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몰라' 그러지 마시고, 자꾸 머리를 쓰셔야해요"
상태바
"할머니, '몰라' 그러지 마시고, 자꾸 머리를 쓰셔야해요"
  • 김인자
  • 승인 2016.07.22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3) 왕따 대 왕따

"맨날 우리랑 이러구 붙어 있으믄 친구들은 은제 만나?
요즘 젊은 엄마들 떼거리로 몰켜다니믄서 밥도 같이 먹고 코피도 마시고 하더만은‥" (양말할머니)
"헤, 할머니 저 왕따예요. 아무도 저랑 안 놀아줘여."
"하이고~놀 시간은 있고? 맨날 종종거리고 다니믄서 한갓지게 앉아서 차 마실 시간이나 있어?" (붕붕카할머니)
"선상님, 나도 왕따여.이사가고 나니 아무도 나허고 안 놀아줘어~" (윙크할머니)

윙크할머니가 나를 쳐다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으신다.
"그르시구나아. 할머니 저는 친구도 없어요. 그러니까 할무니들이 저랑 놀아주셔야 되요."
"그 무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어~~늙은이들이랑 맨날 붙어 있어서 좋을거 읍써. 젊은 엄마들이랑 놀아. 그래야 기운도 나고 그런 것이지."
쩍벌려 할머니가 손사래를 치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아~시러여어~나는 할무니들이 좋아요. 나는 할무니들한테 딱 붙어서 안떨어질거야.~"




왕따인 내가 왕따인 할무니들과 함께 읽은 오늘의 책은 <단골손님>
겉표지를 보여주며
"할무니 요기 있는 이 분 뭐하는 사람 같아여?" 하고 물으니 할머니들의 대답이 전부 다 다르다.
"마술사같은데" <양말할머니>
"글쎄 ..뭐다냐?이것이‥"<역시 신중한 붕붕카할무니>
"윙크할머니는 뭐하는 사람 같아여?"
"몰러."
"에, 할무니 무조건 몰러 그러지마시고 자꾸만 머리를 쓰셔야해여."
"머리는 뭣허러 쓰냐? 안그래도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이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궁금해 해야 치매도 안걸리고 그러는데 할무니."
"아, 나는 이거 아니어도 대갈빡 여기저기 겁나 돌려야혀."
"하하 할무니 이쁘게 생기셔가지고 대갈빡이 뭐예요?"
"아, 그랴? 대갈빡이 아닌가? 대가린가,그럼?"
"아, 그거나 그거나. 머리라고 하믄 되지, 할머니."

"아고오 할무니들은 좋으시겄어요~" 놀이터에 서호랑 서현이 자전거 태우러가는 서호할무니 말씀에
"좋지. 그럼. 나는 이 시간이 참 좋아.
누가 우리 같은 늙으이들한테 책을 읽어주겠어. 나는 이 선상님이 참 좋아."
양말할양말할머니가 내손을 끌어다 꼭 잡으신다.
갑작스런  양말할머니 사랑고백에 왕따 김인자 뿅~갔다
아, 진짜 좋다.
나도 울 할무니들이 참 좋아요.
몸 아프셔서 만사가 다 귀찮으실텐데 나오셔서 그림책 읽는거 들어주셔서 제가 더 고맙습니다, 할머니.
오래 오래 우리 같이 놀아요. 할머니. 그러니까 아프면 안돼요, 할머니.꼭이예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