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보다 더 나쁜 논문대필
상태바
논문 표절보다 더 나쁜 논문대필
  • 윤현위
  • 승인 2016.03.23 12:4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술렁거리고 단 하루도 조용하지도 일사분란하지도 못한 더불어민주당에 법정관리인 자격으로 들어온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공천하면서 그 파장이 작지 않다. 비례대표로 5선에 도전하면 민주정부 10년에 큰 공을 세운바 있는 피닉제 이인제의원의 당적 13번 이적만큼이나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판이다.

자신을 2번으로 공천한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박경미교수도 가관이다. 일단 비례대표 1번이라는 자리는 여성이나 혹은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자리여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서상 교수라는 직업이 약자를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든다. 한국의 수학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학교에서 교육부에서 같이 논의해서 상의하면 된다. 굳이 비례대표 1번을 줄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박경미교수의 논문표절의혹이다. 2004년에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편집해 학술지에 투고한 것은 학자로서 양심뿐만 아니라 인간성마저 의심하게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논문은 연구자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생이 그래도 좋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논문을 쓰면 모든 연구자들은 논문의 최종결과물과 함께 저작권동의서를 내게 된다. 저작권동의서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사회구성원들과 공유하자고 내는 것이지 자신의 지도교수에게 내는 것이 아니다. 지도교수는 교수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남의 저작물을 자신의 업적으로 둔갑시켰다. 수학교육보다 교육 자체의 문제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쁜 일은 대필이다. 2010년 조선대학교의 서정민박사는 10년간 54편의 논문을 대필하고 연구부정에 대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있다. 대필한 논문에는 10편 제자논문도 포함되어 있다. 적어도 인문사회분야의 논문은 연구자가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 다른 학자들의 기존연구를 참고하고 좀 더 새로운 내용을 밝히거나 이론적인 틀을 재구성하는 연구들이 방법론에 따라서 정성적인 연구를 진행하거나 계량적인 분석방법이 쓰일 수도 있다. 이는 학자들간의 선호나 출신학교에 의해서 대부분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젠 논문은 학자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되어야하며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있다면 그들의 이름도 연구진의 명단에 명시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직업연구가들의 경우 논문은 결국 업적이 된다. 자신이 얼마큼 연구를 진행하고 결과물을 얻었는지 나타낼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망있는 학회에 논문을 내기 위해서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이 책을 뒤지고 자료를 찾아서 연구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업적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논문의 편수 그리고 기여도에 대해서 퍼센테이지로 환산하는 방식까지 정교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교수는 적어도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막강한 권한 휘두를 수 있다. 또한 중견급 이상의 교수가 되면 자신의 과나 같은 분야의 교수임용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교수를 꿈꾸는 연구자들과 학위를 받고자하는 학생들은 교수의 부탁 아니 명령을 거억하기가 힘든 구조하다. 특히 한국의 대학들은 그러하다.

40편 이상의 논문을 대필해주었다면 10년치 정도의 연구업적을 대신 일해준 셈이된다. 작고한 서박사님이 스스로 교수의 개, 노예라고 자신을 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제자의 논문이라고 함은 결국 다른 제자의 졸업논문을 대신 써줬다는 뜻인데, 나이 어린 후배들의 졸업논문을 대신 써줬을 리가 없지 않은가? 결국 다른 직업이 있는 학위가 필요한 사람들의 논문을 대신 써줬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학위를 줌으로서 받는 특혜는 결국 이도 교수의 몫이다.
논문은 아는 것이 많고 자료가 많다고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후에 나오게 된다.

이는 부당한 착취이며 범죄이다. 교수임용을 미끼로 대필을 시킨다면 이땅에 전업시간강사로 사는 많은 연구자들은 이것이 부당한 것을 알지만 강하게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은 크지만 학문은 세분되어 있고 각 학문분야들은 넓지 않다. 학연과 지연으로 촘촘하게 얽혀있어 흔히 말하는 바닥에서 소문이 안 좋게 나면 설자리가 더욱 더 좁아진다. 학교 외부의 사람들은 이 사정을 너무 잘 알고 학교에 안에 있는 기득권을 가진 교수들은 이를 자신들을 위해서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크나큰 범죄를 저지르면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인권, 철학, 사회 등을 논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가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문대필을 시키는 교수들에게 말하고 싶다. 최근에 페이스북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직장인들을 위한 논문컨설팅 업체들이 정말 많다. 다른 연구들을 하느라 바쁘다면 이런 업체와 상의해서 논문을 써보라고 말이다. 죄는 짓지 말고 살아야하지 않나 싶다. 논문 대필에 관련해서 학계의 관행이고 다른 과제와 업무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구선수가 다른 일이 많아 야구게임을 뛰거나 연습할 시간이 없다면 직업을 바꾸는게 많다.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요약하고 의의를 찾고, 자신이 구축한 자료로 분석해서 현상에 대한 문제점과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30페이지 가량의 글이 어떤 이에게는 별거 아니라고 몇 사람이나 읽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글을 쓴 사람에게는 당시의 모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양심과 인간성, 인격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대필을 시키는 교수들은 정말 사회를 구하는 연구와 책을 집필하는 것 때문에 논문을 다른 이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시키고 있는건가?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현위 2016-03-24 09:19:43
죄송합니다. 더욱 더 신경 쓰겠습니다.

박용운 2016-03-24 09:04:53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오타나 맞춤법에 좀 더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글의 가치를 많이 깎아 먹네요...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