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사과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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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사과 사세요!”
  • 최원영
  • 승인 2016.07.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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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데자뷰 혹은 뷰자데


 
풍경 #11. “커플 사과 사세요!”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목에 고모님이 군고구마를 팔고 계셨는데, 저를 보자마자 고모님은 어김없이 잘 구워진 고구마를 하나 주셨습니다. 그때는 맛있는 것만 기억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이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 출구 앞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젊은 커플들이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오고갔지만 할머니의 사과 광주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여전히 외치고 계십니다. “사과 한 개에 천원이요. 천원!”
이 광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중년신사가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소곤거립니다. 잠시 후 할머니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자수용 털실을 사오셨습니다. 털실 주머니를 만든 다음, 거기에 사과를 두 개씩 넣고 묶었습니다. 그리고 소리쳤습니다.

“자, 커플 사과 사세요! 한 쌍에 3천원입니다.”
광주리 속에 있던 사과는 어느새 모두 팔렸습니다.
심리학 용어로 데자뷰는 ‘처음 접하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을 뜻하고, 이 말을 뒤집으면 뷰자데가 됩니다. 이 말은 ‘익숙한 상황이지만 처음 접하는 것처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낯설게 바라볼 때 창조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성공과 행복의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결혼한 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은 서로에게 무척 익숙해져 있을 거예요. 때로는 연애할 때처럼 낯설게 서로를 바라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렇게 행복은 살짝 시선을 조금만 바꾸어 생각할 때 미소 짓지 않을까요?

 
풍경 #12. 뷰자데의 위력

 
미국의 어느 대형 호텔은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손님들을 위해 욕실에 놓아둔 샴푸를 투숙객들이 통째로 가져가는 바람에 손실이 무척 컸기 때문입니다. 묘안을 내어 시행해 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샴푸를 제공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말이에요.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아마 손님들로부터 불만이 무척 심했을 거예요.
어느 날, 호텔 관리자는 탈의실 직원에게 묘안을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만 하면 다시는 가져가지 못할 겁니다.”
어떤 묘책이었을까요? 바로 샴푸 뚜껑을 없애는 겁니다. 뚜껑 없이는 가져갈 수 없을 테니까요.

미술계의 혁명을 가져온 피카소의 경우도 같았습니다.
어느 날, 그가 쓰레기장에서 고물 자전거 한 대를 발견했습니다. 자전거를 해체한 다음, 안장과 핸들을 골라내고서는, 그것을 거꾸로 놓고 고정시켰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황소머리>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훗날 이 작품은 약 300억 원에 팔려나갔습니다.
버려진 고물자전거로 그렇게 귀한 작품으로 만든 비결이 뭐냐고 묻자, 피카소는 “저는 찾지 않아요. 있는 것 중에서 발견할 뿐입니다.”라고 답해주었습니다.

‘낡은 자전거’와 ‘쓰레기’라는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니까 자전거와 쓰레기가 아니라 황소머리로 보인 것입니다. 우리들이 평소에 갖고 있는 익숙한 시선들, 신념들, 고정관념들.. 이런 것들을 때로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때 상상도 하지 못할 행운과 행복의 씨앗으로 재탄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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