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쌓아온 유대, 마을극장 열정으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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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쌓아온 유대, 마을극장 열정으로 '승화'
  • 문성예 통두레실록 '틈만나면'
  • 승인 2015.09.0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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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두레 공동체 현장을 찾아 ②소성 통두레
남구에 ‘통두레’라는 소모임들이 생긴지 올해로 3년째다. 지역의 리더를 중심으로 5명 이상 모여 마을환경개선 사업을 비롯, 방범·안전, 주차, 지역봉사, 육아 등의 마을 현안을 주민 스스로 해결해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나아가 지역공동체의식과 주민자치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기존의 관변단체가 아닌,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통두레의 기본 특징이다. 남구에는 21개 동에 현재 53개의 통두레가 조직돼있고 참여인원은 880여명에 이른다. <인천in>은 통두레 현장에서 활동하는 ‘통두레 실록’팀(팀명 '틈만나면')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 통두레별로 현장을 찾아 그들의 활동을 취재, 격주로 연재한다.


모두의 손길이 담긴 초록빛 쉼터
 
“이 주변이 공기가 정말 좋아요. 여름에는 덥지도 않고, 겨울에도 춥지 않고 정말 조용하기도 해요. 이곳도 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것이에요. 그 과정을 극본으로 해서 마을극장 영상을 촬영해서 2013년도에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나무들도 직접 심고, 탁자도 직접 주민분이 해 오시고, 썩은 나무 밑동을 잘라 페인트칠을 해서 의자로 썼어요.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남구 문학초등학교 옆에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대지명가 빌라'가 보인다. 그 대지명가를 중심으로 뭉친 소성 통두레에는 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쉼터가 있다.
방치된 상태로 악취를 풍기던 공가를 철거한 자리에 다 같이 힘을 모아 주민들이 사용하고 쉴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폐지를 수거하시는 노인 분들을 배려하고자 멈추었지만 쉼터가 생기기 전에는 주변의 앉을 공간과 구조물들을 설치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폐지를 모아서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시멘트 바닥을 드릴로 뚫어서 다양한 꽃들을 심을 화단을 만들고, 풀을 뽑고 나무를 심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민들 각자의 자발적인 도움을 보태서 완성되었다. 소성 통두레의 쉼터는 이제 시간이 여물어서 10년 전에 심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그늘을 제공하고, 상쾌한 공기를 주변에 풍긴다. 2013년도에 소성 통두레는 이 쉼터를 만드는 과정을 극본으로 써서 마을극장을 공연해 주안 미디어 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의 손길과 땀방울로 만들어진 이 쉼터에 언젠가는 주민들을 위한 공동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웅성한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 밑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 생긴다면 소성 통두레의 쉼터는 더욱 특별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살가운 이웃이 함께 하는 곳

소성 통두레는 통두레 모임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주민들 간에 활동을 이어왔다. 매 달 첫째 주 일요일이 되면 주민들이 모여 동네에 쓰레기가 많은 구역을 함께 청소하기도 하고,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쉼터와 공터의 운동기구들을 관리하고 제초하는 데 시간을 함께 하기도 한다. 10년이 넘어가는 긴 기간 동안 주민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모임을 통한 활동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응당 해오고, 앞으로도 해 나갈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

이건자 통장은 소성 통두레가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주민들이 함께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뭉쳐서 차를 마시면서 이웃 간의 분란을 없애고, 서로 인사하면서 새벽 시간에도 이웃끼리 차를 빼달라고 어렵지 않게 연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통두레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미 이런 활동을 한 지가 오래되었고, 이미 통두레 모임을 하시는 분들 마음속에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어요. "
 
부부가 함께 모임에 참석하는 소성 통두레에서는 엄마모임, 아빠모임이 따로 필요가 없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가까운 이웃에 친구가 많아 서글서글하다. 유대가 탄탄한 덕에 주민들은 딱히 모임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함께하는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로 간에 관계가 친근한 덕에 자연스럽게 모여 야유회나 봄 소풍 등을 1박 2일 여행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서먹서먹한 이웃 관계를 개선하고 함께 공유하는 동네를 지키고 가꾸려는 취지에서 시작한 주민들의 움직임은 대외적으로 보이는 성과 없이도 이미 단단한 결실을 그 자체로써 맺은 것처럼 보인다.

 
마을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내다
 

<대본 연습을 하는 주민>
 
2013년, 소성 통두레에서는 마을 극장 연극을 주안 미디어 축제에 상영해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민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면가제라블’ 은 예전 대지명가 옆의 마을 쉼터를 만들게 된 과정을 유쾌한 내용과 춤으로 다룬 작품이다.
 

2013년도 마을극장 연극 ‘면가제라블’의 한 장면
 

<신나는 노래에 안무를 연습중인 주민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소성 통두레는 올해 역시 마을극장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재작년의 연극이 대지명가라는 좁은 지역에 국한되어있다는 의견을 수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다루는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남구에 있는 역사 중에서 문학동에만 있는 것을 소재로 하여 지루하지 않게 춤과 콩트를 포함한 소성 통두레의 새 마을극장 연극은 연습하는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즐거움이 느껴진다.

같은 동네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관계에서 더 나아가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유대를 쌓아온 소성 통두레의 앞으로의 고민은 이 좋은 주민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새로 오는 주민들의 마음 열린 참여를 위해서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 소성 통두레가 10년 후에도 살기 좋은 마을로써 여전히 같은 미소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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