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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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 죽었다!
  • 임시기자단
  • 승인 2015.06.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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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경인선 출발지 인천역사에 심은 라일락

 

우리나라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인천역 라일락(일명 서양수수꽃다리)이 최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녹색연합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인천역사(驛舍) 북쪽(인천역 관광안내소 뒤) 서울방향 플랫폼 초입에 있는 고사목이 담벼락에 기대어 쓰러지기 직전이며 잘린 줄기는 땅에 나뒹굴고 있다.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 라일락이 죽은 원인을 알 순 없지만 2011년 인천역 자료사진과 2013년까지 꽃이 피었다는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2013년까지는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녹색연합측은 추정했다.

인천역 라일락은 개항이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와 1899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출발지인 인천역사에 심은 것으로 역사적, 문화적, 조경학적으로 가치가 큰 노거목이다.

정확한 식재 시기와 수령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학계에선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조림학계 ‘거목’으로 불리는 故 임경빈 박사(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산림지(2001년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 라일락에 대해 ‘뿌리목에 가까운 줄기의 직경은 약 35㎝, 지표면에서 약 70㎝ 떨어진 줄기에 큰 곁가지가 끊어져 나간 큰 상처가 보인다. 지표면에서 170㎝쯤 되는 줄기의 직경은 2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수수꽃다리치고는 가장 오래되고 굵은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 라일락이라고 알려진 수수꽃다리속(Syringa Linne, Lilac)의 나무에는 수수꽃다리 외에도 정향나무, 개회나무 등이 있으며, 외국의 경우에는 약 30여종의 라일락이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수꽃다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으로 평안남도, 함경남도, 황해도에 자생하며 남한에서는 보고된 바 없다. 잎은 마주나고 하트모양으로 꽃은 봄에 피고 보통 연자주색이며, 꽃부리가 긴 통으로 되고 향기가 진하다. 개항 이후 도입된 서양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에서 60년대부터 관상용으로 많이 심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종을 개량해서 다시 들여온 미스김 라일락도 관상용으로 심고 있다.
 
개항이후 인천을 통해 수많은 문물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인천에는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근대역사문화유산이 많다. 인천역의 수수꽃다리도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인천시가 수령 131년의 자유공원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이번 최고령 라일락의 고사는 더욱 안타까운 일이라고 녹색연합은 덫붙혔다.

민속식물연구소장 송홍선 박사는 ‘비록 도입종이지만 우리나라 최고령 라일락이 무관심 속에 관리소홀로 고사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수수꽃다리를 식재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사문화적인 의미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정책위원장은 ‘고사목이지만 인천과 인천역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고사목을 현지 보존하고 또한 비록 도입종이라도 보호가치가 있는 고목과 거목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사발굴을 통해 보호수 지정 등 보존보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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