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목련 종류 가운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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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목련 종류 가운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목련
  •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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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 이야기 (5) : 우리 토종 목련


 

프랑스의 식물학자 장 마리 펠트는 ‘위기의 식물’이라는 그의 저술을 “현재의 소멸 리듬이 계속된다면 25만 종의 고등식물 중에 6만 종이 2050년에 멸종할 것”이라는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들의 꼼꼼히 살펴본 이 책에서 그는 ‘오래 된 식물’을 먼저 점검합니다. “오래 된 것일수록 남은 생명에 대한 희망은 현저하게 약화하기 마련인 때문”이라고 전제한 때문이지요. 그러나 “살아있는 아주 오래 된 나무가 아직 젊은 종에 속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덧붙입니다. 멸종 위기 식물에 대한 탐색 도정에 합리적인 실마리라 할 수 있겠지요.

지구 상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식물을 찾아본다는 그의 생각에 따르자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식물이 목련입니다. 목련은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살아남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목련은 공룡이 생존했던 시기에 번성했던 현화식물로 공룡 시대의 화석에서도 목련의 존재가 종종 확인됩니다.
 


목련이 오래된 식물이라는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꽃술에 있습니다. 목련 꽃이 다른 꽃들과 분명하게 다른 점은 꽃술의 모양에 있습니다. 다른 꽃들의 암술과 수술이 꽃가루받이를 위해 찾아드는 나비나 벌의 가녀린 몸이 다치지 않도록 하늘거리는 것과 달리, 목련 꽃의 암술 수술은 견고합니다. 벌과 나비가 나타나기 전에 지구에 자리잡은 식물이라는 증거이죠.

벌과 나비가 없던 때에 목련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보다 오래된 곤충인 딱정벌레를 유인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가장 요긴한 수분곤충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목련 꽃은 일쑤 딱정벌레에 의해 꽃술이 상하곤 했겠지요. 그래서 목련은 자신의 몸을 딱딱하게 해서 딱정벌레가 꽃술 사이를 헤집고 다녀도 망가지지 않도록 스스로 대책을 마련한 겁니다. 꽃술의 이같은 모양은 모든 목련과 식물의 공통적 특징이고, 이는 곧 목련이 ‘살아있는 화석 식물’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 정도로 오래 전에 이 땅에 태어난 식물이라는 증거입니다.


오래된 식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사실 목련을 멸종 위기식물로 구분하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입니다. 목련이야말로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흔하디 흔한 나무인데, 난데없이 멸종위기 식물을 이야기하면서 목련을 들여다본다는 게 터무니없어 보이겠지요. 여전히 목련 꽃은 봄의 상징입니다. 초본 식물들의 자디잔 꽃이 피어난 뒤에 큰 나무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으로 목련만한 나무가 아직은 없습니다. 어찌 그처럼 많은 나무를 멸종위기식물로 꼽는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복잡해도 조금 자세히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목련은 종류가 참 많은 나무입니다. 오래도록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나무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 많은 종류 가운데 우리가 지금 가장 쉽게 만나는 종류는 중국에서 들어온 백목련과 자목련입니다. 지난 봄 우리네 집 근처에서 보았던 대부분의 꽃이 백목련과 자목련, 혹은 그를 기본종으로 하여 새로 선발한 품종들입니다.

그러나 그밖에도 수백 종류의 목련이 전 세계 곳곳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 한라산의 개미목 부근에 자생지가 있는 토종 목련이 있습니다. 목련과의 나무 가운데에 아무런 수식 없이 오로지 ‘목련’이라고만 불러야 할 나무는 오직 한 종류인 우리 토종 목련 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 목련이 몇 그루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우리의 목련과 흔히 보는 중국산 백목련과의 두드러진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중에 한 가지만 짚어봅니다. 빛깔은 백목련과 같은 하얀 색이지만, 꽃잎의 숫자가 다릅니다. 백목련의 꽃잎이 아홉 장인 것과 달리 우리 목련의 꽃잎은 여섯 장입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바라보면 분명히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지요. 게다가 백목련은 꽃잎을 오므린 채 피어나지만, 우리 목련은 처음부터 잎을 활짝 펼치고 피어난다는 게 확연히 다릅니다. 꽃잎 수가 적은 데다 활짝 펼치고 피어나니 백목련에 비해 성글다는 느낌을 주는 소박한 꽃이 우리의 목련입니다.

어쩌면 그 동안 중국산 백목련에 익숙하셨던 분들이라면 우리 토종 목련의 성근 모습을 그리 달갑지 않으실 겁니다. 사람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이 서로 다르지만, 우리 목련은 아무래도 미적 완성도에 있어서, 중국산 백목련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목련에 대해서 얄궂은 사실도 하나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토종 목련의 학명이 그렇습니다. 분명히 우리나라의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나무인데, 이 나무를 처음으로 식물학계에 보고해 인증 받은 사람이 바로 일본의 식물학자였는데, 그는 자신의 모국어인 일본어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어로 ‘주먹’을 뜻하는 ‘고부시’라는 목련의 학명이 그런 거죠. 우리 토종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말 이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발간한 목련에 관한 자료에는 종종 우리 토종 목련의 원산지가 일본으로 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나마 원산지를 ‘일본, 한국’으로 병기한 건 차라리 나은 편이지요. 한번 정해진 학명은 다시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니 ‘목련’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백목련의 도도한 자태에 비해 조금은 헐렁하게 피어나는 우리 나무 우리 꽃, ‘목련’. 우리는 어쩌면 오래도록 중국산 백목련의 슬프듯 화려한 아름다움에 도취해 우리 꽃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보다는 일본에서, 그리고 더 많은 외국에서 우리보다 더 많이 사랑받고 있는 우리 나무를 이제는 우리가 더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이 원고의 일부는 홈페이지 솔숲닷컴(http://solsup.com)의 ‘나무를 찾아서’ 게시판에 함께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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