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인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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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인 할아버지
  • 김인자
  • 승인 2016.07.19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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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괜찮지 않으신 괜찮아할아버지
괜찮아 할아버지1

"아부지, 여기서 이야기듣고 계세요~ 저 은행에 금방 갔다오께여~"
괜찮아할아부지 딸이 은행에 다녀오는 동안 붕붕카할머니, 윙크할머니,양말할머니 이쁘니할머니, 괜찮아할아버지랑 함께 읽은 책은 <달구와손톱>
지나가는 젊은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하시는 말씀. "대단하십니다~"
나 이제 쓰레빠 끌고 아무케나 입고 아파트 돌아댕기면 안되는가봐. 이제 많이들 알아보신다.

그림책 한 권을 다 읽고나니 쩍벌려할머니가 저짝에 앉아계시다 이짝 그림책벤치로 건너오셨다.
"할무니, 왜 저짝에 앉아계셨어요?"
"저 짝에서도 다 들려~"
"뭐시 들려요? 가까이 오셔야지 잘 들리지요."
"바람결에 다 들려.
선상님 책읽는소리 바람따라 날아오는거 내가 똑똑이 다 들었어 ~~"

햐~~~울 할무니들 말씀하시는거 보세요~ 문학소녀에요~문학소녀.
"머시 이렇게 빨리 끝나? 책이 너무 얇은거 아냐?"
"그러게 왜 이렇게 빨리 끝나지."
"선생님 건너뛰고 읽은거 아냐?"
"헤,아녀요. 한 자도 빼놓지않고 죄다 읽었어여. 재밌으셨어요?"
"응, 고 참 재미지네."
"선생님 이왕지사 시간 내서 읽어주는 거 한 권만 더 읽어줘요."

은행 갔던 괜찮아 하부지 따님이 하시는 말씀.
"선생님 저 내일은 선생님 책읽어주시는 동안 우리 아부지 요기 앉아계시라고 하고 마트에 후딱 갔다 와도 될까여?"
"그러세요. 대신에 빨리오세요~ 오랜동안 따님얼굴 안보이면 할아버지 불안해하실 수도 있어여."
아~ 나는 왜케 인기가 많을까요? 암만해도 할무니 할아부지들 놀이방 맹글까봐여~~~





괜찮아 할아버지2

심계옥할무니를 사랑터차에 배웅하고 돌아 오는길.
부끄럼쟁이 5살 서호랑 서호할무니를 만나고 병원가시는 붕붕카할머니를 만나고
그리고 경비초소앞 휠체어에 앉아계신 괜찮아 할아부지를 만났다.
그림책 벤치에서 어제랑 저번에 뵌 괜찮아 할아부지.
"할아버지 아파요?"하고 물으면 "괜찮아~" 하고 대답하시고
"할아버지 그림책 재밌어요?"하고 물어보면
"어, 괜찮아"
머시든 괜찮아 괜찮아하시는 괜찮아 할아버지
"할아부지 어디 가세요?"
"빙원..."
"근데 왜 혼자 계세요?"
"차가 금새 올겨. 쬐깐한 차가‥"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차 타러 아파트정문앞으로 걸어갈 때 괜찮아 하부지 딸이 출근하는걸 가끔 봤다.
하부지 딸이 출근하느라 이곳에 할아부지를 모셔다두고 가셨나?
근데 할아버지는 어디 가시는거지? 경비반장할아버지에게 부탁을 해놓고 가신건가? 이러저러한 걱정이 막 생긴다. 경비반장님한테 여쭤봐야하나? 그러나 경비초소에는 아무도 안 계셨다.
이거저거 궁금한 아침.
괜찮아 할아버지가 힘들어하실까봐 말은 안 시키고 맘속으로 눈으로만 물었다.
'할아부지 어디 가요?' 그림책벤치에서 뵈었을 때랑 지금 이순간 경비초소앞에서 기운없이 휠체어에 앉아계신 할아부지를 보는 거랑은 너무 다른 마음.
안스럽고 속상하고 ...
"왜 울어? 이그 ‥"
괜찮아 할아부지가 손을 꼭 잡아주셨다.
"들어가아~ 이따 보자우..."
"네, 조심히 댕겨오세요. 하부지."
걸어가믄서 계속 뒤를 돌아다봤다.
고개를 숙이고 휠체어에 앉아계신 괜찮아 할아버지.

암만해도 안되겠다. 다시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할아버지한테 걸어가는데 딸이 저짝에서 뛰어오는게 보였다.
어찌됐든 잠시라도 할아버지 혼자 계시게 하믄 안될건데. 이따 그림책벤치에서 괜찮아할아버지 따님을 만나면 말씀드려봐야겠다.
어린아이들이 꼭 엄마가 옆에 있어야하는 것 처럼 할머니 하부지들도 꼭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한다. 특히 치매걸리신 할무니 하부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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