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인체에 부담이 없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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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인체에 부담이 없는 술이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5.09.0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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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의 인천이야기]①소성주, 인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막걸리

<부평구 청천동에 있는 인천탁주 공장 전경>


‘소성주’는 인천탁주에서 만드는 브랜드 이름이다. 인천탁주는 1974년에 인천에 있던 11개 양조회사가 함께 만든 회사로, 40여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소성주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경덕왕 16년, 지방통치 제도로 개편할 때 개칭한 이름 ‘소성현’에서 따왔다.
 
9월 5일, 토요일인데도 인천탁주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이 가까워지면서 막걸리 냄새가 진동한다. 하루 종일 술 냄새 속에서 일하지만,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하는 정규성 대표(58)를 만나 ‘인천의 술’이라고 일컫는 인천탁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막걸리는 어떤 술일까. “막걸리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는 술이다. 적당히 마시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요새 뭐든지 ‘고급화, 고급화’하는데 그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서민 술을 고급화하라면 양반 술로 만들고 결국 값을 올려야 하잖은가. 우리 소성주는 서민이 찾는 술로 만들 것이다.”
 
현재 인천탁주에서 만드는 제품은 소성주 딱 한 가지다. 쌀로 만드는 소성주는 인천에서 80% 이상 소비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찾지만 그 양은 아주 적고, 대부분 인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사람들이 소성주를 찾는 이유가 뭘까. 정 대표는 “우리는 사실 소비자를 겁내하는 편이다. 소비자는 참 현명하다. 좋은 술이 어떤 술인지 금방 안다. 이쪽 계통은 소비자랑 직접 만나다 보니까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규성 대표가 소성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 곧 가을. 막걸리는 봄, 가을에 많이 팔린다. 집집이 냉장고를 들여놓으면서 여름에도 팔리긴 하지만 사람들은 맥주를 많이 찾는다. 겨울에는 날이 추워서 센 술을 많이 마신다. 막걸리가 잘 팔리기 시작한 때는 2010년이다. 정 대표는 그때는 웰빙 붐이 불었고, 사람들이 건강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일본 사람들이 우리 막걸리를 많이 찾는 사실이 보도됐다. 일본 취재진이 우리 막걸리를 찾아다니는 걸 우리 방송들이 함께 취재하면서 사람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막걸리 기행을 하는 등 막걸리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그때 전국적으로 막걸리업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70~80% 정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9년부터 몇 년 동안 대단했다. 2012년부터 천천히 줄었고, 우리는 2014년까지 잘 팔리다가 올해는 좀 주춤하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띵하다는 사람이 많다. 정 대표는 “원료가 밀가루였을 때 막걸리는 미숙주였다. 그때는 큰 맥주 회사 빼고는 냉각기가 없었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는 활용할 줄도 모르고 있는 줄도 몰랐다. 1992년도에 우리가 농주를 생산하면서 살균 기계를 설치할 때 미국 사람이 와서 했다. 그만큼 우리 실정은 기술이 아주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효할 때 38도까지 올라간다. 실제로 30도를 넘기면 안 되는데, 넘어가니 미숙주일 수밖에 없었다. 공정상의 문제다. 머리 아픈 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소성주는 90%는 쌀이고, 10%는 올리고당이다. 곡주의 특성은 머리가 아픈 거지만, 쌀로 만들어 완숙시키니까 머리 아픈 것은 훨씬 줄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음주 습관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이 먹는 사람이 많다. 막걸리 도수가 약하니까 많이 마시게 된다. 사람들하고 어울리다 보면 또 많이 마시게 된다. 소주 한 병 마시는 사람은 대개 더 마시진 않은데, 막걸리는 더 마시게 된다. 예부터 농주(農蛇酒)는 일하다가 마시니까, 마시고는 일하고 땀을 냈다. 일하면서 술기운이 다 없어졌다. 또 춤 추고 노래하면서 마시니까 술에 취하지 않았다. 요샌 조용히 마시니까 취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 대표 할아버지는 1938년에 대화주조(주)를 만들었고, 정 대표 아버지가 그 회사를 이어받았다. 1974년에 11개 회사가 모여 인천탁주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아버지에 이어 1989년에 회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우리 집 일 정도’로 생각했지 회사 일을 맡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5년 전에 처음 회사를 맡았을 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점점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고 보통 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렸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큰 혜택을 받고 살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는 인천지역에서 기부활동을 많이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주는 ‘아너 소사이어티’ 상도 받았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 주목받을 만한 일은 전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기부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소성주를 인천시민에게 팔고, 거기서 나는 이익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거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저는 혜택 받고 살아와서 그걸 안 하면 잘못하는 것 같다. 몸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대단하다. 금액으로 하는 건 돈 있으면 하는 거지 대단하지 않다.”
 
정 대표는 막걸리만큼 특색 있는 술도 드물다고 했다. “막걸리는 반제품 비슷하다. 나오는 순간부터 발효가 된다. 세계적으로 이런 술이 얼마나 될까 싶다. 생맥주가 같은 경우다. 막걸리는 효모균이 살아 있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정 대표에겐 계속 하고 싶은 일이 두 가지 있다. “막걸리 계속 잘 만들고 싶다. 예전보다 더 맛있다, 소성주니까 특별나다는 말을 소비자한테 듣고 싶다. 그래서 계속 연구할 거다. 또 하나는 회사가 꾸준히 잘 돼서 기업할 때까지 기부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쌀막걸리 소성주가 알맞은 온도에서 발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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