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을의 재생을 위하여: 송월동 동화마을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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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마을의 재생을 위하여: 송월동 동화마을에 대한 단상
  • 윤현위
  • 승인 2016.03.09 11: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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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인천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나온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 도시계획차원에서 행정적인 차원에서도 쇠퇴한 도시를 어떻게 재생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국가차원의 연구사업단을 조성해서 쇠퇴의 원인과 양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보유한 인구가 많고 면적이 넓기 때문에 도시전체가 쇠퇴할 가능성은 적다. 같은 도시 내에서도 쇠퇴하는 지역이 있고 새롭게 조성되어 성장하는 지역이 있기 마련이다. 지난 10년간 중구는 영종도를 제외하면 결과적으로 약 10%정도의 인구가 감소했다. 반면 서구는 청라는 제외하더라고 인구가 50% 가까이 증가했다. 검단의 행정동이 5동까지 분동된 모습이 인구증가를 반영하고 있다.

쇠퇴한 지역, 동네, 마을을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결과물들이 알려져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마을처럼 유명해진 동네가 있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사업자체의 진행이 부진하고 한 동네도 있다. 재개발이 진행되다가 조합이 해산되었거나 구역이 해제된 신흥시장주변과 같은 지역에서는 요즘 자주 나오는 공동체복원을 통한 마을재생이나 지역자산을 활용한 마을재생과 같은 말들은 아마도 주민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사실은 재개발사업이 갈등을 겪고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와중
에도 지역은 꾸준하게 쇠퇴하고 지역주민들의 연령대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쇠퇴한 인천의 마을 중에서 시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곳이 있다. 중구 송월동이다. 송월동은 원래 부내면 만석리에 속해 있던 곳이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송월동이란 이름을 얻은 것으로 안다. 중구에서도 다소 외진 곳, 차이나타운이 끝나는 평범한 인천 앞바다의 밀가루공장과 사료공장이 보이는 동네.

2014년 4월에 송월동에 동화마을이란 이름이 붙기 시작했다. 최근까지도 지속되는 벽화마을만들기의 연속선상에 동화마을도 만들어졌다. 부산의 감천마을이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셀카봉을 들고 앞다투어 몰려가기 시작했고, 동대문과 대학로 사이 충성시장을 끼고 있는 오래된 동네인 이화동 역시 담벼락에 벽화를 칠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인천에 까지 온 것이다.

송월동은 벽화마을보다 좀 더 다른 컨셉을 선택했는데,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배경을 마을에 새롭게 입히면서 다른 지역들과는 다소 차별성을 얻게 되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벽화마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주택은 여러 가지 용도가 있긴 하지만 누군가 관찰하거나 보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카를 들고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방문객들 때문에 한동안 몸살을 앓았던 서울의 삼청동 한옥마을이 떠오르는건 아마도 같은 이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전체 주택 중에서 아파트가 절반 이상이다. 이를 대도시로만 따지면 아파트의 비율을 더 올라간다. 대도시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젊은 층에게 오래된 단독주택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면 아마도 신선한 경관(Landscape)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실제로 벽화마을을 찾는 계층은 젊은 층이 많다.

크리스마스날 이화동의 그 유명한 날개 그림에서 뒤에 자기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다소 민망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라, 대부분 갓 대학을 들어간 학생들이 많다(뭐 아닐 수도 있겠으나...).

 

 
문젠 오래된 집에 벽화가 그려진다고해도 주거환경이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벽화마을에 모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카페도 늘어나고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나 상점도 늘어난다. 체험관이나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을에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상점을 낼수도 없을뿐더러 집을 쉼터 혹은 보금자리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부산여행을 가본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0년대 초반의 감천마을과 현재의 감천문화마을은 사실 많이 다르다. 주택을 포함한 동네의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재생은 사실상 공염불에 가까울 수 있다. 필자는 송월동 동화마을도 이런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송현동 동화마을에 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이 조합은 2015년 중구 사회적기업 지역특화사업에 선정되었다. 이는 구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함은 물론 마을주민차원에서 지역을 기반으로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벽화마을이라는 한계를 갖고 출발했지만 현재까지는 많은 방문객들이 계속 오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작년에 비해서 동화마을은 골목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찌해야할까?

동네와 다소 무관한 알록달록한 동화캐릭터와 배경으로 만들어진건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다른 뽀족한 방안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도 제법 들어오고 협동조합도 생겼다. 그렇다면 이 지역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음식점, 카페,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가게들이 들어온다. 그 다음은 어떤 방식으로 지역을 유지시킬 것인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이다.

동화마을의 다음 단계는 동화를 만나고 동화를 만드는 마을이 아닐까 싶다. 주말에는 연인들이 오지만 궁극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가족단위와 단체로 오는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말랑카우와 의자에서 사진 찍는 것 이외에 볼거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요 문화재에는 문화재해설사가 있다. 주말에 인천역 앞에서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들고 설명하시는 분들은 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문화재해설사분들이다.

동화마을에 동화를 구연하고 인형극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한다. 동화엔 마법사도 나오니 마술을 해주는 사람들도 한명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이 그냥 티켓을 사서 관람하는 형식으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급하지 않으니 사람을 모으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보다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만드는 요소는 연극 이외에 마로니에공원과 붉은벽돌로지어진 아르코예술극장을 무대로한 버스킹과 젊은 춤꾼들의 거리공연이 아니었던가. 홍대도 마찬가지다. 홍대를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만드는건 한껏 치장하고 비장한 각오로 부평, 일산에서 광역버스를 탄 젊은이들이 향하는 클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화마을이 동화를 만드는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어린이용 에니메이션을 만드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동화마을 주변의 공가 혹은 노후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동화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동화마을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면 동화마을의 지속가능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배다리에서 이와 유사하게 배다리의 노후한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유명한 배다리 스페이스빔도 건물을 매입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시작은 다소 어색했으나 동화마을의 주민과 관계자들이 마을을 재생시키는데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동화마을 협동조합에서는 동화마을 건너면 인천역을 등지고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동화마을 내부에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20160301_181401.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312pixel, 세로 2988pixel사진 찍은 날짜: 2016년 03월 01일 오후 6:14카메라 제조 업체 : LG Electronics카메라 모델 : LG-F500SF-스톱 : 1.8노출 시간 : 1/60초IOS 감도 : 5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측광 모드 : 가운데 중점 평균 측광플래시 모드 : 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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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없다? 2016-03-23 23:08:27
이미 알록달록해졌으니 어쩔수없다 - 는 건 상당히 아닌데 거참

민운기님과 입장이 같은 사람 2016-03-23 23:01:51
일전에 제가 지적했던 도시 '재생'을 '관광지 조성(을 통한 수익 창출)'로 착각하는 분의 이야기네요. 전문가라고 하는 분이 이런 식의 재생 담론을 가지고 있으니 이 모양이 되고 있는 거죠. 오히려 진정한 재생은 이러한 돈의 논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아닐까요? 배다리는 얼마나 안다고 거론하는지. 이렇게 안 하려고 바둥거리는 거 알면 이런 소리 못 할텐데...ㅠㅠ
"동네와 다소 무관한 알록달록한 동화캐릭터와 배경으로 만들어진건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다른 뽀족한 방안도 없었을 것이다. (...) 동화마을의 다음 단계는 동화를 만나고 동화를 만드는 마을이 아닐까 싶다."
제 생각엔 다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ㅏㅏㅏㅏ 2016-03-10 01:06:06

일전에 제가 지적했던 도시 '재생'을 '관광지 조성(을 통한 수익 창출)'로 착각하는 분의 이야기네요. 전문가라고 하는 분이 이런 식의 재생 담론을 가지고 있으니 이 모양이 되고 있는 거죠. 오히려 진정한 재생은 이...

WoonGi Min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3월 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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