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화기획자들이 주도하는 ‘5월의 음악도시’
상태바
인천 문화기획자들이 주도하는 ‘5월의 음악도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5.02 1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악조건 불구 관보다 앞서서 문화예술 인프라 위해 ‘고군분투’
 

1일 진행된 ‘휴요일음악회’에서 싱어송라이터 이정아가 자유공원 숲속 콘서트를 하는 모습. ⓒ배영수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예술 관련 기획 단체들이 악조건에도 5월을 맞아 알찬 예술행사를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주말(4/30, 5/1)만 해도 지역 민간단체들이 자체 예산을 갖고 치르거나, 아주 약간의 지원(구청과 문화재단 등)을 받고 예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한 모습이 일부 결실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이번 달에도 풍성한 내용의 예술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우선 신포동에 소재한 클럽 ‘글래스톤베리’는 관할 중구청으로부터 아티스트 개런티 등 약간의 지원만을 받고 1일부터 시작해 오는 10월(일단 1차로 7월 10일까지 하고, 이후 일정은 차후 결정될 예정)까지 자유공원 숲속과 아트플랫폼 광장 등에서 ‘휴요일음악회’라는 타이틀로 매주 공연을 열기 시작했다.
 
단지 ‘행사를 치르기 위한 행사’의 성격이 아니다. 서울 홍대 인디 신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거나 인기 많은 ‘현재진행형’인 아티스트들이 인천을 찾아오고 있기 때문.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던 이 음악회는 글래스톤베리의 운영자인 이진우씨가 직접 홍대까지 가서 아티스트들의 소속사와 직접 접견하고 이들을 손수 섭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최’에 이름을 올린 관할 구청이 지원해준 것은 약간의 섭외비 정도 뿐이다. 모두가 이씨의 ‘발품’ 아래 기획됐다.
 
그 결과 지난 1일 처음 시작된 '휴요일음악회'는 마리슈와 이정아(슈퍼스타K 시즌3에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등이 자유공원 숲속에서, 그리고 아트플랫폼 광장에서는 뷰티핸섬과 블루 파프리카가 무대를 펼쳤다. 홍대에서 몇 만원 씩 입장료를 내야 볼 수 있는 팀들이, 이씨의 ‘직접 섭외방식’에 진정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인천을 찾고 있고, 이에 시민들은 '인디 신 현 주소'의 공연을 무료로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휴요일음악회에서 공연하고 있는 밴드 ‘뷰티핸섬’. 홍대 인디 신에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핫’한 밴드다. ⓒ배영수
 
그런가 하면 지역에서 클래식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신포니에타’는 지난 30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재즈의 날’을 기념해 국내 최정상급의 재즈 뮤지션들을 섭외해 이 단체의 공연 공간인 동인천 ‘콘서트하우스 현’에서 멋진 즉흥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이 공연은 아이신포니에타가 지자체 및 기관 지원 없이 주최 측이 자체적으로 세계 재즈의 날에 맞춰 기획했다.
 
이 무대에서는 지난 2005년 미국서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10년간 한국 최정상급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온 남경윤씨가 근래 주목받고 있는 베이시스트 김대호, 그리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재즈 드러머 중 'No.1'의 평가를 받고 있는 크리스 바가(Chris Varga)와 함께 인천을 찾아 공연했다. 장르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은 있지만, 실제 무대에 오른 이 세 명은 현재 한국 재즈 연주가들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주고 섭외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재즈의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인천에서 이러한 기획을 하는 건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현실. 아이신포니에타 관계자는 “후원회원들을 믿었고, 예술에 관심 많은 시민 분들을 믿고 했다”고 했다. 진심이 통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일 무대는 주최 측이 준비한 거의 모든 좌석이 들어차게 하는 데에 성공했고, 덕분에 참여한 시민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즉흥 향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30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재즈의 날’ 기념 연주회(장소 콘서트하우스 현)에서 공연하는 남경윤 트리오. ⓒ배영수
 
더 주목할 점은 이들을 비롯해 지역의 민간 기획자들이 직접 엮어내는 무대가 5월 내내 이어진다는 것이다. ‘글래스톤베리’는 오는 7일 인천문화재단이 ‘2016 무지개다리사업’의 일환으로 여는 ‘만국시장(아트플랫폼 일대)’의 음악회 파트를 전면 책임지고 이미 밴드 ‘미인’, 싱어송라이터 홍혜주 등 현재 홍대 인디 신에서 떠오르고 있는 스타들을 이미 섭외 완료했다. 이 ‘만국시장’은 오는 10월까지 열리는데 향후로도 음악회 파트를 모두 글래스톤베리가 섭외를 담당하게 되면서 지역의 음악 팬들이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만국시장을 가기에 ‘거리’가 다소 부담스러울 부평 및 계양지역 시민들에게는 같은 날 부평공원 일대에서 ‘사운드바운드 in 부평 애스컴’이라는 이름의 축제를 예정하고 있다. 이미 몽키즈와 오리엔탈 쇼커스, 씨없는수박 김대중, 앰즈X오곤 등 인디 신에서 나름 입지를 구축 중인 뮤지션들이 부평을 찾아 공연하는 것은 물론, 음악 평론가 나도원의 ‘인천 음악 이야기’, 90년대 부평서 음악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열렸던 ‘지음 음악감상회’의 부활 등 다양한 테마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아이신포니에타는 오는 어린이날 월미공원에서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거리 콘서트를 열고, 10일에는 ‘로즈첼리’라는 현악단을 섭외해 ‘콘하현 음악소풍 Memory 추억’이라는 주제로 무대를 연다. 또 21일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이지연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지’로 평가받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의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에 나오는 배경음악들을 재즈로 연주한다. 29일에는 ‘라이징 스타’로 평가받는 기타리스트 박경호의 무대도 예정하고 있다.
 
신포동에 위치한 재즈 클럽 ‘버텀 라인’은 올해 오픈 33주년을 맞아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짜에 공연 및 음악감상회를 연다. ‘국내 최고의 재즈 평론가’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황덕호가 인천을 찾아 음악감상회를 열고, 이례적으로 버텀 라인을 운영하는 허정선 대표와 임승경 매니저가 17일과 24일 각각 음악감상회의 시간을 갖는다. 공연으로는 20일 ‘우리만성수기 동인천탐방기’라는 주제로 하이 미스터 메모리, 정밀아, 김마스타 등 인디 신의 스타들이 함께 한다. 그 외에 27일에는 재즈 신에서 떠오르고 있는 피아니스트 윤원경이 자신의 트리오에 보컬 겸 클라리네티스트 표진호와의 협연으로 프로젝트 공연을 여는 등 거의 모든 일자에 음악감상회와 공연을 예고했다.
 
글래스톤베리의 이진우씨는 “항상 이 동네를 비롯해 인천에서 문화예술과 관련해 뭔가가 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이번 달 특히 알찬 내용의 문화축제들이 인천 전역 곳곳에서 열리는 걸 확인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관 주도가 아닌 민간 기획자들이 이것을 주도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달엔 그러한 축제들을 통해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더 많은 시민 분들과 접촉했으면 좋겠다”면서 시민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아트플랫폼 광장 앞 거리공연을 하던 당시의 싱어송라이터 홍혜주(사진 오른쪽). 현재 인디 신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홍혜주는 이번 7일 ‘만국시장’ 축제에도 음악회 파트에 참여를 확정하면서 다시 한 번 인천을 찾는다. ⓒ배영수
 
* 각 단체들의 5월 기획축제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문화예술단체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웹 페이지 등에서 상시 확인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