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금고는 폐쇄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지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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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금고는 폐쇄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지닌 곳"
  • 김영숙 객원기자
  • 승인 2015.09.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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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문정신마당 수도권 공개포럼' 열려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수도권 공개포럼’이 9월23일(수) 오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렸다. 2013년에 시작한 이 포럼은 시립박물관에서 시작해 10월 8일까지 전국적으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학진흥원 후원으로,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인천시립박물관이 주관했다. 이날 포럼을 정리해봤다.

포럼에 앞서 김종서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인문정신마당을 인천에서 열게 돼 기쁘다. 인천은 우리나라 개항기로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면서 “사람은 인생의 틀에 갇혀 세상을 못 볼 수도 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참여하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우성 시립박물관 관장은 인문정신 포럼을 인천을 출발점으로 시작하게 돼 고맙다면서 “문화는 우리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이 자리는 우리가 우리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는가, 토지금고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인천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토지금고는 폐쇄성과 개방성을 지닌 곳이다

1부 첫 번째 순서로, 토지금고를 ‘소통, 서로 알아가는 우리 동네’를 주제로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생 박종두, 박신혜 학생이 발표했다.

남구 용현동 토지금고 주변은 낙섬을 중심으로 모두 매립돼 땅이 되었고, 염전으로 가려진 바다도 매립됐다. 인천 지역에 있던 염전이 폐염전이 되면서, 낙섬염전도 사라졌다. 이 지역에 세워진 주택 형태는 ‘살아있는 현대 주택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시대 양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시 인구의 증가는 건축물이나 도로망의 건설과 같은 물리적인 지표와 다양한 사회와 경제적인 지표들의 변화로 이어진다.

폐쇄성과 개방성. 토지금고는 두 가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때 이곳은 육지의 끝이었기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힌 동네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길들을 만들고 철길과 역을 건설하며 고속도로와 터미널을 짓고 섬을 허물고 바다를 메워 전혀 새로운 공간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 가로망은 공간 속의 훼방꾼이 되어 남쪽으로부터는 제2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경인고속도로, 수인선, 주인선이 공간을 동서로 나누어 토지금고 주민들 간의 대화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토지금고 사람들은 이 길로 외부와 소통을 했다. 토지금고의 길들은 사람들의 공간을 가르는 벽이 되기도 하고, 외부와의 소통창구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시립박물관 청년자원봉사자 김유나 씨가 <우리 동네 흔적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동네와 어떻게 소통했을까?’를 발표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 친구가 사는 공간, 학교생활을 위한 공간과 식생활을 위한 공간 등을 위주로 동네를 인식해 왔다. 아이들이 동네를 의식적으로 보고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아이들이 사는 곳을 위주로 팀을 나눠 동네 탐방을 진행했다.

4주차 때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동네 모습을 먼저 그리고, 그 다음에 자신의 꿈을 그렸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은 동네 공간의 작은 변화마저 알아차릴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아이들이 동네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남을 생각한다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시작이다.

세 번째 순서로, 전 토지금고시장 상인연합회장 이민재 씨가 ‘토지금고시장, 골목에서 시장으로’를 발표했다.

토지금고시장은 인천시 남구 용현5동 617번지로, 제1 제2경인고속도로 출발지 및 인천공항과 서해안고속도로 인접 교통요충지 일대를 일컫는다. 1980년대 이 지역은 1,2층을 함께 사용하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옥형태였다. 1990년대에는 하나로 쇼핑센터, 세반상가, 엘림상가, 용현시장, 신기시장, 떠벌이야채 등 상가가 많이 생겼다. 2000년대는 IMF 여파를 겪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상인이 유입되었다. 2010년에는 다양한 품목의 상품으로 변모하는 등 경영현대화사업이 시작되었다. 2011년에는 토지금고시장 인정시장으로 등록했다. 경영현대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현재는 골목형시장사업, 인문도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책을 만나는 것도 기막힌 인연이다

2부 첫 번째 순서는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잔치 기획자인 이야기씨가 ‘헌책으로 나누는 인사’를 발표했다.

배다리는 추억 속에 묻혀 있는 곳이 아니라, 당대의 장소다. 왜 자꾸 추억의 장소로 소개될까. 잔치를 필요하면서 ‘느릿느릿’이라는 수사가 꼭 필요했다. 요즘은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헌책을 구하는 과정이 어떤가.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찾아와서 거리를 걷고, 손끝에 먼지를 묻히다가 생각지 못한 보물을 건진다. 독서의 출발은 다르다.처음 책을 대면하는 시작이 상품으로의 책이냐 인연으로의 책이냐를 고민하게 됐다. 책 또한 인연이다. 헌책은 누군가의 손길을 타고, 누군가의 시간으로 갔다가, 나한테 오는 것이다.

2부 두 번째는 남구 도서관기획전문가인 가천대 김정화 초빙교수가 ‘인문학 융성의 거점이 되다’를 발표했다.

인천은 다양한 한국영화 촬영지로서의 공간이기도 하다. <파이란> <신장개업> <북경반점> <실미도> <황해> 등이 인천의 항구와 연안과 섬과 개항지를 무대로 제작된 영화들이다. 그 공간에서 때로는 이방인과 서민들의 소중한 꿈이 물거품처럼 스러지기도 했으며, 남북분단의 비극의 상징적으로 형상화되기도 했으며 엽기적인 공포영화가 탄생되기도 했다.

인천은 1876년 개항 이래 다양한 서구 건축물이 조성된 공간이었다. 청국과 일본 조계지가 있는 인천 중구 일대 개항장 거리에는 19세기 말 각국의 영사관과 은행, 상회 등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들 건축물의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듣고 탐방하는 것이야말로 길 위의 인문학에 걸맞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느루’는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노는’ 도서관이다

2부 세 번째로 마을n사람 사무국장인 이혜경씨가 ‘인문학도서관 느루와 우리동네 문화복덕방’을 발표했다.

서구 가좌동에 있는 ‘느루’는 십여 년 동안 동네활동을 한 결과물이고 연장선에 있는 공간이다. 푸름샘도서관이 동네 사람들의 필요성에 희해 만들어진 것과 같이 청소년들의 필요와 어른들의 공감대에 의해 만들어졌다. 느루는 처음부터 청소년의 의견과 주도했다. 그 이유는 스스로 만든 공간이어야 자발적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 느루는 책만 읽고 조용히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노는’ 장소다. 사랑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 작업하는 공간이다.

‘우리동네 문화복덕방’은 동네사람들을 만나고 잇는 활동을 ‘사람책’의 방식으로 소통한다. ‘사람책’은 그야말로 사람이 책이 되어 자기가 가진 가치와 철학, 삶의 방식을 들려주는 책이다. 느루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비빌 언덕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고 결정하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공간의 역할을 할 것이다.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활동을 통해 자기 삶을 들여다보고 이웃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삶터로서의 공간이 될 것이다. 느루는 청소년이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과의 소통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묻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대견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다시 마을을 돌볼 수 있는 건강한 성장의 순환체계로 만들어갈 것이다.

2부 네 번째 순서로, 무천시민학습원 동아리 ‘비움(B-UM)’에 있는 신현숙 씨가 ‘나눔과 공유를 통한 성장의 힘’을 발표했다.

이 동아리는 2011년 여름에 <열하일기>를 시작으로 ‘조선후기 지성사 산책, 연암과 그의 시대’, ‘논어’, ‘길 위의 삶, 삶의 철학 양명학’, ‘과거의 목소리? 오늘을 읽는 역사 ‘사기’’, ‘도끼 들고 철학하기, 아찔하고 짜릿한 ‘장자’’ 읽기, ‘대장부와 성인되는 학문-맹자와 주자를 읽는다’, ‘연암깊이읽기’, ‘루쉰읽기-문학의 근대인가, 근대의 문학인가’를 진행했다.

또 주텍스트인 고전을 따로 또 같이 읽었다. 낭랑하게 암송하고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암송하고 선택 에세이로 끝내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삶을 돌아보고,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갔다.

1,2부 발표가 끝난 다음에는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동네” 북콘서트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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