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사업과 도시발전
상태바
도시개발사업과 도시발전
  • 윤현위
  • 승인 2016.06.30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지리학박사
 


필자는 인하대에 가끔 가는 편이다. 정확히는 인하대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인하대학교 후문에 있는 대학가를 간다. 인하대를 단 하루도 다닌 적이 없지만 2000년부터 주로 인하대 후문에서 술을 먹은 관계로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간다. 그래서인가 후문쪽으로만 다녔지 딱히 정문쪽으로는 지날 일이 없었다.

얼마전 우연히 송도에서 용현동으로 넘어갈 일이 있었는데, 나는 순간 당황했다. 정문기준으로 인하대학교의 좌측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인하대 정문쪽이 아파트로 재개발된 것은 알았지만 동양화학 부근이 이렇게 변한 것은 몰랐다. 또 비룡삼거리에서 용현사거리로 올라가는 지역도 한창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신문을 통해서야 이 지역의 개발이 거의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양화학과 옛 대우전자, 한불화장품 등 주로 공업지역이었던 이 지역에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이 물결은 계속적으로 올라가 용현사거리쪽으로 확대될 것이다.

언론에서는 원도심의 기능회복과 인천의 가치창조라는 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결론만 말하자면 공장을 내보내고 새로 집을 짓는 일이다. 이런 일은 사실 용현·학익에서 진행되는 도시개발사업에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여러해 전부터 인천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공장이 많기로는 서구의 가좌동 일대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 뒤지지 않는데 가좌동에 가면 완충녹지공원이 있다. 높은 지역에 올라가면 완충녹지를 경계로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이 구분되어 있고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이것은 원래 모두 공업지역이었다는 것을 느끼실 것이다. 공업용도의 토지가 주거용도로 바뀐 것이다.

도화 IC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동서식품 공장이 있는 부근을 보면 공장과 아파트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군가 보면 이것은 난개발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무계획적인 도시계획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경인고속도로 주변에 공장과 주택이 나란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일대가 준공업지역이기 때문에 주택의 입지가 가능한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불법적인 상황은 아니다. 공장이 이전한 자리에 빌라나 소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다. 학익동의 상황은 중간과정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이 매커니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은 계속적으로공장이 줄어들고 있고 이 자리에 아파트를 짓고 있다.

300만 명이 사는 도시에 공장이 많은 것은 환경적으로 볼 때,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들은 이미 상당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인구 증가율 자체는 높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서울도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인구증가율 자체는 높지 않았다. 인천은 울산을 제외하면 다른 광역시에 비해서 인구증가율이 계속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는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인천은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서 제조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제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기 때문에 도시의 자족성을 언급할 때 중요한 요소이다. 도시의 생산적 기능이 줄어들고 주거단지가 계속적으로 증가하면 인구는 증가할지 몰라도 건전한 도시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그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들이 차례로 들어설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제조업만큼이나 부가가치를 생산한다고 할 수 없다.

산업시설로 사용되던 대규모의 이전적지에 대한 주거단지 재개발은 그 내용과 방식 측면에서 한번쯤은 재검토를 해봐야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학익용현 1블록과 같이 6년 동안이나 이미 공사가 진행된 사항은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은 대부분 공사를 시행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지역적 차원에서 도시개발의 내용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인천엔 너무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소래염전을 관리한 한화도 결국 소래를 한화메트로 천지로 만들었고, 송도갯벌도, 남동공단 주변지역도 결국 다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되지 않았는가. 이러다 인천의 모든 동네가 아파트단지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주안역 뒤편의 수출 5·6공단도, 부평산업단지도, 남동공단도 이제 만들어진지가 30년이 넘어갔다. 몇 해 전부터 계속적으로 시설고도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이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되는 중이며 공단 자체적으로 고도화에 방안을 제안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역시 핵심은 상당부분 공업기능의 이전 혹은 변경이 될 것이다. 현재 토지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방법일 것이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갈 때도 부담금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송도와 청라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아파트단지를 지어서 분양할 수 밖에 없는 판국이다. 그러나 많은 미분양과 10년째 비어있는 가좌5거리의 루원시티가 그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도시의 생산적 기능은 줄어들고 경관의 획일성은 증가하는 지금의 도시개발사업은 도시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는 도시의 운영을 통해서 당장의 이익을 도시의 미래와 맞바꾸는 짓을 너무도 많이 해왔다. 학익동의 구 극동방송 사옥을 보존한들 아파트단지 사이에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