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기로에 서 있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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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의 눈물-기로에 서 있는 미래
  • 심형진
  • 승인 2015.12.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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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심형진 /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인천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말뫼의 눈물을 아시는지? 말뫼는 스웨덴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항만이 발달해 조선업이 발달하였다. 조선업을 수출주력산업으로 육성한 한국의 영향으로 말뫼의 조선업은 나날이 쇠퇴하고 더 이상의 수주가 없어 대형크레인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인수자를 찾기 위해 시장에 내놓았다. 높이 140미터 총 중량 7000톤에 달하는 이 크레인은 단 돈 1달러에 팔렸다. 만약 인수자가 없었다면 이를 해체하는 비용만 100억 원 정도 들여야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 크레인을 인수한 업체가 항구도시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이다. 조선소도 없이 모래만 있는 해안 사진을 갖고 배를 수주한 일화로 유명한 현대중공업이 세계에게 가장 첨단의 배를 건조하는 스웨덴에 눈물을 안겨준 장본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면 영원한 것은 없으며 세상은 돌고 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 현대중공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조선 산업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힘겨워 하고 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기지를 필리핀으로 옮긴 한진중공업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파산 설에 휩싸이고 있는 대우조선 등 한국의 수출주도형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산업인 조선산업은 스웨덴 말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린 말뫼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 도시로 새롭게 거듭났다. 새롭게 거듭났다는 말이 갖는 의미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도시로 거듭났다는 것이고 이는 앞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로 변신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변신한 말뫼는 지금 전 세계로부터 생태환경도시의 미래를 보기 위한 방문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역사를 보면 한 시대가 완전히 끝나야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원이나 기술을 보면 더 그렇다. 신석기 시대가 돌이 없어 끝났는가? 청동기 시대는? 철기 시대는? 자동차를 보자. 말이 모두 사라져 자동차가 발명 된 것은 아니고 초나 가스가 모두 고갈되어 전기가 발명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원자력도 지하에서 파낸다는 점에서는 화석연료에 더해 지옥에서 온 연료라 한 어느 학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지옥에서 온 연료가 모두 고갈되어야만 그 때서야 신재생에너지 또는 하늘과 바다 등 지구 표면 및 우주에서 오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까?

말을 타고 전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의 제국은 오늘날 어찌 되었는가? 발전이 진화가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세계 그래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열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하는 일에 뒤 처질 필요가 있을까?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화석연료를 계속 고집하고, 한 순간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켜 아주 오랜 시간 인간이 드나들 수 없는 곳으로 만들 위험을 갖고 있는 지옥에서 온 연료인 우라늄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도 신재생에너지 보다 싸다는 거짓말을 만들어내면서 까지 말이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고 미세먼지를 발생하여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원가를 계산하면 풍력발전은 석탄 화력발전보다 더 싸고, 태양광도 원자력발전보다 더 싸다는 원가계산을 유럽은 내놓고 있다. 미래에 발생할 비용까지 계산하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가져야 할 가치이다. 유엔도 이러한 인식하에 밀레니엄발전이라는 의제를 2016년부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발전이라는 의제를 채택하였다. 이미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2030년부터는 화석연료 발전까지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독일의 에너지 정책 등 이미 신석기 시대에 청동기를 청동기 시대에 철기를 생산하는 혜안으로 화석에너지 시대에 미래 에너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유럽기준으로 전기생산 총량에 1%도 못 미치는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은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하는 염려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인천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발전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의 발전총량은 인천시민이 사용하는 전기의 360%를 넘는다. 서울이 4.3%의 전기자급률을 보이고 경기도가 23%대의 자급률을 보이는데 인천의 전기생산량이 더해져 수도권 자급률은 무려 3~40%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런 결과를 보면 인천은 수도권의 전기공급처이다. 그렇지만 전기생산에 있어 신재생에너지 이용은 전국평균에도 못 미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대한 지원금은 전국시도에서 끝에서 1, 2위를 다툰다.

나쁜 연료에 의한 전기생산은 나쁜 산업을 인천에 유치하는 악순환을 가져오는데 석유화학, 제철 등 공해유발산업이다. 이 산업들은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발전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이들이 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LNG기지 등 위험시설을 증설하는 논리를 제공한다. 인천의 LNG소비량은 전기를 생산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고 그 대부분이 서울 경기로 흘러나가는데도 피해는 인천시민이 떠안는 격이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인천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전국 최저의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는 인천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 재정이 어렵다는 말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돈이 넘쳐나서 쓸데가 없을 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시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있을까? 하루하루 급급하게 누수되는 곳을 땜질 하는 것이 시정이라면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눈물을 흘리고 모든 것을 잃었을 때조차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최악이라면 말뫼는 차악이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가 뒤에 올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했다. 인천은 이제 이 길을 본받아야 한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을 고집하면서 디스토피아를 영접할 것인가? 아니면 신재생에너지로 미래 사회를 맞이할 것인가? 눈물을 흘리며 맞이할 것인가? 웃으면서 맞이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있다.
 

* 인천카톨릭환경연대에 기고한 글을 기반으로 새롭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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