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들판,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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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들판, 파노라마
  • 이재은 객원기자
  • 승인 2016.08.10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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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객원기자의 섬마을 사진 이야기] 10 - 석모도


여름 인사는 으레 “휴가 다녀오셨어요?”였는데 올 여름 인사말이 바뀌었습니다. “너무 더워요.”가 먼저 튀어나오고 안부 끝에는 “지치지 마세요.” 덧붙이게 됩니다. 무더위와 싸우며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출발한 ‘섬마을 이야기’가 지난달 석모도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1년 동안 무의도, 장봉도, 백령도, 이작도, 볼음도, 덕적도, 굴업도, 승봉도, 연평도 그리고 삼형제 섬인 신도 시도 모도를 소개해 드렸네요. 한 달에 한두 번 아름다운 인천의 섬을 방문했던 지난날이 꿈만 같습니다.

 

 

ⓒ 소헌영

 

석모도는 익숙하실 겁니다. ‘서해의 낙조’, ‘(의도적으로 착각한 막배 시간 때문에) 육지로 나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하루 더 머물러야 했던 섬’으로 유명하죠. 십 여 년이 뭐예요, 석모도에 가본 지 이십 년은 된 것 같습니다.

다시 가본 섬은 푸른 들판으로 가득했습니다. 저 너머의 흰 구름이 도시 빌딩에 가로막힌 짧은 시야를 확 트이게 해주었습니다.

 

 

ⓒ 소헌영



섬과 여름, 그리고 ‘들판’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들판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았는데요, ‘풀이나 곡식들이 자라는 평평하고 넓게 확 트인 벌판’이라고 나오네요. 제 머릿속을 맴돌던 의미가 언어로 잘 정리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 ‘가진 것을 모두 들어먹고 끝장나는 판’이라는 뜻도 적혀 있네요. 들판, 그런가요?

아래 아래를 보니 재미있는 의태어가 있습니다. ‘판들판들’이라는 표현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게으름을 피우며 매우 밉살스럽게 놀기만 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랍니다. ‘들판’을 검색했는데 ‘판들판들’이 나오다니, 무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입니다.
 

 

ⓒ 소헌영

 

석모도는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서 30분마다 한 번씩 운행되는 여객선을 타고 10분도 걸리지 않는데요, 두 섬을 잇는 삼산연륙교가 내년 8월 완공 예정이군요. 일단 강화도에 간 뒤 다시 배를 타야 해서 ‘섬 속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꽤 아늑하고 아득한 느낌이지만 다리가 놓이면 지금 같은 여운은 별로 없겠네요.

온천 개발이 한창인지 몰랐습니다. 피부질환 개선을 돕는 염소와 신경통 완화에 효과가 있는 나트륨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는 (바닷물과 흡사한) 해수온천이라네요. 덕분에(?)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온천 개발과 리조트 건설, 연륙교 완공까지, 변화될 석모도가 상상이 되질 않네요.

어쨌든 지금, 석모도의 여름은 무척 넓고 푸릅니다. 이 또한 다른 섬과 다른 석모도만의 매력이겠죠. 파노라마 사진으로 한 번 보세요.
 


 

ⓒ 소헌영

 

‘섬마을 이야기’는 오는 9월부터 ‘섬 프로젝트2’로 계속되지만 저는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않게 됐어요. 지난 1년간 섬마을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선선한 바람이 불 거예요. 건강하세요!

 

* 사진을 실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소헌영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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