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섬, 무의도에서 젊음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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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섬, 무의도에서 젊음을 찾다
  • 이재은 객원기자
  • 승인 2015.08.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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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의 섬마을 사진 이야기] 1-무의도


‘섬마을 이야기’는 사진공간 배다리의 세 번째 ‘인천 사진 프로젝트’ 이름입니다. 인천의 지역성과 문화적 특징을 사진으로 담되, 이번에는 개성적인 창작 요소에 중점을 둡니다. 첫 번째, 두번째 ‘폐허 속의 오브제’와 ‘해안선 프로젝트’는 아카이브적 성격이 강했는데 ‘섬’은 다릅니다. 스스로 주제와 방법론을 정하고, 다른 사람과 차별적인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한 달에 한 번, 약 12회의 섬 촬영과 전시와 출판을 위한 교육 워크숍으로 구성됩니다. 지난 7월 강화도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고, 무의도가 두 번째예요. 지난해 ‘해안선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만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사진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인천의 해안선을 아카이브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는 말을 듣고 ‘사진 아카이빙이 뭐지?’ 이리저리 검색해봤을 정도니까요. 놀며, 즐기며, ‘사진가’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는 동안 조금씩 사진에 대해 알게 되고, 관심이 생기고, 궁금증이 많아졌습니다.
 
간신히 아카이브적 성격을 이해하고 선생님들 틈에 끼여 전시회를 마쳤는데 이제는 자기만의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라고 합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이왕 함께 하기로 한 거, 이번에도 열심히 따라다니기로 합니다. ‘눈대중이든’ ‘귀동냥이든’ 뭔가 배우는 게 있겠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사진가들의 촬영 모습을 기록하고 이렇게 섬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면서요.
 

 
춤 축제가 열리는 섬
 
무의도(舞衣島)는 섬의 모양이 장군복을 입고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종대교나 인천대교를 지나면 잠진도 선착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배를 타고 5분 거리입니다. 주말 및 공휴일에는 공항철도가 ‘용유임시역’까지 운행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어요.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고 매해 여름에는 ‘무의 춤 축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면 갈 수 있는 실미도는 영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죠.
 
하나개와 실미 해수욕장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에게, 국사봉과 호룡곡산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작은 어선을 타야만 소무의도에 닿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연륙교가 연결되어 광명항 선착장에서 도보로 10분~15분이면 소무의도에 갈 수 있어요.
 

 
섬에서 젊음을 찾다
 
가벼운 마음으로 ‘섬마을 이야기’에 참여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어떤 테마로 섬을 찍을지 오랫동안 곰곰 생각했습니다. ‘젊음’이 좋을 것 같더군요. 섬의 젊음, 젊은 아름다움이요. ‘섬’과 ‘젊음’이라니,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죠? 그도 그럴 것이 섬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이 없어. 학교다 직장이다 다 육지로 가고 노인들뿐이야.”잖아요.
 
비교적 나이가 적은 섬 주민을 찾아다니겠다는 게 아닙니다. ‘생각이 젊은’ 사람을 수소문해 카메라에 담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글쎄요, 모순적인 두 단어를 연결하면 새로운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연의 젊음이든, 바다의 젊음이든 말예요. 뭍에서 관광 온, 표정 맑은 젊은이를 발견할 수도 있겠죠. 젊음이 청춘이나 초록, 싱그러움, 외로움과 미래 등으로 풀어헤쳐져 새로운 이야기를 꾸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 없는 사진에서 이야기 발견하기
 
개별, 팀별로 섬을 돌아보고 저녁을 먹은 뒤 지난 사진 리뷰 시간을 갖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영욱 교수님이 참여자들에게 묻습니다.
 
“이 사진을 왜 찍으셨어요?”, “사진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찾으셨나요?”, “강화도가 갖고 있는 문화적인 코드가 있다가 뭘까요?”,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을 텐데 이 사진을 택한 이유는요?”
 
의견과 감상, 칭찬과 격려가 오고갑니다.
 
“피사체에 긴장감이 있어서 좋네요.”, “사진은 말이 없는 침묵 상태로 존재하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해줍니다.”, “농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섬을 담으셨네요.”, “개미 한 마리 때문에 바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단지 표면의 질감에 매료될 거라면 굳이 갯바위가 아니어도 됩니다. 선생님만의 감각으로 찍는 갯바위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잃어버린 성벽의 돌을 찾아서’를 주제로 잡을 수도 있겠죠. 인간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풍경사진은 풍경이 갖고 있는 고유한 숨결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과장된 표현을 자제하고 대상의 숨결을 잡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합니다.”, “개인의 관점을 갖으면서 고유의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범시민처럼 찍는 게 아닙니다.”
 
첫 작업이었던 만큼 부담과 어려움도 컸을 터. 섬 프로젝트를 어떤 주제로, 어떻게 찍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시작인 걸요.
 
작업노트를 써오신 분이 계셨는데 그 중 빔 밴더스의 문장이 눈에 띕니다.
 
“가장 힘든 것은 아무런 흥미를 갖지 않고 아무것도 읽지 않고 나 자신이 혼란스럽지도 않으면서 침묵과 암흑에 이르는 것이다. 나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사람이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오직 사실을 발견할 뿐 사진은 내 주변에 있는 피사체의 표면만을 찍을 뿐이다. 나는 그 이면의 모습을 찾으려 애쓴다. 이것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이다.”
 
리뷰 및 크리틱 수업은 세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마무리되었습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늦은 밤, 파도소리와 벌레 우는 소리, 별 그리고 술과 함께 이어졌어요.
 
사진가들은 뭐에 쓰였는지 구도와 테크닉에 빠져있대요. 다큐멘터리라는 명목으로 휴머니즘 운운하며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려는 사람도 많대요. 섬을 많이 안다고 해서 섬을 잘 찍는 건 아니래요. 사진이 갖고 있는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래요. 정보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그것 때문에 다른 걸 못 볼 수 있음), 문화적 관점에서만 집착하지 말고(감각적 접근을 방해할 수 있음), 그것과 개인적 관점을 연결하래요. 잘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면 된대요. 낯선 곳에 오면 저절로 감각기관이 열린대요. 눈과 귀, 코와 피부를 충분히 열어놓으래요.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문장.
“모범시민처럼 찍는 게 아닙니다.”
 
무의도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9월에는 장봉도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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