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vs 인간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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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vs 인간존엄
  • 최문영
  • 승인 2016.03.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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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정책기획실장
 

‘이세돌 개인이 패배한 것이지 인류가 패배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프로9단 바둑기사 이세돌은 구글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다섯 판을 두는 바둑대결에서 잇따라 세 판을 내준 후 이같이 말했다.
 
인간과 AI가 펼치는 세기의 바둑이 지구촌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국이 펼쳐질 때 마다 승패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고 분석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삼연패 이후 넷째 판은 절치부심하여 이세돌 기사가 가져왔다. AI가 인간을 완전히 압도한 것은 아니라며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마지막 판이 남아 있기는 하나 이번 빅 이벤트에 쏠린 폭발적 관심은 인간의 과학적 성취가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세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인공지능의 개발에까지 이르렀고 이러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간으로 하여금 보다 더 편리하고 만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갖가지 방식을 통해 현실에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학적 성과가 인간의 정신적 만족감과 궁극적 행복까지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물질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점점 더 복잡다단해 지고 있다. 사회 윤리가 우선되기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지고 있다. 가족이 무너지면 사회는 위태로워진다. 가정이 해체되면 그 여파는 사회현상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며칠 전 그 실체가 드러난 일명 '락스학대, 원영군 계모 학대 살인 사건’이나 이보다 먼저 발생했던 '부천 초등생 사망 사건'과 '인천 11세 소녀 감금 및 학대 사건' 등은 가정 해체가 어떻게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정부가 장기결석자 전수조사를 벌이고는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숨겨진 아동들이 고통 속에서 지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사회안전망을 더욱 견고히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예방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우선되어야 할 일은 정신적 개선운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이혼율 증가, 출산율 저하, 청년실업자 증가와 함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 등 미래를 어둡게 하는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개발과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던 한국 사회는 가치관의 혼란과 가정의 붕괴 등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며 불안정한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대학입시준비과정으로, 대학은 취업준비과정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학교에서 교권은 무너졌으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된 것도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1844년 영국 런던에서 영적 정신적 갱신운동으로 시작된 YMCA는 120여개 국가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우선시되는 운동은 물론 청소년운동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이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YMCA는 4대 가치를 청소년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sponsibility(책임과 의무), Respect(존경과 존중), Honesty(정직과 성실), Caring(배려와 돌봄)이 그것이다. 책임감은 가정에 대한 책임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존경은 연령고하를 막론한 존경심이고 존중은 세상의 그 어떤 가치에 대한 차별 없음을 의미한다. 정직은 사회가 공정한 룰에서 작동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배려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이고 돌봄은 나보다 못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이와 같은 덕목들이 청소년에게 심어지고 이들이 자라서 사회에서 주인이 된다면 이 나라는 바로 서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의식들이 결여될 때 가정은 해체되고 사회는 불안하게 된다. 제2, 제3의 원영군 아동학대와 같은 불행한 일들이 재발 되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녀들이 사랑과 관심 속에서 넉넉한 성품을 소유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견고히 작동되어야 한다.
 
AI가 인류의 지능을 넘어설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인류의 고유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통찰과 직관을 넘어선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기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제 과학적 물적 가치를 논하는 것만큼 정신적 가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돌봄과 배려, 책임과 의무, 존중과 존경, 정직과 같은 덕목들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정신적 가치이자 인간의 존엄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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