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고속도로 10㎞를 녹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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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고속도로 10㎞를 녹지로
  • 박병상
  • 승인 2016.02.15 18: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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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컬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주말을 이용해 경인고속도로 인천 기점에서 서인천IC까지 일부 구간의 좌우 도로를 걸었다. 내년 한국도로공사에서 인천시로 관리권이 이전될 지역이다. 여러 관심사와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동참한 것인데,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달릴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 빠르고 멋진 고속도로와 달리 그 주변은 여러모로 어수선했다. 인천 기점부터 서인천IC까지 10.45킬로미터는 장차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 게 바람직할까?

1967년 경인고속도로가 착공되면서 인천은 분할되었다. 구간에 따라 인천을 남북과 좌우로 나눈 고속도로를 아래와 위로 건너는 일반도로와 보행자 통로가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불편했고 어쩔 수 없이 주변화 된 고속도로 변 마을의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고속도로가 없어진 뒤 나누어졌던 지역은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버스와 정거장,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생기면 갈라졌던 마을은 자연스레 이어지고 분리된 인천은 드디어 하나가 되는 걸까?

경인 고속도로 좌우는 대부분 보행자도로가 좁은 일반도로이고 왕복 2차선이거나 4차선이라는 거, 처음 알았다. 평편하게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달리 과속방지턱을 넘으며 달려야 하는 고속도로 옆 일반도로는 높낮이가 들쭉날쭉했다. 따라서 경인고속도로가 일반화되어 그 좌우에 있는 기존 일반도로와 이어지거나 교차하게 된다면 쉽지 않은 토목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일반화되었더라도 여전히 넓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은 도로를 좌우의 주민들이 편안하게 건너다니기 어려울 듯 보였다.

만일, 인천으로 관리권이 이전할 구간을 녹지로 만들면 어떨까? 황당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상상일까? 독일 함부르크는 멀쩡한 간선도로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로 이어지는 녹지로 만들었다. 그러자 도로 주변은 물론 함부르크와 인근 시의 시민들이 모여들고 주변 상가는 활기를 띄게 되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녹지에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시민들, 자전거로 찾는 친구와 연인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녹지로 바뀐 도로는 시민들에게 각광받는 공원이 되었고, 함부르크 시는 긴 녹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다.

인천항을 바라보는 지점에서 서인천까지 10킬로미터 구간을 녹지로 이어지는 그림을 상상해보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물론 잔디광장과 숲이 이어지는 공원이 열린다면 녹지를 일상적으로 보는 지역의 주민은 물론 그 녹지를 찾는 인천시민 모두의 가슴이 부풀지 않을까? 가족과 연인은 물론이고 직장인들도 자유롭게 찾아올 것이다. 자전거가 다닐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주말과 휴일은 찾아오는 시민들로 공원이 북적이지 않을까? 주변 상권은 자연스레 살아나겠지. 전국에서 볼 수 없는 공원을 가진 자부심으로 인천시민들은 여간해서 주소를 바꾸지 않을 거 같다.

이관된 이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현재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시의적절하고 당연한데, 녹지 가능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놓고 시민사회와 공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고속도로와 높낮이가 확연히 차이나는 구간을 일반도로화하기 어렵겠고, 억지로 일반도로로 바꿔도 지역을 이어주는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녹지라면 넉넉하게 이을 게 틀림없다. 녹지가 되면 차량 통행에 지장이 발생할까? 어느 정도 있겠지만 기존 도로를 활용해 통행량을 적절히 분산하는 방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이관될 지역의 주변은 크고 작은 공장과 다세대주택이 모여 있다. 경인고속도로 인천기점에서 서인천IC까지 녹지가 조성된다면 주변 환경은 크게 바뀔 것이다. 상가가 형성되며 기존 주택들이 헐려나기거나 공장이 이전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투기자본이 지역공동체를 교란하고, 자신의 의지와 달리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시민이 생길 수 있겠다.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시민 행복을 높일 정책이 인천시는 사전에 마련해야겠지.

불쾌한 일인데, 인천은 낯붉힐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도시라는 오명을 이따금 듣는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시멘트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눈길 마주하기 꺼리는 시민들은 녹지 공간에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마다 녹지를 도시 총 면적의 30% 이상으로 넓히는 이유의 설명이기도 하다. 녹지가 30% 이하인 도시의 시민들은 기회가 생기면 떠나려한다고 관련학자는 주장한다.

도심 복판에 폭 50미터에 10킬로미터의 녹지가 인천시에 생긴다면 시민의식은 높아지고 범죄는 줄어들겠지. 인천에 애착이 생긴 시민들은 지역의 행사와 정책에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정주의식으로 이어질 테니, 경인고속도로의 녹지화가 관리권 이관 구간을 걸었던 이들의 꿈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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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2016-02-21 12:24:57
진짜 좋은 생각입니다.
바드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2016-02-19 11:03:10
매우 만족스런 의견이십니다

대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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