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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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위하여
  • 윤현위
  • 승인 2016.06.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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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필자는 구의동에 지난 10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언제나 구의역에 가야한다. 늘 이용하던 구의역에서 한 청년이 아니 청년이라고 하기엔 고령화사회인 지금 나이 어린 사람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건과 같이 사람들은 작은 메시지로나마 자신들의 뜻을 알리고 추모하기 시작했다. 위의 사진은 인터넷에 있는 사진 중에서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가져온 것이다. 혹 이를 정식으로 게시한 언론사에서 문제 삼을 수 있겠으나 문제 삼아주지 않으시길 바란다. 많은 메모 중에서 가장 가슴이 시린 말이어서 여기서 다시 옮겨 싣는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걸까? 승강장의 점검은 전동차의 운행이 끝나면 밤에 해야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1시간 이내에 해결해야하는 말도 안되는 계약 관계? 글쎄 그걸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울거다. 우리는 사람값을 너무 싸게 보는걸 넘어서서 사람의 가치를 너무나 가벼이 여긴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일상화된 오늘날에 우리는 사람이 일을하다 혹은 사고로 죽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는건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있다. 자신의 자식 혹은 부모·형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서울메트로는 시민들이 붙여 놓은 포스트잍을 철거했다가 박원시장이 방문 한다고하자 다시 붙여놓았다고 한다. 정말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 서울메트로는 책임이 없는건가? 공사직원이 아니면 괜찮은건가? 자기 자식이 아니니까? 서울메트로에서는 포스트잍을 떼어낸 이유가 운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였다. 그렇다면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에서 풍선을 들고 타는 아이들은 어찌 되는 것인가? 포스트잍이 많이 붙어있으면 안전상에 위험한가? 포스트잍 때문에 안전이 걱정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기업이 일하는 사람의 안전은 왜 그렇게 무책임했을까?

모든 조직은 조직의 생리상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조직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게 마련이다. 조직은 사실 실체가 없다. 결국 누군가의 엄마아빠가 모여서 그리 결정하는 것이다. 세월호사건 때도 그랬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는 배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해경은 구조가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높으신 분들의 의전을 그리고 상부로 해야할 보고를 우선시 했음이 밝혀진지 오래다. 보고나 의전을 하지 않아서 조직이 혹여나 입을 피해가 더 걱정됐던 것이다. 우린 그렇게 밖에 이해할 수 없다.

2013년 크리스마스 때, 철도노조가 파업을 한적이 있다. KTX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철도노조에서는 냈었고, 많은 시민들은 조계종 앞에서 신부님이 시국미사를 드리는 이상한 상황을 이상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공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은 수도권만 생각하더라도 이천만 시민의 발이다. 이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수도권은 마비된다. 나라의 절반이 마비된다는 뜻이다. 기관사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혼자 근무한다. 그래서 지하철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과치료를 받는 분들도 많고 자살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비용문제로 인해서 아주 오래동안 해결되지 않고 지금 이 시간에도 기관사들은 혼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안전을 운운하면서 하청업체에게 싼 비용으로 관리를 맡겨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공사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지지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전 서울시에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합병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안은 양측 노조에 의해서 가결되지 못했는데 이는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두려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고용을 보장받는 일은 중요하다. 한 가정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더해 같이 일하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에 관한 내용들도 많은 신경을 써 주셨는지 묻고 싶다. 나는 사고를 당한 그 청년을 모른다. 그래도 너무 안타깝다. 우리는 정규직, 공채가 아닌 사람들은 같을 일을 하면서 서러움을 겪는 사회를 넘어서 이제는 목숨을 잃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람이 먼저여야한다. 사람이 먼저이기 위해서는 조직에서도 일하는 사람을 보호해줘야한다. 책임자를 찾고 문책하고 처벌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한다. 세월호 때 순직하셨으나 임용고시를 통한 교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인정을 받지 못한 기간제 선생님들이,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다가 다쳐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 업무 중에 산재를 당했어도 가까운 병원이 아닌 지정병원에 가야한다는 이유로 고통 받았던 노동자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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