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남단에서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밀림으로
상태바
칠레 남단에서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밀림으로
  • 김연식
  • 승인 2016.05.29 1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⑥푼타 아레나스, 땅 끝의 짧은 휴식 - 김연식 / 그린피스 항해사


<인천in>은 지난 3월21일 부터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에스페란자호 항해사 김연식씨(33)와 함께 <에스페란자의 위대한 항해>를 격주 연재합니다. 세계적인 환경감시 선박 에스페란자호에서 부딪치며 겪는 현장의 이야기를 우리 항해사의 눈으로 보여드립니다. 지구의 남쪽 끝 칠레 푼타 아레나스 마젤란해협에서 송고한 6회분을 연재합니다.



# 짠돌이 김 군의 속사정

누구든 목사나 신부나 중이 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해진 규범을 참마음으로 따라야 한다. 단지 목사나 중이 되기 위해 규범을 따르는 것은 우습다. 이미 규범을 밑바닥부터 뼛속 깊이 이해하고 따라서 마음 편히 행동해도 규범을 거스르지 않는 상태가 먼저다. 규범 안에서 자유로운 자만이 참 종교인이다.
 

그런데 그 규범이라는 게 때로는 별달라서 보통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 어떤 이유로 금기시되기도 한다. 신부와 중이 연애를 못하고, 중이 육식을 자제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 고기와 사랑을 포기해야 한다니. 종교인의 길은 정녕 쉽지 않다. 그게 아니면 사이비가 되거나.

 

감히 종교인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환경보호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그런 비슷한 것이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사소한 실천이 그 시작이다. 뭐든지 ‘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운동을 한다 해놓고 이런 사소한 번거로움조차 감수하지 않으면 땡중이요 사이비 목사다.


그래, 그건 불편이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에게 조금 귀찮고 불편한 일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다시 쓰고,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필요한 것은 대부분 사소한 수고다. 환경운동을 전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약간의 귀찮음 쯤은 감내해야 한다.

 

에스페란자 호는 그런 귀찮음을 일상화 해놓은 배다. 먹는 것, 닦는 것, 싸는 것, 씻는 것, 버리는 것 등 어디 하나 편한 게 없다.


일단 물을 아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물’ 말이다. 물. 우리가 흔히 ‘돈을 물 쓰듯 한다’고 하는 그 물 말이다. 선원들은 물을 돈 쓰듯 한다. 배에서는 바닷물을 증류해 만든 청수를 사용한다. 그러니 물은 곧 에너지다. 손을 씻을 때 물을 틀어놓지 않는다거나 3분 안에 샤워를 마치는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끔 방문객들이 물을 콸콸 흘려보내며 손에 비누칠을 할 때가 있는데, 그걸 보는 선원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복잡다단하다. 그건 마치 공원에서 휴지가 없어서 지폐로 강아지 대변을 치우거나 고급 핸드백에 김치를 담는 사람을 보는 표정이랄까.

 

배에는 ‘가볼로지스트(Garbologist)’라는 직책이 있는데, 영한사전의 해석은 ‘쓰레기 수거인’이요, 그의 직책을 벼슬로 하면 ‘배출분리 담당관’, 그의 직무를 보면 ‘쓰레기를 수거해 분리하는 척하며 궁극적으로 전선원의 쓰레기 배출 행태를 감시하는 음지의 비밀요원’이라 하겠다. 누가 맥주를 많이 마시는지, 누가 종이를 낭비하는지, 재활용에 게으른지 각 선원을 꿰고 있다. 이 일은 상당히 전문적인데 일반쓰레기, 음식물, 플라스틱, 캔, 병, 종이, 쇠붙이, 나무 등 분리하는 종류만 10가지가 넘고, 담당자는 이 일에만 반나절을 보낸다


<분리수거담당 '가볼로지스트' 인수인계식. 아르헨티나 출신 파블로가 미국 출신 팔로마에게 투구를 씌워주고 있다. 힘들고 중요한 일이니만큼 전 선원의 격려 속에 임무를 받는다.>

 

쓰레기를 분리하다보면 애매한 것들이 있다. 나는 처음 배에 올라와서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를 가지고 혼자 씨름했다. 두꺼운 비닐이자 얇은 플라스틱이기도 한 애매한 녀석은 일반쓰레기인가 플라스틱인가. 겉면이 미끄럽게 코팅된 종이에 플라스틱 주둥이가 달린 우유 상자는 종이인가 플라스틱인가. 어느 날 나는 빈 우유 곽을 들고 서서 이런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겉면이 미끄럽게 코팅된 우유 상자를 버리는 방법.


1. 물고기 회를 뜨듯 겉면의 얇은 코팅 비닐을 벗겨내고 플라스틱 주둥이를 분리한다.

이 방법의 단점은 횟집 주방장이나 조각가 출신이 아니라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뿐더러 들인 공에 비해 그 결과가 좋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차라리 젖소를 키우고 싶어질 수도 있다. 또 우유를 먹을 때마다 뒤처리 걱정을 하다 그만 우유 알레르기가 생길지 모른다.


2. 남의 눈을 피해 새벽 3시쯤 일어나 쓰레기통 맨 아래에 몰래 끼워 넣는다.

이건 속임수다. 정정당당하지 못하며, 새벽에 자다 일어나기를 일주일쯤 하다보면 젖소, 젖소, 젖소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3.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놨다가 항구에 도착하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 역시 속임수이며, 그러다 보면 방에서 우유 찌꺼기가 변질되는 냄새를 단계별로 똑똑히 알게 되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내 몸에 이상한 냄새가 배는 건 어쩔 텐가. 물론 젖소가 생각날 것이다.


4. 옆 동료의 방에 몰래 버린다.

물론 걸리면 죽는다. 나라도 누가 자꾸 내 방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어떻게든 잡아낼 것이다. 쥐를 잡아 주인에게 선물하는 고양이처럼 쓰레기를 선물하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로 몰릴 수도 있다. 배에서 쫓겨나 진짜 젖소를 기르게 될 것이다.


5. 쓰레기통 앞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유 곽을 어디에 버리는지 관찰한다.

그런데 우유 곽을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며, 오래 기다리는 와중에 눈빛에 신경 쓰지 않으면 남의 뒤태를 관찰하는 놈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아무튼 복잡하다. 결론적으로 코팅된 종이는 플라스틱이다. 그리고 요새 젖소는 한 마리에 400만 원쯤 한다.


<에스페란자의 ‘입맛 떨어지는’ 포스터>


다음으로 에스페란자의 식당에는 소위 ‘입맛 떨어지는’ 포스터가 많다. 포스터는 대략 이렇다.


-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 와인 한 병(750ml)을 생산하기 위해 720리터. 맥주 한 병(500ml)은 150리터, 커피 한 병(750ml)에 840리터, 우유 한 통(1리터)에 1톤, 차 한 병(750ml)에 90리터, 사람이 1년간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데 드는 물의 양 403톤.


이런 포스터들이 커피를 타는 곳이나 우유와 맥주를 보관하는 냉장고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끝내 읽지 않으려 저항하는 이를 위해 친절하게 그림으로 설명해 놨다. 소 그림 옆에 물방울이 10개 붙어있는 식이다. 보지 않으려야 안 볼 수 없다. 그러니 우유를 한 잔 마시려다가도 얼마나 신중해지는지 모르겠다.


-이 우유 한 통을 생산하는데 물 1톤이 쓰였다고? 어이쿠, 그러면 내가 지금 물 1톤을 소비하는 건가?

사실 이런 계산은 조금 억울하다. 그렇게 치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영양을 잡아먹는 사자는 사냥할 때마다 어른 영양이 평생 먹은 물을 소모하는 셈이다. 영양은 풀을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시던데. 사자가 평생 물 5톤을 마신 영양을 일주일에 한 마리씩 사냥한다 치자. 그렇게 1년이면 사자는 영양 52마리가 평생 마신 물 210톤과 제가 마신 물까지 소모한 것이고, 그 사자를 잡은 사냥꾼은 사자와 영양이 먹고 마신 모든 에너지를 해치운 셈이라는 말인데... 아무튼 우유 한잔 마시면서 이런 복잡한 생각에 빠지다보면 정말 입맛이 뚝 떨어진다. 사람이 복잡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점심이면 배의 기관사는 일일 물 사용량을 점검해서 식당에 게시한다. 그건 방송제작자의 시청률 표처럼 전체 선원의 성적표가 된다. 물 사용량이 많은 날에는 그걸 핑계 삼아 샤워를 하지 않는 희생을 해도 좋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이외에도 식기를 대충 씻고 나중에 뜨거운 물로 한꺼번에 헹군다거나, 화장실이 비행기처럼 진공으로 작동해서 볼일을 보고나면 소중한 것을 잃기라도 한 것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슬픔을 겪는 등 곳곳에 쓰레기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는 제도와 장치가 숨어있다. 그래서 갓 배에 온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는데, 첫날부터 이 복잡한 규칙에 적응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쨌든 누구인지 몰라도 참 결벽주의자 같은 사람이 에스페란자에 강박적인 절약 정신을 심어놓았고, 나는 매일 아침 소 그림 앞에서 우유를 마시면서 물 1톤을 마시는 느낌을 받는데 적응해나갔다. 하여, 원래 구두쇠 누렁이 짠돌이였던 나는 종이 한 장, 우유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격한 자린고비로 진화하고야 만 것이다.

 

# 땅 끝의 크리스마스

 

-내일 뭐하지? 내일은 누구를 만나 무슨 기사를 써야할까?

신문사에 다닐 적에 달고 다니던 고민이다. 전날 좋은 기사를 썼어도 한번 쓰고 나면, 하루 자고 나면 다시 원점이 되어 다시 좋은 기삿감을 찾아 헤매는 일은 내게 무거운 짐이었다. 매일 저녁 빈 수첩을 붙잡고 잠 못 이뤘다. 하루 단위 무한궤도이자 쳇바퀴였다.

배를 타고부터는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 상선회사에서는 ‘아마존에서 짐을 실어 로테르담에 내려주세요’하는 식의 지령이 매번 떨어졌고, 나는 새로운 세상에 간다는 사실에 젖어 마냥 행복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창의적인 일보다 주어진 일을 실행하는 일이 몸에 맞는다.

 

그린피스의 항해도 마찬가지다. 암스테르담 본부에서는 각 지부에서 쇄도하는 캠페인 요청을 종합해 다음 일정을 잡는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현장 조사연구(2016년 3월, 레인보우 워리어 호가 조사를 돕고 한국의 방송사가 촬영했다), 인도양과 남태평양의 불법 어업(2016년 5월 현재 진행 중), 미국의 석탄화력발전과 초미세 플라스틱 해양배출, 북극과 카나리아 제도의 유전개발(시민들의 반대로 유전개발을 포기했다), 호주의 산호지대 보호, 칠레의 빙하 파괴, 인도네시아와 남미대륙의 밀림 파괴, 그리고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증설문제(2016년 5월 현재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라 쓰고 원자력위원회라고 읽는-가 증설 안을 심의하고 있다)까지. 전 세계의 환경 이슈는 지역마다 쏟아지고, 우리는 배의 위치와 우선순위를 고려한 본부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

 

빙하를 탐사하는 사이 에스페란자의 다음 여정은 아르헨티나로 결정되었다. 정확히는 남미 대륙의 우림 파괴 현장이다. 남미의 광활한 우림은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주민들에게 물과 흙, 음식을 제공하는 삶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린피스는 아르헨티나의 우림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를 보면 아르헨티나 우림은 해마다 서울시 면적의 5배(3천㎢)씩 지난 25년간 스코틀랜드 전체와 맞먹는 면적(7만6천㎢)이 파괴되었다. 지난 2006년부터 우림 파괴금지 법안이 발효되었지만 허점이 많아 사실상 종이법안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보름에 걸친 칠레 빙하 탐사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닥쳐오는 일정을 소화하는데 정신 팔린 사이 시간은 흘러버렸다. 우리가 빙하를 탐사하는 동안 칠레에서는 빙하보호법안이 이슈가 되었다. 에스페란자에 동승한 언론인들은 날마다 기사를 송고했고, 방송과 신문을 통해 칠레 전체에 빙하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탐사를 마친 에스페란자는 남미 대륙의 끝 푼타 아레나스에 기항했다. 현지 활동가와 연구자, 언론인들이 집으로 떠나고, 배는 음식을 싣기도 한다. 활동가들은 배를 떠나지 않으려고 안달했다. 사정은 이렇다.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다. 남쪽 끝 푼타 아레나스에서 수도 산티아고까지 거리는 서울과 필리핀 마닐라, 프랑스 파리와 터키 이스탄불 거리다. 차라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편이 저렴하단다. 마침 크리스마스였다. 선장은 마음이 약해졌다. 언론인과 일부 연구자만 떠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까지 동행하게 된 활동가들과 선원들은 푼타 아레나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푼타 아레나스의 크리스마스 파티 - 용접공 올렉은 제 치수보다 한참 작은 옷을 받았지만 산타의 성의를 생각해 고집스레 팔을 넣다가 그만 옷을 찢어버리는 사고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우리는 제비를 뽑아 한 명씩 누군가의 비밀 산타클로스가 되었다. 몰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여 익명으로 준비한 선물을 차례로 받았다. 갑판원 빅토리아가 작은 상자를 여니 둥근 돌을 쇳덩이에 붙여 만든 목걸이가 나왔다. 빅토리아의 반응이 싱거워보였는지 3등 기관사 빅토르는 “파타고니아 빙하 옆에서 주워온 돌로 손수 만든 것 같은데?”라고 말해 바보같이 정체를 드러냈다. 그녀에게 평생 간직할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누군가 용접공 올렉에게 스웨터를 줬는데, 그의 근육질 몸매가 생각보다 컸는지 팔꿈치를 접자마자 어깨부분이 찢어지고 말았다. 올렉의 산타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옷에 박음질해 붙이는 담뱃갑만한 칠레 국기와 색줄을 꼬아 만든 열쇠고리를 받았는데, 칠레 사람 중 갑판원 디에고가 얼마 전부터 매듭 묶는 책을 읽던 게 떠올랐다. 바보들과 보낸 따뜻한 크리스마스였다.

 

땅 끝, 지구 반대편 푼타 아레나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렇게 깊어갔다. 갑판 난간에 기대어 도시를 바라봤다. 멀리 남극에서 불어오는 차고 습한 바람, 황량한 초원. 그 언저리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도시는 어둔 불빛 속에서 잠들고 있었다. 푼타 아레나스는 이번이 두 번째다. 딱 1년 전에 상선을 타고 지나갈 적에 여기서 도선사를 태웠다. 그 때는 내가 여기 다시 와서 이렇게 즐거운 날을 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삶이 생각지도 못하게 흐르는구나 싶다.
 


<푼타 아네라스에서 바라본 마젤란 해협 - 어선들이 정박해있다. 이 곳은 남극 어장의 전진기지다. 긴 항해를 앞둔 배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푼타 아레나스 광장에 있는 마젤란 선장의 동상 -마젤란 선장도 이 계절에 이 곳에 도착했다. 더 긴 여정, 그리고 2년여 뒤 필리핀에서의 죽음이 그를 기다렸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나는 이미 멀리 왔다. 반대편까지 와버렸다. 나는 아마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철새처럼 때가 되면 고국으로 돌아가 잠시 피로를 풀고 허기를 채우겠지만, 나는 다시 먼 곳을 찾아 갈 것이다. 500여 년 전에 이 곳에 도착해 미지의 항로를 개척한 마젤란 선장처럼 말이다. 안락한 둥지를 박차고 새처럼 저 너머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는 꿈을 꿈꾸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때론 이렇게 떠도는 삶이 쓸쓸하지만 그렇다고 뭍으로 돌아가면 나는 엉덩이에 종기가 날 테다. 달릴 때 말이 행복하듯, 나는 수평선 너머를 향해 나아갈 때에야 비로소 행복한 모양이다.

 

단지 떠도는 것은 무의미하다. 삶은 곧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느냐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또 그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서로 돕고 격려하며 행복을 나누는 것. 좋은 동료를 만나 힘을 합쳐 혼자 못할 일을 해내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나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삶이다. 전부 가질 수 없다. 내 경우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삶과 순탄치 않은 연애를 감수해야 한다. 나는 다만 좋은 사람을 만나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청춘의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아마 지금 이 순간, 푼타 아레나스의 밤을 기억할 것이다. 그 때가 내 인생의 절정기였다고 회상할 것 같다. 거대한 빙하를 탐사하고 남미의 밀림에 간다. 빡빡한 일정, 정신없는 지금을 마구 즐기자 다짐했다. 배는 다시 아르헨티나 우림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7편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