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캐던 거친손, 연필을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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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캐던 거친손, 연필을 쥐고
  • 김인자
  • 승인 2016.05.3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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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문해학교 할머니들

충남 태안 중앙도서관 강연가는길.
강연시간은 오후 1시 30분. 인터넷에 지도검색을 해보니 총 소요시간이 1시간 57분 걸린단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절대로 믿지않는다.
화성휴게소까지 외곽순환도로가 엄청 밀리고 서해대교 또한 엄청 밀린다는걸 알기에 인터넷에 두 시간 걸린다고 나오면 실제로는 세 시간 오십분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늘 그렇듯이 지방에 강연이 잡혀있는 날이면 나는 그 마을에 있는 노인정이나 요양병원에 가서 책을 읽어드리고 온다.

집순이인 나는 심계옥할무니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기에 강연을 가게 되면 그날 하루는 나를 엔분의 일로 나누어  사력을 다해 나를 알뜰하게 쓰고 오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오후 1시 30분에 중앙도서관에 강연이 잡혀있어 오전 시간에 마을회관에서 한글공부 숫자공부를 하시는 문해학교 할무니들께 책을 읽어드리기로 하였다.

새벽에 일찍 서둘러 집에서 나온 덕에 약속시간보다 훨씬 빨리 태안면사무소에 도착한 나는 문해학교 할무니들이 공부하시는 곳에 찾아가니 할무니들이 공책에  숫자 공부를 열심히 하고 계셨다. 할머니들 옆에는 받아쓰기공책도 보이고 사십 점 맞았다며 공책을 숨키시는 귀여우신 춘자할머니도 계시고 연필을 얼마나 아껴쓰셨던지 몽땅연필이 손에 잡힐까 걱정인데도 "잡힌다" "잘 써져" 하시는 울 할무니들이 열심히 한글공부 숫자공부를 하고 계셨다. 호미잡고 바지락캐던 거친손으로 평생 잡아본 적이 없는 연필을 쥐고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하고 계셨다.

"할무니 공부하는거 힘드시지요?"
"응, 힘들어."
"힘든데 뭐하러 배우세요?"
"힘들어도 배워야돼.그래서 나 죽기 전에 공과금계산도 내가 해서 내고 싶고 내 이름 석자는 그래도 쓰고 죽을라꼬.."  
울 할무니들이 숫자공부 한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아주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당신 이름 석자 써보고 싶어서 공과금계산해서 내보고 싶으셔서다. 그래서 바지락 캐다 나오신 손으로 몽당연필 잡으시고 졸린 눈 비벼가며 팔 십 넘어 한글공부 숫자공부를 시작하신 것이다.

울 할무니들 모두모두 힘내셔요. 화이팅입니다.
덧셈을 가르쳐드리고 <할머니는 1학년>을 읽어드리니 울 할무니들 참 많이 좋아라하신다.
"밥 먹고 가지."
한글 쓰면서 숫자 쓰면서 연신 부엌에 들락날락하셨던 은란할무니가 점심밥을 먹고가라 청하신다.
"담에 와서 먹으께요, 할무니.
어여들 드세요.
울 할무니들 머리 많이 쓰셔서 시장하시겠어여~~"

책도 읽어드리고 내가 좋아하는 할머니들과 실컷 이야기도 하고
강연 전에 나는 이렇게 울할무니들을 만나 에너지를 꽉꽉 채우고 오후 강연에 들어갔다.
박은란할머니 김인옥할머니 정춘자할머니 이태자할머니 이춘자할머니  모두 모두 건강하셔요.
받아쓰기셤 사십 점 맞아도 빵점 맞아도 지는 울 할무니들이 너무 좋아여~
오래오래 건강하셔야해요 아라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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