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숨겨진 비밀
상태바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숨겨진 비밀
  • 지창영
  • 승인 2016.03.07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칼럼] 지창영 / 시인, 번역가

-  북-미 평화 공존의 메시지

지난 2월 23일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회담한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유엔 안보리 협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발언하면서 결의안 초안이 합의에 이르고 근일간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필자는 그 회담 내용을 분석하면서 ‘중요한 진전’의 지향점은 북코리아와 미국 사이의 평화협정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글 : 점점 명확해지는 북-미 평화협정의 징후(
http://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31686&m_no=2&sec=2 )
 
지난 3월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통과되었다. 그 결의안에 왕이 외교부장이 언급한 ‘중요한 진전’이 과연 들어 있을까? 들어 있다면 그 내용이 정말 평화협정을 지향하는 것일까?

 
중요한 진전
 
결의안 전문은 52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A4 용지로 13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48조까지 읽어 나가니 12쪽에 이른다. 여기까지 ‘중요한 진전’이나 평화협정의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북의 행위에 대하여 우려하는 내용 그리고 구체적인 제재 대상과 방법을 열거할 뿐이었다. 제재에 관한 주요 내용은 국내 언론에서 무수히 반복하여 소개하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앞의 내용과 다른 방향에서 결의된 내용은 마지막 한 장에 포함된 49조와 50조에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49. Reiterates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n north-east Asia at large, and expresses its commitment to a peaceful, diplomatic and political solution to the situation and welcomes efforts by Council members as well as other States to facilitate a peaceful and comprehensive solution through dialogue and to refrain from any actions that might aggravate tensions;
 
49.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며, 이 상황을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표명하고, 이사회 회원국과 기타 국가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촉진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장려하고 아울러 긴장을 가중시킬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을 장려한다.
 
이 내용은 분명 제재를 강조하는 내용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그렇다면 이 내용이 과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위 내용은 2013년도에 채택된 결의안 2094호의 33조와 35조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과거 결의안에도 들어 있던 내용을 왕이 외교부장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50조 뿐이다. 아래 인용문에서 번호와 밑줄은 필자가 편의를 위해 넣은 것이다.
 
50. Reaffirms its support to the Six Party Talks, calls for their resumption, and reiterates its support for the commitments set forth in the Joint Statement of 19 September 2005 issued by China, the DPRK, Japan, the Republic of Korea, the Russian Federation, and the United States, including that the goal of the Six-Party Talks is th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a peaceful manner, that (1)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undertook to respect each other’s sovereignty and exist peacefully together, and that (2) the Six Parties undertook to promote economic cooperation, and all other relevant commitments;
 
50. 6자 회담이 재개되도록 지원할 것을 재확인하며, 2005년 9월 19일 중국,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이 체결한 공동성명이 이행되도록 지원할 것을 다시 강조하고, 6자 회담의 목적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1) 미국과 북코리아는 상대국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2) 6자는 경제 협력을 증진할 것과 기타 모든 적절한 노력을 수행할 것을 재확인한다.
 
6자회담에 관한 내용은 2006년의 결의안 1718, 2009년의 결의안 1874, 2013년의 결의안 2087과 2094에도 등장하므로 그 자체로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중요한 내용은 밑줄 그은 (1)과 (2)에 들어 있다. 이전의 결의안에 언급된 적이 없는 새로운 내용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언급했던 ‘중요한 진전’이란 바로 이 내용을 일컫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조항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진전이기도 하지만 향후 구체적인 실현을 향한 움직임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 조건으로 들면서 이의 실현을 부인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날은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쿠바와 관계를 개선하고 이란과 평화 공존으로 돌아선 것과 마찬가지 흐름을 타게 된다는 얘기다.

 
세계사에 획을 그을 사건
 
(1)번에서 언급된 자주권과 평화 공존은 중요한 내용이다. 자주권의 인정은 북이 미국에 대하여 줄곧 주장해 왔던 사안이다. 북을 제재하겠다고 낸 결의안에서 자주권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을 박아 넣은 것은 미국이 북의 주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로서 이는 실로 대전환이라 아니할 수 없다. 평화적 공존 역시 세계사에 획을 그을 만한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다. 평화적으로 공존하려면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야 한다. 평화협정의 체결을 전제로 한다.
 
(2)번에서 언급된 6자국들의 경제협력은 북-미의 상호 존중과 평화적인 공존에 이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현상이다. 말이 경제협력이지 십중팔구 북에 대한 막대한 지원 내지 배상의 성격이 짙을 것이다. 북은 미국과 일본에 대하여 결산할 것이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 전쟁과 제재로 인해 그동안 받은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막대한 돈을 혼자서 감당하기 두려운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경수로 지원 금액을 남한에도 부담시킨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보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미국은 왜 유엔 결의안에 그토록 항복에 가까운 내용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북의 군사력 때문이다. 핵무기, 대륙간 탄도유도탄(ICBM), 잠수함 발사 탄도유도탄(SLBM), 전자기 펄스(EMP) 등의 무기를 모두 갖추고 미국을 공공연히 위협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코리아가 유일하다. 이라크는 대량상살무기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도 미국의 침략을 받았다. 북은 그 모든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한데도 미국은 북을 어쩌지 못 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그렇다면 향후 정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오늘(3월 7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북은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격화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최종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앞서 살펴본 유엔 결의안 2270호의 끝 부분에 나와 있듯이 북-미 사이의 상호 존중과 평화 공존이 바로 그 목적지다.
 
그러나 낙관만 할 수 없는 요인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현 정권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남북 화해와 협력이 가능한 정부라면 무난하게 평화가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이어 오면서 남북 관계는 대결로 치달았고 어렵게 만들어 유지해 오던 개성공단도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강력 대응과 응징 일변도로 북을 대할 경우 이미 마련된 북-미 평화의 길이 순조롭게 가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정은을 제거하겠다는 ‘참수작전’과 북에 대한 ‘족집게식 타격’이 거론되는 데 반발하여 북은 지난 2월 23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성명을 냈다. 여기에서 북은 1차 타격 대상을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로 지목하고 2차 타격 대상을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의 대조선 침략기지들과 미국본토’로 지목했다. 타격 순서가 뒤바뀐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은 늘 자신들의 싸움 대상은 미국이라고 공공연히 언급해 왔다.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미국 본토가 먼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늘 타격 1순위로 거론되던 미국이 2순위로 밀려난 까닭은 무엇일까? 북과 미국 사이에는 이면 합의가 돼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유엔 결의안 끝 부분에 언급된 평화 공존이 이미 합의됐다면 북은 굳이 미국을 타격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정권의 안위를 위하여 섣불리 북을 자극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칫하여 연평도 포격 사태처럼 국지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과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과 일전을 벌일까?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이들이 이성적이기를 기대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