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새를 품기엔 아주 좋은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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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새를 품기엔 아주 좋은 곳이죠"
  • 김지숙 객원기자
  • 승인 2010.08.0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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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지난 27일 인하사대부고 생물실. 인천야생조류연구회를 설립하고 한층 더 바빠진 김대환(인하사대부고 생물교사) 회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인천 자연환경과 새를 지키기 위해 7명의 회원들과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경제우선 정책에 떠밀린 대규모 개발로 자연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인천은 지리나 환경 면에서 새들이 서식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를 보호하기 위한 야생조류관련 시민단체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자발적인 참여로 비영리 민간단체가 설립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시민과 자연이 하나돼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인천야생조류연구회(Inchoen Birding Association)가 설립된 건 지난해 11월이다. 8개월 동안 이들은 섬 탐조 관광사업 준비를 비롯해 인천시와 '인천야생조류서식전략 중장기 대책'을 세워 조류 보호 자구책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다. 비영리단체라고 보기엔 활동이 예사롭지 않다.

"5년, 많게는 10년 동안 꾸준히 새를 봐왔던 사람들이 뭉친 것이니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해야 할 일도 많고 열의도 대단하죠."

그는 연구회 설립 이후 특히 중점을 두어 활동하고 있다는 섬 탐조 관광 사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 놓았다.

"인천엔 섬이 150개 정도 되죠. 그 중 문갑도와 굴업도를 방문했어요. 지난 4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모니터링을 했는데, 문갑도에서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와 멸종위기 일급인 매를 발견했어요. 5월엔 인도·유럽지역 새인 하우스크로우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이 새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관찰되지 않은 미기록 종이죠. 회색바람까마귀는 국내에선 네 번째 발견입니다."

김 회장은 이런 성과를 들며 섬 탐조 관광사업에 대한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동안 새를 보기 위해 어청도, 홍도 등 먼 거리까지 움직여야 했으나 인천에서 문갑도까지의 거리는 고작 한 시간 남짓입니다. 거기다 물이 많고 인가도 있으며, 섬이 험하지 않다는 장점도 있어요. 해수욕장이 있어 관광 접근성도 매우 좋은 편이고요."

두 번째는 태평양을 건너 시베리아, 중국, 몽골에 이르는 새들의 이동경로에 인천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은 새들의 번식과 휴식처일 뿐만아니라 해안과 습지, 숲이 분포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먹이 공급처로서도 탁월합니다. 일본 전체를 봤을 때 590여 종의 새가 분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남한만 540종이예요. 이러한 사실은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어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장점도 있죠. 더욱이 인천이 국제도시이다 보니 탐조와 관련된 개발이 이루어지면 외화획득 측면에서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그는 "섬 탐조 관광을 전제로 한 개발은 생태보존 마인드로 접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연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최소한의 개발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해 맹목적 보존만이 아니라 친환경 생태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해야 지켜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계양산을 들 수 있죠. 계양산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개발될 것 같은 땅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땅이 지켜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연구회 회원들과 카페(http://cafe.daum.net/ibirds)를 통해 신청한 탐조 희망자와 함께 새들을 찾고 있다.

7월 탐조 때는 "비가 많이 왔는데도 신청자 전원이 참석하는 등 반응이 아주 좋았다"며 "오는 8월과 9월에는 각각 남동유수지와 용현갯골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이 새롭게 만들었다는 새 탐조 노트를 꺼내 펼쳐 보였다.

"아마 이런 노트는 없을 겁니다. 학생들과 일반인이 좀 더 여유롭게 탐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기존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죠."
 
새들을 위해 개발된 먹이대도 독자 개발했다. 인천시와 함께 만든 새 먹이대는 문학산과 청량산 등에 설치됐다. 

 

"아쉬운 부분이 많아 조직적인 준비와 작업이 필요하죠"

김 회장의 연구실이기도 한 학교 생물실에는 갖가지 생물들이 살고 있다. 모두 새들의 먹잇감이다. 이 먹잇감은 그와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키우고 있기도 하고, 대학에서 기증받아 점차 늘려가는 먹잇감도 있다.

이런 면에서 김 회장은 "답답한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원책이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있어도 제때에 나오지 않아 봄 탐조 때엔 회원들이 모든 경비를 사비로 처리해야 했어요. 더 안타까웠던 것은 시민들이 새를 구조하고 싶어도 연락할 데가 없어 뒤늦게 우리에게 연락해 오지만 결국 살리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이 없음이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이기도 하지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기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토대로 10월 즈음 섬에서 촬영한 사진 전시와 섬 탐조 포럼, 안타깝게 죽은 새의 박제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 회장과 회원들의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내셔널트러스트처럼 기금을 마련해서 땅을 살 생각입니다. 전문가가 영입되면 주변에 개발될 것 같은 곳, 그곳에 지켜야 할 새들이 있다면 그런 곳을 조금씩 살 생각이죠. 새들에게 필요한 땅을 지키고 대단위 개발을 막을 수 있는 곳이요. 이제 갯벌에 나가 드러눕는 저항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 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것이죠. 필요에 의한 개발은 반대하지 않으나 정말 필요한 개발만 해달라는 의지죠. 그것과 관련해서 참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새롭게 만들어 건넨 '버딩노트' 끝자락엔 이렇게 쓰여 있다.
 
"탐조가들은 새들과 자연에 매료됩니다. 새들의 이름과 비밀을 알게 되고 숲과 바다와 하늘의 순환속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모든 것은 새를 보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조용한 감동입니다. 새들과 만나는 시간을 기록하고 널리 나누십시오. 새를 보는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틀림없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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