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일언반구 없는 인천 정치권
상태바
선거구 획정, 일언반구 없는 인천 정치권
  • 김송원
  • 승인 2016.02.17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김송원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여야의 선거구 획정 합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지난 2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선거구 획정을 위해 회동했지만 45분 만에 소득 없이 헤어졌다. 정 의장은 이번 주 안에 결정 나지 않으면 총선을 치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오는 23일을 선거구 획정안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단다. 하지만 20대 국회의원선거를 50여일 앞둔 선거구 논의는 여전히 안개 속 형국이다.
 
당장 여야 정치권이 자당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이전투구 중이다. 선거구 획정부터 처리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여당은 노동개혁 4법을 비롯해서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을 먼저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부터 여야 공히 선거구 인구편차를 2대 1로 줄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안중에도 없었다.
 
일찌감치 지역선거구 수는 서울 1석, 인천 1석, 경기 8석 등 수도권에서 10석과 대전·충남에서 각각 1석이 증가하고 강원 1석, 영호남 각각 2석 등이 감소하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결국 영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기득권 정치세력의 경우 이미 챙길 건 챙겼기에 여유부릴 일만 남았다는 거다. 가장 속을 끓일 사람은 정치신인과 형평성 있는 선거구 수 조정을 기대했던 인천시민이 아닐까.

 
# 제대로 된 선거구 획정은 정치개혁 과정이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대1에서 2대1 이하로 조정하라는 판시는 그동안 인구대비 정치적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인천 유권자들에겐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전국 246개 지역선거구 가운데 62개(상한인구수 초과 37개, 하한인구수 미달 25개) 선거구가 대상이다. 인천은 5개 선거구(남동갑, 부평갑, 부평을, 연수, 서·강화갑)를 조정해야하는데 모두 상한인구수(277,966명/하한인구수 138,984명) 초과지역이다.
 
그러나 거대 여야 정치권은 인천지역 선거구를 1석 늘리는 것으로 ‘땡’처리하려한다. 어찌 보면 경제·사회뿐만 아니라 정치영역에서도 수도권 규제 역할을 해온 게 선거구 인구 편차 문제여서 실상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1인 1표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직도 수도권 대 비수도권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득권 정치세력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다는 거다. 영호남 지역패권이 빚은 정치역량의 왜곡 배분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 안 된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지역선거구 조정 논의는 뒤로 한 채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을 두고 ‘일괄처리 vs 분리처리’로 지루한 다툼을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궁금한 거다. 이러다 기존 정치인들이 20대 국회에 고스란히 입성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니 정치신인의 설자리가 없을 수밖에.
 
게다가 역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구 획정이 결정된 기간을 살펴보면 2000년 16대의 경우 선거일 65일 전에, 2004년 17대는 37일, 2008년 18대는 47일, 2012년 19대는 44일 전에 최종 확정됐다. 알권리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지역선거구 수 조정, 선거구 획정 기간 및 게리맨더링 방지 등 일상적인 선거업무에서 정치개혁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치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정체성 없는 정치인이 인천을 대표할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역선거구 수 조정 및 선거구 획정을 두고 각 지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데 반해 인천지역 정치권은 일언반구가 없다. 오히려 영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만 언론에 비춰졌다. 하물며 작금의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세종시 이전 문제를 비롯한 인천의 각종 현안은 어떠한가. 여당 실세라는 인천의 한 정치인의 경우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포럼 회장이 됐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하면서도 정작 자기지역 현안은 외면한다는 조소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인천보다 특정지역 대표성을 주장하는 데는 야당도 다를 바 없다.
 
이제 영혼 없는, 이름만 인천인(仁川人)을 언제까지 용납할 건지 용단을 내릴 때다. 다른 지역민들이 자기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일할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엄선하고 있는 때에 그동안 우리가 선택해왔고 앞으로 선택할 정치인은 무엇을 대변하고 대표하는지 따져 봐야한다는 거다. 정치개혁은 내가 딛고 있는 지역 속, 나의 일상에서 출발해야한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