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를 생각하는 정치와 공천 그리고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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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생각하는 정치와 공천 그리고 야권연대
  • 편집부
  • 승인 2016.03.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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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총선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에 따라서 공천을 향한 정당과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적대감 표출의 가장 강한 표현인 학살의 개념을 붙인 공천학살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휘두르는 잔뜩 벼려진 칼날에 다선의 중진 현역의원도 전직 총리출신 의원도 심지어는 살아있는 권력의 최측근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다. 얼핏 보면 현역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서 지켜보는 유권자로 하여금 통쾌함을 줄 수도 있건만, 현실의 진행은 전혀 다른 매커니즘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누구라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치 기득권이 철저하게 관통되고 있으며, 그 모습도 계파정치의 어두운 면을 빠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당의 경우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음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이름으로 정치와 공천 마케팅을 하고 있고, 공천의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공천관리위원장의 칼끝은 친박 나아가 진박을 비켜나서 당내 경쟁계파인 비박에 겨누어져 있다. 심지어는 당대표마저 공천을 먹이로 한 놀림감이 되고 있으니 비록 여당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가 보더라도 국민의 안위를 맡긴 집권여당의 공천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를 만 하다. 이러한 유치한 정치놀음의 결말은 결국 당을 지지하거나 우호적인 유권자를 겨냥하게 되어 스스로 휘두른 칼에 자신이 맞게 된다. 여당은 18대 총선에서 맹위를 떨친 친박연대 교훈을 까맣게 잊었나 보다.

야당은 더 심하다. 지난 총선과 대선은 물론 계속된 재보궐 선거에서 연전연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깃발이 채 휘날리기도 전에 야당 분열의 늪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말았다. 어떠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그들에게는 유권자들의 절절한 요구보다는 자신과 자파의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기득권 정치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혁신의 핵심이 기득권 정치의 타파라고 한다면 혁신의 좌절은 곧 기득권의 유지인 것이다. 그러니 남아있는 자나 나간 자나 모두 기득권에 발목 잡힌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 변변히 내세울 것 없는 정치적 치적에도 불구하고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여당 지지율과 각종 선거에서의 승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을 기초로 한 단순하지만 탁월한 정치공학에 기대어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비록 한국 정치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정치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소수의 건강한 목소리가 막힘없이 논의되고 그들의 존재가 다수에 의해 포용될 때 당의 활력소가 되고 중도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매개가 되어 지금의 변화된 여당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정책에 반하고 이를 비판하였다고 해서 당사자는 물론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을 모조리 배신자로 낙인찍어 공천에서 배제하는 정치야말로 공천에서 소외된 자들의 정치적 반발과 더불어 유권자의 분노와 동정심이 결합하여 총선 대승의 꿈이 한낮 신기루처럼 날아갈 수 있다.

야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초읽기에 몰려가고 있는 야권연대에 온통 집중되어 있다. 여당이 아무리 야권연대가 구태정치라 비판해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연대는 없다고 거듭 주장해도 야권의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야권지지 유권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그럴수록 야권연대에 대한 갈구는 더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열망과는 달리 전국은 물론 수도권에서의 야권연대도 어려워진 듯하다. 반면에 지역적 특성에 따른 연대의 불꽃은 여전히 살아있어 보인다. 그 불꽃의 세기는 지난 역대 선거에서 보여준 연대의 경험에 비례한다. 그 중심에 인천이 있다. 오늘날 인천은 이러한 야권연대의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호남을 제외하고는 야권 분열의 상징적 진앙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천에서의 야권연대는 기대와 불안과 교차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시간동안 정당과 정당 그리고 정당과 시민사회사이에서 야권연대의 길을 모색해 왔지만 연대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을 뿐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연대란 결국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며 공멸에 이르는 작은 기득권을 통크게 털어버리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기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모두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크든 작든 기득권을 버리고 그야말로 상생의 길로 나와야 한다. 지금은 정치인 개개인을 들먹이며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배제해야 한다는 인물 중심의 논의와 정당 지분 챙기기야 말로 기득권 정치에 다름 아닌 것이며, 교착상태에 빠진 야권연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정치실험과 정치세력의 원내진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 가능성 없는 공허한 논의에 빠져있기에는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경색된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정세,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팍팍한 삶을 바꿔보고자 하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요구가 절절하고 절박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각 정당의 공천자가 정해지면 모두가 경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야당 후보가 난립해서 여당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기 보다는 승패를 떠나 야당후보간의 경선을 통해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고 야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은 야당이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혁신에도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정치적 목표인 정권교체를 향한 더 튼튼한 연대의 초석을 놓는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야야가 일대일로 맞붙는 그림이야말로 총선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유권자들을 투표의 장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총선이 불꽃 튀는 정책대결의 장이 되도록 만드는 길이다. 이를 인천에서 만들어 보자.

결국 국민이 공감해야 혁신도 있고 정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한참 못 미쳐서 국민의 이름으로 기득권을 사고자하는 그릇된 정치가 설 곳은 지금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어야 한다. 여야 모두 국민들을 생각하고 경쟁세력을 품어 안는 상생과 공존의 정치와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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