초교 측이 공간을 나눠 쓸 의향이 있음을 밝혀 동구청에 재협의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인계인수 준비나 철저히 해라." 본래 ‘문화의집’ 주무부서는 가정복지과였다. 지난해 10월 동구청에 ‘경영개선팀’이 신설됐고, 이 팀에서 ‘송현초 측의 공간반환요구’는 등의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

“8월엔가, 가정복지과 감사에서도 이전에는 괜찮다고 했던 걸 4개나 지적하더라고요. 감사계획 공문도 이전과 달랐어요. 대개는 ‘지도점검’ 수준이었는데 감사목적에 ‘위탁 취소’도 들어가 있더라고요. 9-10월에 경영개선팀에서 또 감사를 했는데 지적사항이 100개가 나왔어요. 어떤 사항을 상황별, 시간별로 누적해 집계한 거죠. 급여도 문제가 됐는데 그 걸 달별로 체크해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개로 체크됐어요.”

봉사가 힘들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처음부터 재미있었어요.”

주정연 전 관장은 1992년 1월 송림동 ‘나눔의 집’에서 처음 사회복지를 실천했다. 5년 있다가 잠깐 휴식기간을 갖고 2002년 10월부터 화수청소년문화의집에서 근무했다. 청소년문화의집은 2001년 대한성공회에서 시작했지만 운영법인이 가톨릭청소년재단으로 바뀌어 그해 말까지 혼자 일했다. 이듬해 직원이 1명 늘고, 2004년에 또 한 명이 늘어 직원 3명. 지난해 폐쇄 전까지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은 주 관장 포함 4명이서 맡아 운영했다.(가톨릭청소년재단은 현재 사단법인 인권복지센터내일로 운영법인이 변경됐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주정연 전 관장은 대학1학년 때 농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부모님이 농사에 몰두하는 오후 시간에 아이들이 혼자 있는 걸 목격했다. 아이들을 모아 공부방처럼 가르치고 마지막 날에는 소풍도 갔다. 헤어지기 전 초등 6학년 아이한테 편지를 받았는데 ‘산에는 물이 없다. 언니 고마워요’라는 식의, 난해하고(?)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주 전 관장은 생각보다 교육수준이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아보게 됐다. 선배가 동구에서 ‘산마루공부방’을 하고 있어서 대학 다니는 동안 자원봉사를 하며 아이들과 가까이 지냈다.

대학생이면 한창 놀고 싶기도 했을 텐데 봉사가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봉사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처음부터 재미있었어요. 산마루공부방에 매주 간 건 아니고, 빠질 때는 빠졌어요. 가끔은 귀찮기도 했죠. 집에서 돈을 벌라고 하기도 했지만 거기 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을 만나고, 내가 아는 걸 가르쳐주고... 아이들은 빨리 변해요. 1학년 때 다르고 2학년 때 다르죠. 아이들에 맞춰서 저도 변해야 해요. 똑같은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가 없거든요. 변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지금의 저는 그때의 저와 많이 다르죠. 그동안 변했고 공부도 많이 했고요...”
 

▲ 지난해 12월23일 새누리당 인천시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주정연 전 관장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 중이다.

 

2007-2008년
인천지역 최다 프로그램 보유 ‘우수기관’ 선정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은 2003년부터 사업을 했다. 2004년도에 ‘청소년, 꿈으로 바로 가는 지도’라는 제목으로 낸 제안서가 채택돼 그해 많은 청소년들을 만났다. 청소년 대상 역사 강의, 지역환경 알기, 동네 지도 그리기 등을 펼쳤다. 은퇴한 지식인에게 동네에 대한 얘기도 들었는데 반응도 좋고 결과물도 좋았다. 사업이 재미있었고, 이듬해, 그 이듬해 꾸준히 사업계획서를 냈다.

“2006년부터 국가에서 청소년프로그램을 인증해주기 시작했어요. 2007-8년 인천지역 최다 프로그램 보유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죠. ‘왜 ‘최우수’는 받지 못할까’ 고민했는데 규모도 크고 예산도 많이 들여야 하더라고요. 사정상 그건 힘드니까 그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사업을 아무리 잘해도 조직(관장이 상근하지 않는 것, 영세한 형편, 수련관과의 독립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마음만큼 안 되더라고요.”

지난해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에서 문화의집 학생 7명이 ‘동장’을 수상했다. 영국에서 탄생한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만 14-25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신체단련, 자기개발, 봉사 및 탐험 활동을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청소년 자신 및 지역사회와 국가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갖도록 하는 국제적 자기 성장 프로그램이다.

동장은 봉사/자기계발/신체단련/모험개척 4개 영역을 일주일에 1시간씩 12주 동안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실천하며 그 활동으로 자기개발 및 성취감을 맛보는 거다.

“도자기를 만들어서 전시회를 하겠다고 하면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활동을 하는 거예요.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겠죠. 이를테면 접시, 컵, 물레 등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열고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는 거예요.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지도자의 관심과 승인이 필요하죠. 빠르면 6개월 정도, 1년이 걸리는 아이도 있어요. 지난해 개인상(7명), 지도자상, 기관상을 받았어요.”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지만...
가치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 섭섭했다

주정연 전 관장은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 운영을 돕는 것은 물론, 관/기관장 중심이 아닌 직원 중심으로 그가 말단이었을 때부터 활동했던 ‘청소년지도자협회’ 모임을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청소년활동진흥법에 근거한 ‘청소년수련활동인증 심사사원’ 심사도 (이전에는 부수적으로 했지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열심히 일해 온 것을 몰라주는 게 너무 슬펐어요. 어디선가 위탁을 줘버릇하니 자기소유물인 줄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봤는데 ‘가치관’이 이렇게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내 거라고 생각해야 열심히 하고 소중히 하는 것 아닌가요? 사회 복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섭섭했어요.

긍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계발한 건데, 수업시간에 몇 명이 왔는지 확인하고 그 수로 폄하하려고 하면 마음이 언짢죠. 그 아이가 친구를 불러오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한테 좋은 내용을 전달하면 그 수는 몇 배로 불어날 수 있는 거잖아요. 또한 그 한 명 한 명 가치를 생각하면 너무 소중하고요.

공간 하나하나 신경 써서 데코라인 붙이고, 예쁜 스티커 붙이고, 조화로 교실 분위기 좋게 하고, 이 꽃이 좋을까 저 꽃이 좋을까 고민하고, 큰 게 좋을까 여기에 두는 게 좋을까 했던 시간과 그 결과물들이 그들에게는 치워야 할 쓰레기가 된 것, 그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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