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이 숨어 지냈던 섬에 발을 딛다
상태바
해적이 숨어 지냈던 섬에 발을 딛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5.11.18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은 기자의 섬마을 사진 이야기]4-이작도
해적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것 아니냐고요? 우리나라에 정말 해적이 있었냐고요?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20분 거리에 있는 이작도는 해적들이 은거하여 이적도라 불렸다가 ‘이적’이 ‘이작’으로 변해 이작도가 되었대요. 영화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1박 2일 방송팀이 다녀가기도 했죠.
 
대이작도는 옹진군 자월면에 달린 섬인데 넓이가 2.57㎢, 해안선 길이가 18㎞에 불과해 도보로 둘러보기에 좋아요. 큰 섬 대이작도 맞은편에는 아우 격인 소이작도가 있고, 두 섬 간의 직선거리는 500m도 안 될 만큼 가깝습니다. 이작도에는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몇 개의 인기 있는 해수욕장, 고운 모래, 해송 숲이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작도’ 하면 ‘풀등’이죠.
 
‘풀등’ 혹은 ‘풀치’는 대이작도 앞바다에 썰물 때마다 거대하게 솟아오르는 모래섬이에요. 조수간만의 차가 클 때는 길이 5km, 폭 1km로 넓어 작은 사막처럼 보이기도 하죠. 섬 프로젝트 팀도 풀등을 보기 위해 일정을 둘째 주로 잡았어요. 섬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배를 타고 부드럽게 자태를 드러낸 모래섬으로 이동했죠. 하지만 안개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사막처럼 ‘쨍한’ 사진은 찍을 수 없었어요. 대신 물속 반영과 멀리 수평선 끝에 걸린 털구름을 담을 수 있었죠.
 
오후에는 부아산과 송이산 산행 및 마을 산책을 하고 다음 날 오전에는 소이작도로 이동했어요. 잿빛 구름 모자를 쓰고 있는 섬의 인상이라든가, 저녁 하늘의 푸름, 아침 바다의 초롱초롱한 고요 등은 개인적 상상에 맡기고 오늘은 ‘섬마을 이야기’ 참가자 몇 분의 사진을 소개하려고 해요.
 
 
꿈을 꾸는 섬 ⓒ 김원곤

꿈을 꾸는 섬 ⓒ 김원곤
 
 
김원곤 님은 ‘꿈을 꾸는 섬’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제출했어요. 7장 모두 작가만의 개성으로 찍은 사진이었죠. “섬에 가기 전에 늘 기대를 한다. 내가 보는 것 말고 또 뭐가 있지 않을까. 희망이 있지 않을까.”
 
이영욱 교수님은 “몽환적인 섬이 모습과 섬을 지키는 군인, 두 개의 결합이 특이하다. 현실적인 이미지만 보여줬다면 시각적 효과에만 매료되고 다른 방식으로 깊게 사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흔들린 섬만 있었다면 과한 시각적 효과 때문에 감상을 방해했을 수도 있지만 경계근무를 서는 군인의 현실감이 균형을 잡았다. 사진은 기법뿐만 아니라 어떻게 조합하느냐도 중요하다. 비(초)현실에 백령도 일반의 상식을 끌어와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코멘트 합니다.
 

대청도 농여해변 석수천의 비밀 ⓒ 소헌영

대청도 농여해변 석수천의 비밀 ⓒ 소헌영
 
 
소헌영 님은 대청도 농여해변에서 발견한 불가사의하고 미스터리한 문자 바위를 공개했습니다. “약간 높은 언덕 위 관측소에 올라가 파노라마를 찍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확대하니 바위로 형성된 3개의 문자가 발견됐다.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기기묘묘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글자가 나란히 정렬돼 있어서 불가사의해 보인다.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바위의 글자는 한자로 석수천(石水川)인 것 같다고 소헌영 님은 밝혔습니다. 누가, 왜 여기다 석수천을 만들었을까 고민하다가 그럴 듯한 사연을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어디 한번 들어보세요.
 
“백령도에 와서 심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청이 빠진 인당수는 백령도와 북한 사이에 있다. 전설에는 심청이 용궁에서 살다가 연꽃을 타고 나왔다는데 바다에 연꽃이 있을 리 없지 않나. 그렇다면 용궁이 이쪽 대청도에 있고, 용궁에서부터 연화리까지 흐른 천이 바로 석수천이다. 그 물에 핀 연꽃을 타고 연화리까지 온 것이다. 그런 사정을 돌로 표시해놓은 것이다.”
 
다시 보니 사진은 놀라웠고(정말 외계인이 남긴 글자일까요?), 소헌영 님이 짜 맞춘 이야기는 재미있었어요. 현장에서 카메라를 잡았을 때는 풍경사진을 남겨야겠다는 마음 뿐, 바위가 글자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집에 돌아와 사진을 살펴보다가 낯선 점을 감지한 거죠. ‘선기록 후발견’할 수 있는 것도 사진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따스한 그곳에는 ⓒ 임경화

따스한 그곳에는 ⓒ 임경화
 
 
임경화 님은 끊어진 철조망 사진에 ‘따스한 그곳에는’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하나의 대상을 선택, 집중하는 과정에서 일관성과 응집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로 저 대상을 통해 뭔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구나, 하는 작가의 의도가 확실하게 전달된다. 철조망은 분명 상징성이 있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새싹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하다. ‘따스한 그곳에는’라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강한 듯하면서도 날카롭다.” 이영욱 교수님은 좋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작도 출사에 함께 한 작가는 마흔일곱 명, 리뷰에는 약 스무 명이 참여했습니다. 저 역시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고, 읽고, 들으면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7장의 사진을 올리고 폴더에 제목을 붙이는 것은 이번 달에 새로 시작된 조건입니다. “표제는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으로만 다는 게 아니다. 사진과 텍스트의 상승효과를 만들어서 많은 상상력,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좋다. 표제 다는 일은 어떤 의도로 작품을 할 것인지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긴 문장으로 할지, 간단히 키워드로만 할지 면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영욱 교수님은 말합니다.
 

소이작도로 넘어가기 전에 찍은 단체사진 ⓒ 이재은
 
 
12월의 섬은 쉽니다.
1월에는 하루 일정으로 선재도에 가요.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내년에 밝은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