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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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 김인자
  • 승인 2016.06.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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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그림책 읽어드리기
요즘 소화가 잘 안된다. 먹는 족족이 토하고 어지럽다.
병원다녀와 기운이 없어 병든 닭모냥 마냥 늘어져있다가 설핏 졸았는가보다. 알람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에서 오시는 오후 네 시.
심계옥할무니 마중을 하고 그림책벤치에 가보니 오늘은 양말할머니 혼자 앉아계셨다.
매일 양말할머니와 함께 앉아계시던 쩍벌려 할무니는 어디 가셨나?

"얼굴은 허애가지고 ..내 이럴줄 알고 나왔다. 오늘 노인정에 소독하느라 딴 할마이들은 다들 일찍 집에 들어들 갔다."
"아,네 ..."
"그러니 선상님도 고만 들어가라. 얼굴봤으니 됐다. 선상님 니 뭣 좀 먹었나?"
"네, 할무니‥ 할무니만 괜찮으심 저 할무니한테 책 읽어드리고 싶어요."
"기운두 없으면서 ...힘들건데 ..나한테만?"
"그럼요,울 할메랑 나라~앙."
양말할머니에게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를 읽어드렸다.

"선생님~"
우리 아파트 책벌레 5학년 민정이다. 부끄러워하며 선생님 잡수시라며 사탕하나를 주고 간다. 막대사탕이다. 양말 할머니에겐 빵하나를 수줍게 드린다. 아웅 이쁜 놈.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겉표지를 큰 소리로 읽어드렸다.
배에 힘을 잔뜩 넣고서.
"비싸게 생겼네."
우리 할머니는 비싼갈치만 좋아하시고 싼 고등어는 안 좋아하세요.
"고등어도 비싸다.
뱃자반은 비싸.
한 섬에 만원이다."
"뱃자반이 뭐예요? 할머니?"
"배에서 금방잡아 소금에 절인거 그걸 뱃자반이라고 한다.
뱃자반 아닌건 싸다.
그런건 세 섬에 만원 한다."

양말할머니에게 책을 읽어드리는 동안 세탁소에 다녀오시는 함박꽃할머니,학교선생님인 서른 여덟 살 둘째딸의 일곱 살, 다섯 살 손주를 돌봐주시는 서호할머니  (서호할무니는 다섯 시 땡해서 학교선생님인  서호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시는 예순 두 살 할무니이시다.ㅡ겉으로 보기에 너무  곱고 이뿌셔서 할무니같지 않으시다.)와 오늘 함께 읽은 그림책은 <우리할머니는 비싸요>

들며 날며하는 다른 할무니들과 달리 끝까지 남으셔서 내가 그림책읽는걸 마지막까지 다 들어주신 양말할머니.
시작과 끝을 함께 해주신 양말 할무니가 고마워서 기습뽀뽀를 쪽~하고 해드렸다.
놀라 당황하실줄 알았는데 양말할무니 수줍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구야, 다 늙어 빠진 중늙으이 오늘 수지맞았다.
을마만에 받아보는 뽀뽀인지 참 좋구만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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