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선거철에만 대우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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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선거철에만 대우받는(?) 사람들이 아니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02.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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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희망유니온’ 염성태 상임위원장을 만나다


퇴직 예정자들, 나이 때문에 평생직장에서 쫓겨난 퇴직자들, 은퇴 후 노인이란 이유로 복지혜택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희망의 미래를 설계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뭉쳤다.

‘노후희망유니온’은 50세 이상 ‘장/노년’ 층의 일자리 창출, 인권/노동권 확보 및 건강한 노년문화 지향, 민주사회 단체와의 연대 등 노후세대를 위한 노동조합이다.

염성태(69) 상임위원장을 만나 '노후희망유니온‘ 출범 목적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 지난 2월 7일에 열린 1차 총회에 참석한 염성태 상임위원장.

 

“노인이 복지 대상이 아니라 복지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노후희망유니온의 규모가 커지면 정부, 지방자치와 교섭할 수 있어요. 정년퇴직하고 지식과 정보가 없는 상태로 사업에 뛰어들어 날려먹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함께 복지와 일자리를 고민해야죠.”

우리나라 50세 이상의 장/노년층은 1700만명. 2024년이면 전체 인구의 43%가 장/노년층이 된다.

‘노후희망유니온’은 ‘노후’가 인간의 존엄한 삶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는 희망임을 강조한다. “건강할 때까지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 병원비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내고 싶다. 더 이상 노년세대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싶지 않다.” 노후세대가 바라는 일이다. 그들은 사회의 떳떳한 주인으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돌봄과 보살핌의 대상도, 뒷방 늙은이도 아닌, 선거철에만 대우받는 삶이 아닌, 스스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당당하고 존엄한 주체이고 싶다.

“선진국에서는 노인이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의 주체예요. 그런데 우리는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분위기 아닙니까. 어려우면 자살하고.”

염성태 노후희망유니온 공동위원장은 시민사회연대에서, 평화통일에서, 민주노총에서, 대우중공업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 대표, 본부장, 노조위원장 등을 했다. 35년 6개월간 대우중공업에 다니다가 위원장을 지낸 뒤 이후 시민단체 일을 돕게 된 것. ‘악역’을 맡아 정치권이랑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노인이 변하지 않으면 현 정권이 바뀔 수 없어요. 노인 인구가 1700만 명이에요. 2024년에는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제대로만 되면 정치권이 꼼짝 못하죠. 나이만 먹으면 보수가 돼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데 막아내야죠. 진보적으로. ‘자식새끼’ 죽이는 거랑, 민주주의 훼손은 안 된다는 거예요.”

노후문제는 까마득히 먼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사회적 현안이고, 국민적 사안이다. 아니, 내 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14년 한국인 평균수명 82세(남자 78.5세 여성 85.1세, 최근 20년간 평균수명 증가율 OECD 국가 중 1위). 노후문제는 시급하고 중요하다.
 

▲ ‘노후희망유니온’은 지난해 1월부터 초동주체들이 모임을 갖기 시작해, 6월 21일 준비위원회 발족, 9월 20일 용산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염성태 위원장은 가평이 고향이다. 땅이 있어서 펜션 하나 짓고 살려고 했는데 펜션 일이 만만치 않아 지금은 세를 줬다. 43년 만에 ‘쉬려고’ 고향에 내려갔으나 가보니 ‘이장 일’이 엉망이어서 귀향 이듬해부터 올해로 4년째 이장을 맡고 있다.

염 위원장은 일주일에 세 번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자주 서울 노조 사무실에 들른다. 얼마 전 인천에도 사무실이 생겨(‘남북평화재단’ 건물) 더 바빠질 것 같다. 인천은 현재 상근자가 2명이다. 가평에서 서울로 오가면서(버스와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시위나 집회 후에는 ‘소주’도 한 잔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오전 헬스로 건강을 관리한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하죠. 긍지를 갖고, 내가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된다는 의지와 자부심으로 합니다. 돈 준다고 하라면 하겠어요? 지난 5월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광화문 살다시피 했어요. (세월호 사건이) 두 달이면 끝나겠지 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인천에서 열린 촛불집회도 거의 다 참석했습니다. 250세대의 이장을 맡고 있는데 그 일도 많고 바쁘게 삽니다.”

‘노후희망유니온’은 전국조직으로 현재 400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올해 말까지 2, 3천명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1만 명 이상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은 가입자가 70명가량 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OECD 평균 13.5%), 노인자살율은 전체 자살율의 2.5배다. 정부가 노력하지 않고 절망으로 밀어 넣는다면, 우리가 나서서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 ‘노후희망유니온’은 노동자의 노후를 지키기 위한 연금투쟁 선언, 기초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을 위시한 공적연금 개악을 목숨을 다해 지킬 것을 선언했다. 전통적인 가족부양 체계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으니(저출산, 청년실업, 재벌독식, 고령화, 사회양극화 등) 사회적 부양으로의 전환을 바란다.

“아는 것, 즉 교육이 중요해요. ‘교육국’을 꾸려서 꾸준히 알리려고 합니다. 안산에 있는 회사에서 한 차례 교육을 했는데 호응이 꽤 높았어요. 희망적인 삶을 살려면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흐름은 노조가 회사와 협상해서 정년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관해 교육사업을 하게 될 거예요.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분기별로 퇴직을 하는데 많으면 1천명 이상도 나간다고 해요. 그런 분들을 회원으로 끌어들어야죠.”

노후희망유니온은 현재 교육 인원 10명을 확보하고 있다.

 

▲ 지난 2월 7일 열린 정기총회 모습.

 

“최근 광화문에서 세월호 집회를 하는데 사람이 300명 정도더라고요. 그것가지고 되겠습니까. 우리가 치열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집회는 못가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배지(노란리본)를 붙이고 다니면 바뀌지 않을까요. 시민단체, 진보, 운동권 출신 들이 말하길 배지를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싸움을 건대요. 그래서 안 단대요. 저도 30번 이상 싸웠어요. 시비 걸어서 엄청 싸웠죠. 하도 그래서 어떨 때는 안 달고 싶다가도 그럼 안 되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안 달고 다니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인천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내가 평가할 건 못 되고, 열심히 하길 바라지만 사실 시대가 어렵다. 정부가 (활동하는 데) 제약을 가하고 자꾸 밟으니 침체될 수밖에. 인천만 그런 게 아닐 거다. 시민사회, 노조를 종복으로 몰지 않나. 색깔론으로 몰아붙여서, 좌파로 매도하고 국론 분열시키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후희망유니온의 핵심은 ‘노인을 복지 주체로 내세우자’이다. 세계 자살율 1위의 오명을 벗고 힘을 모아 복지의 실행자로 서는 것. 어른스럽게 민주주의에 이바지하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사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그렇습니다.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전부를 개혁한다면 모를까 내 돈 내서 내가 받는 국민의 돈을 왜 건드립니까. 국가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하는데 부자들은 몇 백 조씩 창고에 넣어둔다고 해요. 부자감세만 하고... 결국 복지를 사적으로 만들려는 것 아닌가요. 국가에서 도와주지 않으니 국민들은 다시 내 돈 들여 보험을 들게 되는 거예요. 노후가 불안하니까. 그런 구조는 사실 악행이죠.”

노후희망유니온은 비은퇴자와 은퇴자를 아우르는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복지세상을 위해 의료/복지/연금 등의 정책에서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활동할 예정이다. 염 위원장은 각계 전문가, 산업 현장 노동자와 끊임없이 만나 ‘노후의 건강과 행복이 보장되는 사회가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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