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구조조정-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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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구조조정-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 사태를 보며
  • 윤현위
  • 승인 2016.05.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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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필자는 지리학을 전공하였다. 지역을 연구하거나 글을 쓰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그 일 중에는 지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포함된다. 지난 몇 년간 지리학과 혹은 지리교육과에서 학생들을 만나왔다.
청주에 가면 서원대학교라는 사립대가 있다. 그리고 서원대학교에는 사범대학교 지리교육과가 있다. 지리학과는 많은 학교에 개설되지 않기 때문에 사립대학교의 사범대학에 지리교육과가 있다는 것은 사실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와중에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가 폐과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모두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여있다. 서울의 이름 높은 대학이든 그렇지 않든 모두 등급을 받고 그 등급에 맞게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말 그대로 기업에서 하는 구조조정과 같다. 학과의 인원수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기업처럼 하루 아침에 책상이 없어지거나 과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고용되는 교원들은 세부소속이 변경되는 것이지 자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학교이기 때문에 거기에 소속되어 있는 수많은 학생들이다. 과가 없어지는 것이 결정되면 결정되는 이후부터는 신입생을 받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긴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닐게다. 남은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과는 서서히 없어진다. 그렇게 같은 청주에 있는 청주대학교 지리교육과도 현재는 없어진 상태이다.
98학번들과 동갑내기인 필자와 비슷한 연배인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태어나신 분들은 아실게다. 우리는 90만명이 조금 안되는 인원수가 동시에 수능을 치룬 세대이다. 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났을 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은 이보다 좀 더 많은 수의 인원이 학력고사를 봤었다. 다시 이야기하면 전국에 자기와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대략 70~80만명은 족히 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현재 수능을 보는 14~15학번들은 1년에 60만명 수준에서 혹은 그 이하로 수능을 본다. 안전행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고3인 학생들이 60만명 정도 된다. 그럼 초등학교 1학년들은 전국에 얼마나 될까? 아주 정확한 수치는 아니겠지만 대략 31만명 정도 된다. 8살 아이가 대학에 갈 것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12년은 사회적으로 봤을 때 그리 길거나 충분한 시간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2000년에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돌파해서 고령화사회에 접어 들었다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아주 옛날일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8살 아이들이 31만명이라고 다시 호들갑을 떤다면 우린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 고령화사회에 우린 어떤 대비를 했는가?

아이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시기에 역설적으로 기존에 있던 대학들은 몸집을 늘렸고 없던 학교가 9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의 수와 정원수가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천에 사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학교를 물어보면 자기가 다니던 때에 없던 학교라서 인천에서 계속 살았으면서도 갸우뚱 할 때가 많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대학도 다르지 않다. 새로운 학교가 늘어났고 마음만 먹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된지 오래됐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하겠단다. 재정과 시설이 부족하고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재단들이 소유한 대학들은 리그에서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 사회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식은 아닌 듯하다. 교육부에서 학교에 등급을 매기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 엑셀로 받아 볼 수 있는 자료들로 학교 등급을 산정하는 것은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낼 수 있다. 교원들은 논문편수에 집착해야하고 학과에서는 취업률을 신경써야한다. 좋은 연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일정기간 가르친 이후에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대학의 학과가 취업률이 좋을 수 없고, 학과 특성이 다른데 같은 기준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취업률이 중요해진 요즘에 대학들은 융복합이라는 미명하에 순수학문을 없애거나 서로 관련이 없는 학과들끼리 묶고 있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뜻일까? 학문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학생들의 전공선택이 취업률에 의해서 침해받는다면 그것은 학교가 아닐게다.

우리나라는 공부하는데 많은 비용이 지불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그 목표가 단지 취업은 아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남에게 또 스스로에게 질문을 받아보지 못하고 청소년기를 보내야하는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 어렵게 들어갔는데 단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학과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학교라고 할 수 없고 어른들이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을게다.

서원대학교 지리교육과 재학생 100여명은 자퇴서를 모아서 학교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다니고 있는 학과가 없어진다는 건 어떤 학생들에겐 젊은 날의 꿈을 짓밟히는 것과 같다.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시기라는 건은 모두 안다. 그렇다고 학교 내에서 인원을 감축하는 일을 단순히 일괄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되겠다. 자꾸 취업률에 목을 매달면 학교는 기업의 연수기능만 남게 된다. 학교에 학생이 남지 않게 되면 학교는 학교가 아니고 건물이 된다. 교수는 교수님이 아니고 그냥 박사가 된다.

대학을 구조조정함에 있어 내용과 진행속도 모두 중요하다. 만약 학생들이 줄어들어서 대학을 구조조정을 해야 할 때, 학생이 줄어드는 속도와 같아야한다면 그 동안 교육이 문제 없었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지금의 구조조정은 명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우리의 대학은 그렇게 못하지 않았는가? 대학이 격고 있는 구조조정의 문제는 학생들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필자는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아왔다. 아마 천 번은 족히 넘을 것 같다. 대부분은 그 취직도 안 되는 과를 무엇하러 가냐고 부모님도 안하는 걱정을 하거나, 점수를 낮춰서 일단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려고 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80%는 되었던 것 같다. 청년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어른이라고 보기 어렵고 어른 대접도 받아선 안되는 사람들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금도 현실적으로 취업이 어려우면 전과를 하거나 편입학을 시도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다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문학이나 순수학문을 배웠다고 해서 그 학생들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 인문학과 순수학문의 미래를 어렵다고 보는 사람들과 그런 나라를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청년의 미래가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질 뿐이다.

대학의 연원을 찾아 올라가면 1000년도 넘을 것이나 지금과 같은 대학의 모습을 갖춘 것은 프로이센에서 세운 홈볼트대학일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통일된 나라를 위한 인재를 만들고자한 목표였겠지만 적어도 독립적인 연구와 강의를 학교의 목표로 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예를 드는 독일이 순수학문을 버리고 대학을 구조조정해서 그 힘을 갖고 지금의 독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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