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이 명소!… 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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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명소!… 배다리
  • 이병기
  • 승인 2010.08.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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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새로움 나오는 '샘물' 같은 곳


배다리사거리 주변

취재: 이병기 기자

-개항장에서 배다리로 이어지는 우각로는 서울로 이어져 경인철도가 부설되기 이전부터 서구 근대문물이 조선에 전파되는 신작로를 담당했다. … 배다리 지역은 뭍에 살았던 조선인들의 토착문화와 바다를 통해 들어온 서양인들의 근대문화가 '배다리'를 통해 융합되는 근대적인 삶의 개척지가 됐다.- <인천 배다리 시간 장소 사람들>(이희환, 작가들, 2009) 서평 中

"배다리는 '샘물'입니다. 보면 볼수록 뭔가가 계속 나오는 곳이에요. 사연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들이 중첩돼 나타나는 거죠."
 
배다리에서 문화예술 대안공안 '스페이스 빔'을 운영하는 민운기씨는 배다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배다리는 일반 관광지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보통 '관광' 하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대부분이지만 이곳은 마을 자체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어요. 오래된 문화재도 있고 헌책방 골목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다 어우러져 역사문화마을 배다리가 되는 겁니다."


개항 이후 중구 부근에 외국 조계가 만들어지면서 배다리와 수도국산 등으로 조선인들이 모였다. 자연스레 배다리 일대는 조선인들의 삶의 중심지로 변했다. 시장과 학교, 공장과 공공시설도 차례로 들어섰다.

아벨서점 내부우각로를 따라 기독교 예배당인 에즈베리 예배당이 생기고 서구식 신식교육의 선구지인 영화학당과 인천공립보통학교(창영초)가 만들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이 근방에서는 한국 최초 철도인 경인선이 기공식을 열고 189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대문, 창살, 벽보 하나하나가 시대를 이야기해요. 마을 사람들의 흔적이 나타납니다.  집마다 대문을 봐도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죠. 도심으로 갈수록 공간의 제약이 심한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고추를 말리죠. '공적', '사유' 같은 부분이 없어요. 공간에 여유를 갖고 편하게 지냅니다."

요란한 관광에 식상했다면, 긴장을 풀고 배다리를 걸어보자.

환경정비사업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배다리 철교. 철도에서 송림초교 방면에 위치한 배다리삼거리는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밀물 때면 비릿한 갯내음과 함께 갈매기들이 날아들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이곳에서 열렸던 배다리시장은 당시 인천지역 내 상거래 활동이 아주 활발했던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시장이 생겨났고, 수도국산 달동네가 헐리며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섰다.


헌책방 골목

철도를 등지고 오른쪽 길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헌책방 골목이다. 예전에 비하면 책방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5~6곳이 남아 헌책을 찾는 이들을 반겨준다. 곳곳에 위치한 전시관과 대안 예술공간도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옛 인천양조장이 있던 장소에 문화예술 대안공간인 '스페이스 빔'이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22일까지 "도시수리센터 '엎어~ 컷'"을 진행한다.


도시수리센터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삐그덕거리는 게 있다면 고쳐서 함께 더불어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열게 됐다.

민운기 도시수리센터장은 "우리가 사는 도시 생활은 그 누구에게 맡기기보다는 도시의 주인공인 우리 시민들 스스로 자발적 관심과 참여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익적 사고로 도시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각로를 따라 창영초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면 마을만들기 운동을 펼치는 '퍼포먼스 반지하'가 나온다. 이들이 마련한 공간인 '언덕을 오르는 바닷길'에서는 현재 <지구와 마을을 살리는 엄마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엄마학교는 자연과 함께 지역과 지구환경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주민 모임이다. 프로그램은 1년 단위로 진행되며, 각 계절마다 시기에 맞춰 교육과 현장실습을 한다.

이 건물 한편에는 동네 사랑방인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이 있다. 손님이 직접 음료를 타서 마시고 닦아두는 곳이다. 찻값도 자율이니 잠시 들러 쉬었다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우각로를 비롯한 골목골목에는 이들이 주민과 함께 만든 벽화와 조형물이 있다. 좁은 담벼락 한켠이 멋진 만화의 공책으로 되고, 버스는 서지 않지만 삶의 기로를 생각하게 하는 버스정류소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눈요깃거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 배다리를 역사문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각 분야별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는 도시의 인문적 가치와 삶을 만들어 가는 방향으로 운동을 벌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민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도시정책에 대한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열망이 구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실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시와 구에 역사문화마을 조성 계획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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