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에 괴롭다면 이곳의 문을 두드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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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에 괴롭다면 이곳의 문을 두드려보자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2.09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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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신용회복위원회 유재철 인천지부장

현재 당신은 ‘빚이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빚 없이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금융위기에 충격 받고 세계경제 흐름에 영향 받는다. 갑자기 실직을 ‘할 수도’, 가족이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빚을 ‘질 수도’ 안타깝지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예측 불가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를 아시는지.

과중채무자의 빠른 경제적 재기 지원, 채무자를 위한 신용관리 상담 및 교육, 공익 업무와 채무조정의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 출범, 이듬해 사단법인으로 재출발했다.

서민의 금융상담 및 신용교육을 전담하는 신용관리 전문기구로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한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축소 및 회수비용 절감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제고시키고, 채무불이행자의 가계파산을 예방한다.

 
▲ 석바위사거리에 위치한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

신용회복위원회 유재철 인천지부장은 우리 모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현재 채무가 없다고 해서 나와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 언제든 부딪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평소에 관리를 잘 하고, 정보(지식)를 알고 있어야 불가피한 일이 발생했을 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빚더미’를 안고 있는 사람을 단순히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속성 때문이다.

겉이 아닌 속을 조금 들여다보자. 왜 ‘그’는 연체자가 되었는가. ‘그’에게는 왜 신용회복지원이 필요한가. 원해서 사업에 실패한 게 아니다. 원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다. 원해서 실직한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돈 없는 삶, 빚진 인생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을 ‘문제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경제 활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숨통을 풀어줘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연류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선량한 사람이 피해본다면 세금 등 사회적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어떤 손길이 필요하다.

신용회복위원회 유재철 인천지부장을 만나 빚 독촉을 받고 그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돕고, ‘금융기관 간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어떤 일을 하는지 들어봤다.


# 신용회복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주 업무는 과중채무자의 채무상담과 채무조정이다. 긴급하게 생활안정 자금이 필요할 때 소액금융을 지원하고 취업안내나 신용교육 등도 담당한다. 신용회복지원 극대화를 통해 채무불이행자의 경제적 재기를 적극 지원하고 청년 및 대학생이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지원해준다.

# 대출금을 연체한 사람은 모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나.
개인워크아웃제와 프리워크아웃제가 있는데 총 채무금액 15억원 이하, 금융회사 채무 90일 이상이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연체기간 1개월 초과 3개월 미만 또는 연체기간 1개월 이하(신청일 직전 1년간 연체기간이 30일 이상 단기)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연체이자 감면, 상환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려서 매월 분할 상환하도록 해준다.

# 한 해 평균 몇 명이 신청하나. 인천의 상황은 어떤지.
평균 10만 명 정도가 신청했다. 상담 건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사이버지부 포함 전국 26개 지부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은 작년 상담건수가 2만 명이 조금 안 된다. 경기도지부에 있다가 지난해 12월 인천지부로 발령이 났는데 인천에 취약계층이 많은 편이다.

# 신용불량자를 보는 사회의 인식은 어떤가. 조금 부정적이지 않나.
신용 교육할 때 보면 나는 신용불량자가 아닌데 이런 교육을 받아야 되나? 하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 현재 상태와는 별개다.

현재의 금융거래 시스템은 연체기록이 남는다. 신용 거래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신용이 1등급이라 해도 언제 변할지 모른다. 기관마다 내부 심사기준이 있는데 은행 자체 평가와 신용평가회사, 금융 상거래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현재 (빚이 없는) ‘정상’이지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어느 순간 등급이 떨어져도 그 이유를 모른다. 소액을 대출했는데 해외에 출장 나갔다오니 등급이 확 떨어져있는 경우도 있다. 불가피하게 불이익을 보게 된다. 신용등급이 달라져 다른 것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꽤 된다.

# 기억나는 사람이 있나.
긴급할 때 도움 받았다며 감사편지를 보내고 잘 돼서 기부하는 분도 있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금융 거래할 때 자세히 물어볼 사람이 없지 않나. 아직도 관계 유지하면서 전화를 걸어 궁금한 거 물어보고 그런 분들이 계신다.

#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겠다.
감정적인 일이니 스트레스 안 받을 수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기 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도와주려면 내담자가 모든 걸 털어놓고 오픈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최대한 친절하게 하려고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알아야 하다 보니 캐묻는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중에는 고맙다고 하고 가시지만...

상담을 종합적으로 하기 때문에 방문하면 법률서비스 내용이라든지 진행과정 등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본인은 채무가 없어도 가족 등 다른 사람 채무 때문에 오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될 대로 되라며 방치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돈 갚으라는 연락이 끊기면 채무가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의 전산에서 삭제돼도 채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갑자기 급여가 압류되거나 할 수도 있다.

# 대학생,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따로 있던데.
군부대나 인천병무청에서도 신용교육과 상담을 했지만, 통신요금을 연체하다가 통신신용불량자가 되고, (남자들은) 부채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에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상태에서 제대하고 다시 학교로 가거나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갚을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유예하고 조정해준다.

대학생들은 학자금뿐 아니라 생활비나 학원비 등 때문에 돈을 빌리기도 한다. 학자금을 장학재단에서 받아도, 스펙을 쌓기 위해 영어 학원을 다니는 등 학원비에 돈을 쓴다. 제2금융권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 정상 변제 중인 청년, 대학생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햇살론, 바꿔드림론) 신용보증을 지원해준다.

▲ 신용회복위원회 유재철 인천지부장
 
올해 신용회복위원회와 국민행복기금, 미소금융재단을 통합한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조정을 맡고, 국민행복기금은 채무를 매입해 한시적으로 분할상환을 하고, 미소금융재단은 저신용자에게 창업자금을 빌려준다. 이 기능들을 한데 모아 원스톱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법이 국회에 접수돼 계류 중에 있는데 8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전작업으로 현재 부천에 ‘1호점’을 운영 중이다. 3개 단체 외에 한국저축은행에서는 햇살론 상담을 해주고, 부천일자리센터에서는 일자리 상담을 해준다. 앞으로는 서민금융지원과금융교육(채무를 포기하게 되면 정상적인 사회 복귀가 어려우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를 연계해 발걸음을 두세 번 하는 일 없게 유기적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기존 조직을 활용해서 올해 30개 지점을 만들 예정이다. 법 통과에 따라 인천지부도 변화를 꾀하게 된다.

# 신용불량자가 아니더라도 신용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교육은 정말 필요하다. 생활비, 학원비 등으로 고금리를 쓰는 학생들이 많은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금리가 30-34.9%이다. 우리는 6% 수준인데 이보다 더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교에 많이 홍보하려고 한다. 학교 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데 아직은 그다지 반응이 없다. 대학생들이 학자금대출을 받고 사회인이 돼서 일자리를 얻었는데도 갚지 못하는 경우는 인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현상이다. 취직을 해도 월세, 생활비 등으로 학자금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 거다.

고용센터(실업급여 받는 분 대상), 보호관찰소, 교통연수원(화물, 택시기사 보수 교육), 자활센터, 복지기관 등 취약계층이 찾는 곳에 저신용자가 많지 않나. 일반인들도 금융교육 받을 곳이 없다. 신용시스템이나 개인 신용관리, 부채관리 하는 법, 불가피한 연체료가 발생해 신용에 빨간 불이 들어왔을 때 해결 방법 등을 알아두면 좋다.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든 가겠다. 우리도 교육할 곳을 최대한 발굴,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사 분당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인천지부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인증 고용서비스 우수기관이기도 하다.(사진) 위원회는 협약에 의해 약 3,600개의 금융기관이 묶여있다. 일정 요건에 의해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주기로하자, 채권자와 채무자를 중립적 입장에서 조정한다. 소득, 생활비를 따져서 기관과 조정한다고 보면 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빨리 받고 싶어하고 채무자는 그럴 여력이 안 돼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우리가 중간에서 가족 상황 같은 걸 충분히 설명해주고, 이 사람은 8년으로 기간을 연장하자, 10년으로 해주자, 동의를 받는다.

유재철 인천지부장은 신용회복위원회가 탄생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모르는 분이 많다고 했다. 지인이나 친지 소개로 방문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단순히 신용불량자만 오는 곳이 아닙니다. 주변에 채무문제로 힘들어하는 분이 계시면 소개해주세요. 신용문제를 해결할 때는 첫 단추 잘 끼워야 하는데 과장 광고에 현혹돼 더 힘든 일을 겪는 사람이 있어요. 법무사를 통하면 150만원을 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대출해 분할납부하는 조건으로 일을 해주기도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사기 당하는 사람도 있고...

워크아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은 구비서류를 준비해오면 파산 신청 서류작성도 도와줍니다.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서 법원에 접수하게 하면 공단에서 송달료, 인지세도 지불해주니 별도비용이 들지 않죠.“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가계는 다양한 원인으로 빚을 지며 살고 있지만 소득을 초과한 소비에 따른 부채는 좋지 않아요. 월 소득에 비해 지출이 많으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거예요. 소득에 맞는 소비가 필요합니다.

개인 신용관리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연체예요. 신용카드대금이나 대출금상환 등을 자동이체 해두면 실수로 인한 연체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회든 어려움을 겪는 분은 있어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 사회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시대거든요. 97년 이후 외환위기, 카드대란, 하우스 푸어 문제, 땅 투기, 미국발 금융위기 등등이 다 영향을 미쳐요. 우리나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평상시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
인천 남구 주안동 300-6 4층
상담 대표전화 1600-5500 / www.ccr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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