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영재고 개교 앞두고 운영 차질...연수구 계속 "편성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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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영재고 개교 앞두고 운영 차질...연수구 계속 "편성 못해"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2.24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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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운영비 지원약속 거부... 입학생 직접 피해 현실화 우려도

연수구청. ⓒ인천시
 
다음 주 개교를 앞두고 있는 연수구 소재 인천과학예술영재고교(이하 인천영재고)가 결국 운영비를 모두 마련하지 못한 채 입학생을 받아들이게 됐다. 전체 운영비의 25%를 부담키로 했던 연수구가 “전임 구청장이 한 약속이니 안 지켜도 된다”라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및 지역사회는 이재호 연수구청장이 사실상의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영재고의 전체 운영비 중 연수구가 올해 부담키로 한 전체 운영비의 25%인 7억 3,800만 원을 반영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개교 첫해부터 운영비를 걱정하며 출발하게 된 것이다.
 
인천영재고의 운영비는 지난 2012년 시와 시교육청, 연수구가 서로 협의한 끝에 유치 및 운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교육청이 절반, 그리고 25%씩을 인천시와 연수구가 부담키로 하면서 올해인 2016년 개교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이재호 현 연수구청장이 고남석 전임 구청장을 제치고 당선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연수구가 이 운영비에 대해 부담하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은 것. 전임 구청장이 체결한 MOU인 만큼 자신은 의무가 없으며, 전국적으로 기초자치구가 영재고 성격의 학교에 운영비를 지원한 사례가 없다면서 올해 구 예산에 분담금 7억3천800만원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구가 “전임 구청장이 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히면서, 교육계 및 지역사회에서는 현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을 비롯한 시교육청 내 주요 인사들이 진보 성향이라는 이유로 새누리당 소속의 이 구청장이 교육청의 사업에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문제를 놓고 지난해 11월께 이 구청장과 박융수 부교육감 사이에 감정 섞인 문자가 오간 정황도 발견됐는데, 이후 인천시의회 노경수 의장과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제갈원영 의원 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수차례 시의회 본회의 및 상임위 자리에서 박 부교육감에게만 일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편향적인 행위를 보이며 이같은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시교육청은 물론 인천시 역시 연수구가 약속대로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인천영재고가 그냥 선정된 것도 아니고 교육부에 신청을 해서 전국적으로 꽤 높은 경쟁률을 보인 데다, 유치 단계서부터 기초단체와 유관 기관들 사이에 한 공식적인 약속인 만큼 시는 이것을 이행했고, 연수구 역시 이행하는 것이 도의”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수구는 향후로도 운영비 부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수구 관계자는 “전국에 7개 있는 영재고 중 지자체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곳은 세종시와 광주, 대구 등 모두 광역단체들”이라며 “지역 신입생 할당 등 혜택도 없는데 계속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학교 및 다른 기초단체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인 뿐더러 재정 여건도 선뜻 운영비를 내어줄 정도로 좋은 상황도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인천영재고는 시작 전부터 이미지를 구겼다. 연수구가 운영비 지원을 거부하자 교육과정 및 운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 일부 예비 신입생들이 입학을 포기하면서 시교육청이 후순위자들을 추가 합격시키기는 등 파행이 거듭되고, 전국 교육계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이같이 교육감과 구청장이 소위 ‘정치적 갈등’까지 내보이며 학교 운영에 차질을 주게 되자 자녀들을 이곳에 입학시킨 학부모들이 애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끼리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연수구와 구의회에 건의서를 내고 구청장 면담도 했지만 구청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면서 “아이들 학습에 쓰이는 게 운영비인데 이게 해마다 부족하다고 하면 아무리 영재고라 해도 누가 이 학교를 선택하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학부모 역시 “내년도 입학설명회가 조만간 시작이 될텐데, 인천영재고에 대한 소문이 벌써부터 좋지 않다”면서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는 학교를 정작 우수한 학생들이 외면할 상황이 현실화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이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재고의 설립은 지역 인재가 다른 곳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인천의 교육 여건과 수준 등을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충분한 것인 만큼, 연수구가 당초 약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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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2016-03-03 22:08:28
선출직은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 입니다.
머문 자리에 아름다움이 남기를 기원 합니다.
추신:그릇이 그거밖에 않되네 소리는 듣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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