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강의평가, 학생은 상대평가... 곤혹스러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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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는 강의평가, 학생은 상대평가... 곤혹스러운 경우
  • 윤현위
  • 승인 2016.07.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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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대학의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한창이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기말고사가 종료되는 그 순간부터지만 대학과 특히 가르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기다려야 방학을 맞이할 수 있다. 물론 대학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그 마저도 별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강의평가를 열람하고 성적 이의를 받는 시간이 온다. 대학에서 강의평가는 사실 요식행위로 간주되고 있지만 시간강사들에게는 유일하게 학교에게 최소한의 평가를 받는 지표가 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어떤 학교는 강의평가100점 만점 중에서 70점 이하인 경우 다음 학기의 강의를 맡을 수 없고, 어떤 학교는 강의평가가 하위 10%인 강사들 역시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된다. 한 가지 궁금하다. 교수님들도 이런 평가를 받을까?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학기의 마무리는 성적처리로 끝난다. 성적을 주는 일은 매번 곤욕이다. 필자는 학부를 2006년에 졸업했는데 사실상 절대평가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올스타전에 가까운 교양과목들은 그때도 상대평가였으나 전공과목은 절대평가였다. 학생들 간의 순위가 아니라 일정 수준에 상응하는 시험성적과 과제를 제출하면 학점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이제 상대평가의 시대가 왔다. 학생들 중에서는 35%만에 A 이상의 학점을 받을 수 있고 70%의 학생들만이 B 이상의 학점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하위 30%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C이하의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된 가장 큰 원인은 학점인플레라는 대학 내외부의 비판에서 기인됐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필자는 여전히 백분위로 학생을 나열하는 방식이 과연 올바른가와 이것이 학점의 인플레를 줄였다고 백번 양보해도 수업의 질이나 참여도를 더욱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점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과제와 시험지에 적은 내용이 논리적으로 틀렸나 맞았냐가 아니라 내가 다른 아이보다 못했는가를 묻고 있다. 학교 스스로 학교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성적을 더 주고 싶어도 앞서 말한 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성적입력 시스템에 아예 입력이 되지 않는다. 자동으로 계산되어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교육의 효과와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고등학생들을 보라, 우리가 겪었던 중고등학교를 떠올려보기 바란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강인원이 5명 이하라고 해도 전공과목은 교강사가 폐강시키지 않는 한 과목이 폐강되지 않았다. 현재는 수강생이 10명 미만인 경우는 많은 학교들이 강의가 폐강된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인 경우가 발생하여 수강생이 10명 이하 라고해도 평가방식은 상대평가이다. 참으로 고약하다.

성적이의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 필자는 5년째 시험문제 중간에 단답형, 객관식 등 변별력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만들어서 끼워넣고 있다. 이렇게 해도 서술형문제에 어떤 키워드가 들어가는지 분량은 어느 정도 되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큰 사고 없이 학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맞이하는 방학은 아름답지도 않고 대학교육은 좋아지기도 어렵다. 대학들은 골프장을 짓고 병원을 늘리고 실버타운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는 와중에 학생은 듣고 싶은 과목을 온전하게 듣기 어렵게 되었으며 가르치는 사람은 자신이 세운 평가방식을 적용할 수 없게 되었다. 뭐가 더 중요하고 뭐가 더 기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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