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방수로, 경인운하, 아라뱃길 그리고 친수복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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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천방수로, 경인운하, 아라뱃길 그리고 친수복합도시
  • 장정구
  • 승인 2016.02.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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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경제자유구역 지정하겠다, 다리 건설하겠다, 친수구역 개발하겠다 등등 개발공약들이 넘쳐나고 있다. 公約이든 空約이든 사회적 약속과 필요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인천광역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공동으로 ‘경인아라뱃길 주변지 개발타당성 및 기본계획용역’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아라뱃길 친수복합도시 조성사업’ 후보지 6곳을 우선사업대상지역으로 선정했고 발표했다. 총 면적이 460만㎡가 넘고 대부분 도시의 허파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그린벨트이다. 친수구역으로 개발하려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하는데 아시안게임으로 할당물량을 거의 다 써버린 인천시는 국토교통부가 국가물량을 해제하자 인천에 할당물량을 더 달라 옥신각신 중이다.
 
아라뱃길의 다른 이름은 아라천이다. 2011년 국토교통부는 18km짜리 운하를 국가하천으로 지정했다. 31개 지방하천을 보유한 인천에서 아라뱃길의 국가하천지정은 특별한 의미가 아닌 아라뱃길 주변지역 개발을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MB는 한반도대운하의 변형,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재정하였다. 이 특별법을 통하면 모든 법들을 무력화시키고 국가하천 주변지역 2㎞를 주거·상업·문화·레저시설 등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친수구역특별법 제정 이후에는 배 안다닐 뱃길이 아닌 주변지역 개발이 목표였던 셈이다. 같은 특별법을 묶여 있는 아라뱃길 주변지역을 그린벨트만 해제하면 얼마든지 땅 장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3년 5월, 2조7천억원을 퍼부은 아라뱃길의 개통1주년 평가토론회가 있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환경단체의 지적대로 녹조발생 등 수질은 악화되었고 ‘경운기 속도로 누가 수입출물류를 나르겠나?’ 예상대로 물동량은 10%미만이었다.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을 통과하지 않은, 터미널에서 단순처리물량까지 포함시키며 물동량 확대에 안간힘을 썼지만 목표치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라뱃길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수자원공사는 5년 후면 활성화될 것이라 항변했다. 개통 만4년을 앞둔 지금, 여전히 하루에 텅빈 유람선만 다니는 지금 아라뱃길의 관심은 온통 주변지역 개발에 쏠려 있다.
 
홍수조절용으로 건설된 굴포천방수로, 그 이후 경제성과 환경성 등 사업타당성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의견마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경인운하사업으로 변형된다. 경인운하는 한반도대운하를 공약했던 MB에 의해 한반도대운하의 시범사업 격으로 2012년 5월 개통되었다. 2조7천억원을 썼고 매년 수백억원의 관리비를 퍼붓었지만 활성화는 요원하다. 오염원유입, 구조적 문제로 수질관리는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의 아라뱃길 ‘비활성화’는 처음부터 예상됐다. 아니 전문가들과 단체들은 끊임없이 이야기했었지만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3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끝내고 사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해지자 4대강사업이 가뭄대비를 위해 사업이었다며 4대강사업 반대한 환경단체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기후변화로 전지구촌이 심각한 물 부족에 처할 것이라는 것은 환경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하여 지금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느냐이다. 불도저식 토목공사로 보와 댐을 만들기만 하면 가뭄이 해결되나? 어디선 고인 물이 녹조라떼가 되었고 다른 곳의 논바닥은 거북 등짝이 되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들은 가뭄에 무용지물이었다. 가뭄대비사업이 가뭄에 무용지물이었으면 실패이지 어찌 성공이겠는가.
 
물류수송의 경인운하는 해양레저관광을 전면에 내세우며 ‘아라뱃길’로 얼굴을 바꿨다. 지금은 주변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친수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단다. 그런데 아라뱃길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과연 쓰레기매립지, 발전시설, 각종산업단지, 도로와 항만 등 회색도시 인천의 미래를 위해 옳은 일인가. 환경단체라 해서 폭 100미터, 깊이 30미터 길이 18킬로미터의 수로를 되메우자고 주장하진 않는다.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지역주민의 개발심리를 부추겨 진행했던 국책사업들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더 이상 되풀이하진 말자는 것이다. 시화호, 새만금, 4대강 그리고 경인운하, 정말 상식적이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업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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