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대통령의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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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대통령의 축사
  • 윤현위
  • 승인 2016.08.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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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올해 광복절도 지나갔다. 늘 광복절은 불편하다. 우리는 진짜 독립된 자주국가를 이룬 것인가하는 의구심과 일본인들과 일본군들이 물러간 자리에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수십 년간 그 자리에서 잘먹고 잘살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지도층으로 군림하고 있는 모습을 절실히 되뇌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요즘 학내문제로 시끄러운 이화여대를 보면 근대교육에 있어 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친일경력이 화려한 김활란 박사의 경우 학교 한가운데에 동상까지 세워져 있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영원한 누나 유관순열사’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동상을 세워야한다면 누가 더 먼저 세워져야할지 학교 구성원들과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사실 이대만의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 대학들에게 대부분 물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친일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매우 넓고 깊은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나라가 식민지배를 한 나라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단절하고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만들기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제강점기에 사용했던 철도라고해서 이를 들어내고 새로 공사를 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식민시대의 시스템을 활용하되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반성과 통찰이 부재했던 것이 문제다. 해방 이후에 적산기업과 가옥을 불하받은 경제인들과 다시 조직으로 들아온 행정관료와 군인들은 조직적으로 이런 기회를 갖지 못했고, 아마도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몰상식은 이제 전통으로 굳어져 친일경력의 박정희대통령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수 백 억원의 세금을 들여 짓고, 심지어 무슨 뮤지컬로도 만든다고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는 사이 장준하 선생과 같은 광복군 출신들은 지금도 그 사인을 알 수 없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은 10년이 넘게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하고 계신다. 국가는 이분들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은 돕기는커녕 이동을 위해서 필요한 차량 한 대 지원한 적이 없다. 현재 이용 중인 차량도 모두 민간차원에서 뜻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그러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뜻과는 다르게 일본과 졸속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고 지금은 재단까지 만들어 일을 진행하려라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의지인가?




일본은 8.15를 종전이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전쟁에서 패배한 날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해 논란이 일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너희들은 잘못되었다라고 크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의 내부에서도 역사를 반성하지 않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에 있는 군함도라고 불리던 징용의 현장을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지옥의 섬에 있는 하시마 탄광에서 5만 명이나 되는 조선인은 강제로 징용되어 고통을 받았다. 그 고통의 흔적이 어이없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데 우리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못했다. 우린 이 문제를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고르자면 끝이 없는 일제강점기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강조했다. 통일의 시대를 같이 가기 위해서는 친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한다. 분단은 6.25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일제강점기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얽힌 매듭을 풀어야 진짜 통일의 시대를 함께 갈 수 있다.

광복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운운하는 모습 역시 망각이 아니라면 자기반성과 성찰이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MB정부 시절 5.24조치로 인해서 단둥에 진출해 있던 한국기업들과 신의주의 연결망, 인천과 해주의 바닷길, 금강산관광로가 막혀버렸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큰 문제없이 계속 가동됐는데, 이는 남과 북에 현실적인 이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폐쇄 이후에 남북교류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대신 사드가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고, 성주군민들은 908명이 단체로 삭발식을 거행했다.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다 안다. 특정 지점들간의 간헐적인 교류가 정기적으로 지속되면 선이 되고 네트웍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 선 주변은 하나의 면처럼 지역화되어 교류의 큰 장이 된다. 이 작업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걸쳐 비록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계속 진행되었는데 이런 작업들을 종전보다 더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 행안부를 안행부로 바꾸거나 주민센터를 복지센터로 간판을 바꾸는 일이랑은 다르다. 아니 틀리면서 다른일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야기 하나, 최근에 소녀시대 맴버 티파니가 SNS에 욱일승천기가 포함된 사진을 게시했다가 리우에 나가있는 국가대표선수들을 제치고 네이버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통령은 며칠 전에 광복군 출신 김영관선생이 청와대 초청모임에서 건국절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광복절기념사에서 오늘은 광복 71주년 건국 68주년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정부는 임시정부를 따른다고 헌법에 나와 있다. 연예인의 잘못이 대통령의 헌법부정보다 크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들과 네티즌들은 반대로 반응하는 것 같다.

최근 서대문형무소 자리의 일부를 임시정부기념관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지 말고 건물자체를 아예 뜯어 와서 서울에 다시 복원시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대학로에는 이화장이 아직도 그대로 보전되고 있고, 부산의 임시수도기념관도 사실은 이승만기념관에 가깝다. 마포에 있는 박정희기념도서관에는 208억이 들었고 내년에 박정희전대통령을 기념하는 예산이 400억원 규모이다. 서울에 부지조성하고 상해에 있는 임시정부청사 매입하고 해체해서 국내에 반입하고 다시 복원하는데 이 금액보다 설사 더 들더라도 혈세는 이런데 쓰는게 맞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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