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과 귤현보, 물고기이동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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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과 귤현보, 물고기이동의 날
  • 장정구
  • 승인 2015.1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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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올해 인천녹색연합은 인천in과 함께 굴포천과 그 지류에 대해 12차례 탐사를 진행하였다. 얼마 전 ‘귤현보의 굴포천 수생태계 영향조사’ 최종보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부천시는 굴포천의 수질개선과 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귤현보를 철거하자고 제안하였다. 또 얼마 전 부평구는 2020년까지 굴포천 복원 프로젝트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굴포천은 한남정맥 만월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하여 부평,계양,부천,서울양천,김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인천에게 가장 큰 지방하천이다. 귤현보는 굴포천과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이의 보(洑)로 평소에는 굴포천 물이 아라뱃길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막고 강우 시 굴포천의 수량이 많아지면 아라뱃길로 물이 흘러들도록 설계된 보다.
 
기수역(汽水域)은 일반적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의미하는데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다양한 염분농도를 나타낸다.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며 연안 어류의 산란장, 치어생육의 장소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수역의 생태적 가치가 농경지의 250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 인천경기만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황해와 만나는 곳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성과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다.
 
경인아라뱃길 사후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하면 아라뱃길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전어, 점농어, 풀망둑, 가숭어 등 해양성 어류가 8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을 정기적으로 순환시키면서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은 18‰까지, 귤현보 인근은 20‰까지 염분농도를 보이고 있다. 굴포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신곡수중보의 설치목적 중 하나가 해수유입 차단이었다고 하니 과거에도 지금도 굴포천의 하류는 넓은 범주에서 기수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굴포천에서는 전어나 망둑어, 숭어 등 기수역의 물고기들은 볼 수 없다.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민물고기만 관찰되고 있다. 물고기들은 산란, 생육, 먹이활동 등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데 귤현보와 신곡양배수장 등 인공구조물에 의해 가로막혀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하굿둑이나 방조제, 보로 인해 바닷물이 하구로 유입되지 않고 다양한 영양염류를 함유한 담수가 하구로 흘러들지 않으면 기수역 생태계는 건강할 수 없다. 특히 굴포천은 아라뱃길이 만들어지면서 U자 모양으로 아라뱃길을 통과하기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수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기수역과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이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와 주정부, 지자체, 환경단체가 협력하여 기능을 상실한 강과 강하구의 둑·댐·보 등을 개방·철거하고 물고기의 생태통로를 복원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라세댐을 순차적으로 철거하면서 수질이 개선되어 장어잡이가 부활하는 등 50년 만에 강이 되살아났다. 2014년 5월, 제1회 세계 물고기 이동의 날(World Fish Migration Day) 행사를 열렸다. 열린 강, 하천의 연결, 회귀성 어류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53개국 1,000개가 넘는 단체들이 홍보와 캠페인에 참여하였다.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하천 복원과 수질개선은 필요하다. 그동안 부평구와 부천시 등 지자체들이 중앙정부에 굴포천의 국가하천지정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귤현보의 철거, 굴포천 생태복원을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앞으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뿐 아니라 전문가,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인 합의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원미산~성주산~금마산~만월산~원적산~천마산~계양산으로 둘러싸인 부평분지에는 여월천, 삼정천, 심곡천, 구산천, 동수천, 굴포천, 산곡천, 세월천, 청천천, 목수천, 계산천 등 하천이 흘렀다. 과거 부평분지는 가히 물의 도시였다. 지금은 비록 콘크리트로 덮힌 회색도시이지만 황해의 물고기들이 한강을 따라 굴포천과 지류들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생태도시를 꿈꿔본다. 생각 만해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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