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으로 다른 세상을 꿈꾸는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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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으로 다른 세상을 꿈꾸는 활동가들
  • 진달래 기자
  • 승인 2016.01.07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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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포 인천>모임 송도의 카페에서 만나다
<송도의 한 카페에 모여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코드 포 인천 그룹.>

인천에서 사회와 생활의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기 위한 모임 진행

전세계에서 30개.. 한국에는 서울과 인천 두 곳

매주 수요일 저녁 송도의 카페에서 자유롭게 모여



<인천in>은 6일 저녁, <코드 포 인천> 모임이 열리고 있는 송도의 한 카페를 찾았다. 

코드 포 인천(Code for Incheon(인천을 위해 프로그래밍하기))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시민들의 자발적 소프트웨어 개발 모임이다. 이들은 ‘시빅 해킹(Civic hacking)’을 표방하며, 정부에 대한 정보공개 운동 및 공개된 데이터를 가지고 어플이나 편의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그룹이다. 

타국에서는 코드 포 아메리카, 코드 포 재팬 등의 국가 단위로 30여개의 모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코드 포 서울만이 존재하다가, 작년에 홍대의 씨에 의해 <코드 포 인천>이 발족되었다. 코드 포 인천은 인천에서 매주 모이며, 코드 포 서울과 같은 플랫폼(‘Slack’)을 사용하면서 교류하고 있다.
 
 
<오늘 모임에 처음 참가한 문미혜 씨와, 운영자 홍대의 씨가 프로그래밍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인천의 카페에 모여 ‘각자의 일을 하는 모임’을 가진다. 특별히 시간을 맞춰 가야 할 필요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 참여자들은 각자 해당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자유로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만들어내기도 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의 목표가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래밍’이라는 의미에서 자유로운 형태의 모임은 중요하다.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모임의 구성원들이 인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브레인스토밍하고,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어 시민사회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인천 시민들은 이 모임을 통해 개발자, 디자이너, 활동가, 데이터 수집가 등 각자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모임의 공동 운영자(오거나이저) 홍대의 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행동과 모임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그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드 포 서울>에 비해 비교적 사람이 적은 상황에서, "인천에도 분명 관심있는 분들이 많을 텐데 아직 연결이 덜 되어 아쉽다” 며, "술을 안 마시고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작업만 하는 모임이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모임의 정체성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원래 인천에서 살던 사람도 포함되어 있지만, 일이나 학업 등으로 인천에 오게 된 사람들이 더 많다. 공동 운영자인 유호균 씨는 인하대 컴퓨터공학과 3학년으로, <코드 포 인천> 모임을 위해 멀리 송도까지 매주 오고 있다. 그는 인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버스가 여러 대 동시에 지나쳐 타야 할 사람들이 버스를 놓치는 장면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좀더 나은 버스 정류장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최근 개방된 공공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이 각 지역과 장소에서 불만 혹은 여러 가지 평가를 작성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팀원들과 함께 광범위했던 계획을 축소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의 목록을 지도로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현재는 개방된 공공화장실 700여개만 등록되어 있지만, 조만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 사람들이 직접 아는 화장실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모임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유호균 씨, 처음 참가한 프로그래머 이승철 씨, UX디자인에 참여하는 한인선 씨.>


자신을 이 모임의 ‘치어리더’라고 소개한 마이크(Mike)는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이다. 한국에는 석사과정을 위해 오게 되었는데, 석사를 마친 후 GE(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국에 6년 이상 거주하게 되었다. 그는 한국인 친구들과 스마트 시티를 위한 개발 회사를 준비중이다. 아직 한국어는 잘 하지 못하지만 모임 멤버들과 친구들의 영어가 훌륭한 덕에 인천에서 사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마이크는 “쿨(Cool)한 모임이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승철 씨(34)는 20여년간 인천에서 살아오면서 한 인쇄업체의 홈페이지 개발을 하고 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모임에 와서 <코드 포 인천>이 해온 일을 들으며 놀라워했다. 그는 "이런 비슷한 모임들이 거의 서울에서 일어나는데, 인천에 있다는게 좋아서 오게 됐다. 평소에 이기적인 소시민으로서 살다가 아기가 태어나게 되니 이제 아들이 자라날 인천을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인선 씨는 개발하고는 별로 상관 없는 논술학원 강사다. 그는 원래 인권문제와 교육문제 등을 창의적으로 풀어나가려는 고민을 하던 차에 <코드 포 인천>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이 그룹이 만든 <인천시 공공 화장실 지도> 웹 앱의 UX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그는 “좋은 모임은 서울에서 다 열린다는 것이 아쉬워 인천에서 진행하는 소설쓰기 모임을 열었는데, 회원이 8명이나 모였다”며, 인천에서 여러 가지 모임이 활발히 열렸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도의 명문 공대 IIT를 졸업하고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제이야 씨(Jaya)는 기계학습을 전공한 박사다.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그는 글로벌 캠퍼스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 크리스티(Christy)의 초대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 이 곳에 참석했다. 크리스티 씨는 한국인으로 어렸을 때 미국 시카고로 이주했다. 미국에서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던 크리스티 씨는 인천 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유타 대학교에서 일하게 되면서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 그는 코딩에는 경험이 별로 없지만 기술을 앞으로 계속 배울 예정이라, 많은 걸 알고 싶다고 했다.
 

<코드 포 인천에서 직접 만든 송도의 공공 데이터 지도. 위치에 따라 공기 오염도, 버스 위치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운영자 홍대의 씨는 커뮤니티 문화가 강하고 한옥이 코드로 자리잡은 전주에서 태어나, 탱고의 고장으로 여가생활이 풍요로운 대전을 거쳐 인천에 오게 됐다. 그는 "인천 사람들은 여가 시간도 별로 없어 보이고, 동호회나 동아리 문화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매립지, 하수처리장, 발전소 등이 계속해서 인천에 지어지고 서울과 경기의 모든 필요를 인천에서 처리하는데도, 인천 시민들이 이에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보았다.

그는 '코드 포 인천'을 만들기까지 코드 포 서울, 코드나무 등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코드 포 서울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데 드는 3~4시간을 '코드 포 인천' 운영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예전에는 정치 혹은 운동과 관계되는 일을 하면 나의 신상에 위협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사는 곳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작게 혹은 크게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시작했더니 결국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더라. 혼자 했더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이라며, 코드 포 인천 그룹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하고 많은 인천 시민들을 만나 협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 최초의 '시빅 해킹(Civic hacking)'그룹인 코드 포 인천은 새로운 구성원을 언제나 환영한다.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페이스북 그룹(링크)을 통해 가입 요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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