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순간” <윈터 슬립(Winter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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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순간” <윈터 슬립(Winter Sleep)>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겸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5.08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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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22.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호텔 오셀로를 운영하는 아이딘은 젊은 아내 니할, 이혼한 여동생 네즐라와 함께 살고 있는 은퇴한 배우이자 작가이다.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그는 양심과 도덕을 운운하며 자신이 얼마나 공정하고 자비로운 사람인지를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여동생 네즐라는 매사에 그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독설을 던지고,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니할은 그의 위선적인 모습을 경멸하며 공허함과 권태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한 세입자의 아들이 아이딘의 차를 향해 돌을 던지고, 이 사건을 계기로 기만적이었던 그의 삶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로에게 상처와 불신만을 안기는 세 사람은 이 충격적인 행동으로 인해 침몰하듯 무너지기 시작하고, 어느 오후 아이딘은 불현듯 찾아온 낯선 자신과 마주한다.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의 줄거리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서만 8번을 수상한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터키 이스탄불 출생의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이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과 영화연출을 공부한 그는 데뷔작인 <작은 마을(The Small Town)>로 1997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우작(Uzak)>으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기후(Climates)>로 역시 칸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초 저 예산으로도 단순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배경과 장소, 사물의 배치와 소품 등이 훌륭한 조화를 이룸과 동시에 각각 하나의 역할을 해낸다.

그의 작품이 시각적이나 미술적인 면에서만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작품을 칸을 비롯한 세계 영화계가 특히 인정하는 하는 부분은 의미 있는 대사들을 통한 내용의 깊이이다. 영화 <윈터 슬립>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아이딘과 누이 네즐라의 대화는 단순한 사담이 아닌 인생과 문학, 예술을 논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오히려 영화 자체의 줄거리보다 터키의 고즈넉한 한 거실에서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는 것이 이 영화를 감상하는 백미이다.

터키의 추운 겨울, 어느 한적한 거실에서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한국의 초여름 더위를 잊는 멋진 방법이 될 영화 <윈터 슬립>은 5월7일부터 인천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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