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발마사지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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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발마사지 받으세요
  • 이상문
  • 승인 2016.07.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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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발맛사지 봉사활동의 의미 /이상문(안산디자인문화고 교사)



“한 무리의 학생들이 OO노인전문병원으로 들어옵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환하게 맞이해 줍니다. 2명의 학생이 짝을 이루어 한 분의 할머니 발을 한쪽씩 맡아 마사지를 해줍니다. 마사지를 하며 할머니들과 눈을 맞추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아이, 아직은 어색한지 묵묵히 마사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아이 등 각양각색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30여 분간의 마사지를 받고난 후 아이들과 허그를 하고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밝고 행복해 보입니다.”

이 학생들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안산디자인문화고등학교 발마사지 봉사단 학생들이다. 안산디자인문화고 발마사지 봉사단은 2015년 3월부터 학교에서는 주1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선생님들께, 매주 토요일은 같은 지역에 위치한 노인병원을 찾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발마사지를 해오고 있다.

안산디자인문화고 발마사지 봉사활동은 작년 3월 이 학교에서 상담업무를 맡고 계신 김용길 선생님께서 시작하셨다. 봉사활동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한 후 3월 개학 전에 학생들에게 발마사지를 가르쳤다. 개학 후에는 발마사지를 배운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매주1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30분씩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주말에는 관내 노인병원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약 20여명으로 학생으로 시작된 이 봉사단은 올해 그 수가 60여명으로 늘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느낌이나 학교생활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마사지 하고 있을 때만큼은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마사지 봉사는 매일 아이들끼리 순번을 정해 2인 1조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마다 봉사활동을 하는 날짜가 달라서 매번 같은 아이들에게 마사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매주 요일을 정해 마사지를 받는 선생님은 여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루 종일 서서 수업을 하다 보면 다리가 쉬이 붓게 마련이다. 나 역시 다리가 자주 붓는 편이다. 사실 지난해에는 학급을 맡아 담임을 하면서 주당 23시간의 수업을 하다 보니 피로가 쉽게 밀려왔었고, 어떡해서든 피로를 푸는 것이 절실했었다. 그래서 진즉에 발마사지를 받고 싶었지만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선뜻 내 발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쑥스러워 일까? 부끄러워서 일까? 늘 피로가 쌓여있었던 탓일지 모르겠지만, 수업시수가 경감된 올해는 용기를 내어 아이들에게 내 발을 맡겼다.

무엇이든지 첫발을 디디기가 어려운 듯하다. 처음 아이들에게 내 발을 맡기던 날은 그저 형식적으로 아이들의 이름과 학년을 물어보았다. 첫 날에는 3학년 아이가 이제 막 봉사를 시작한 후배에게 방법을 일러주며 마사지를 하였다.

발끝에서 전해오는 느낌이 서로 다르다. 아픈데 아프다고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얼굴을 약간 찡그렸더니

“(3학년 아이가) 샘! 아프세요”
“응? 아니..“
“아프시면 말씀하세요. 마사지 받을 때 아픈 건 피로가 뭉쳐서 그렇데요(아이가 웃는다.)”

전문 발마사지 샵에 비할 건 못되지만, 아이들이 해주는 발마사지는 어설픈 구석이 있다. 여리디 여린 손으로 내 발을 정성스럽게 마사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대견스럽고 찡하기 까지 하다. 아이들 중에는 집에서 부모님께 해드리는 아이들도 있는데 아마 그 부모님의 마음도 나와 같이 않을까 생각된다.
회가 거듭되자 이제는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해량이는 발마사지 봉사한지 얼마나 되었니?”
“작년 3월부터 시작 했어요”
“유진이는?”
“저는 작년 2학기때 부터요”

“해량이는 어떻게 발마사지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어?”
“담임 선생님이 공지해주셔서 알게 되었는데, 실은 봉사시간에 욕심이 나서 가입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봉사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 왜?”
“중학교때는 입시 때문에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봉사활동을 억지로 했는데 지금은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아요”
“그럼 유진이는 어때?”
“저는 친구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해량이가 소개한 거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마사지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 져요”

“토요일도 봉사활동 하고 있니?”
“(해량) 네. 매주 토요일마다 가고 있어요. 아마 이 봉사가 없었더라면 토요일은 늦게까지 자고 있었을 거에요. 할머니가 모르는 학생이 와서 마사지 해드리면 낯설어 하고 서운해 하세요.”
“어떨 때는 할머니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세요...”
“할머니들께 노래도 불러드려요”
“어떤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하고 웃음을 짓는다)”

“선생님들께 발마사지 해드리는 것도 할머니들한테 하는 것하고 같은 느낌이니?”
“(해량)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해 드리는 느낌이에요. 마치 효도하는 느낌...하지만 할머니들한테는 매우 살살 조심해서 발마사지 해드려요. 너무 힘을 줘서 해드리면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유진) 할머니들은 주물러 드린다는 느낌으로 해 드려요”

“선생님들 반응은 어때?”
“시원하다고 하세요. 그런데 가끔은 억지로 받는 것 같기도 해요”

“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니?”
“네, 계속 가고 싶어요(해량, 유진)”

“3학년인데 바쁘지 않니?”
“점심시간에 마사지 말고 딱히 할 일이 없어요^^”

해량이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공익 광고를 찍어 알리는 광고기획자가 꿈이다. 유진이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고 싶어 한다. 유진이는 졸업 후에 아프리카에 봉사를 가려는 꿈을 갖고 있다. 두 학생 모두 이제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이다. 진학과 취업을 고민하는 다른 3학년 아이들에 비하면 이들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발 마사지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사랑은 행복을 이끌고 왔다. 짧은 시간 아이들로부터 마사지를 받으며 짧게 나눈 대화에서 행복바이러스가 내 가슴에 전이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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