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이 일으키는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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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발전이 일으키는 거품
  • 박병상
  • 승인 2016.08.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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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2006년 4월 21일, 착공 15년 만에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고 1년 쯤 지나면서 새만금 간척사업 일원의 갯벌은 심한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갯벌이 생긴 이후 멈춘 일 없이 하루에 두 번 드나들던 바닷물인데, 그 오랜 순환이 제방 때문에 멈추면서 새만금 일원에 삶을 의탁하던 수많은 게와 조개 같은 생물은 돌연 질식사했고 막대한 생물체가 썩으며 악취를 내보낸 것이다. 그 무렵 드넓은 새만금 갯벌에서 거품이 흉측하게 발생했다. 우리 첫 조상부터 수 천 년 채취하던 어패류들이 썩어가는 장면이었다.

한동안 코를 막게 했던 새만금 일원의 악취와 거품은 사라졌지만 화력발전소 인근 바다는 거품을 멈추지 못했다. ‘온배수’라 하여, 초당 수 십 톤의 바닷물로 발전터빈을 돌리고 나온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식혀야 하는 발전소는 그 과정에서 바닷물에 살아온 플랑크톤을 삶아 죽였고, 죽은 플랑크톤이 섞인 온배수는 그만 거품을 토하고 만 것이다. 그런 거품은 악취를 동반한다. 그러니 민원이 발생하기 전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야 한다. 발전소는 ‘소포제’라는 화학약품을 투하했다.

소포제라. 거품을 사라지게 하는 화학물질이다. 거품을 일으키는 물질보다 강력한 흡착성질을 갖는 일종의 계면활성제로 대부분 생명체에 독성을 낸다. 거품을 내는 비누로 손을 닦으면 깨끗해진다. 손에 묻은 온갖 유기물을 분해해 물에 씻겨나갈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비누의 계면활성 성분의 작용인데, 공장의 기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계면활성제는 강력하다. 그런 물질은 사람 피부에 닿으면 피부까지 분해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하는데, 소포제는 더욱 훨씬 강력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그리고 핵으로 물을 끓이고 발전터빈을 돌리는 발전소에 온배수는 필연이다. 온배수를 플랑크톤이 많은 바닷물로 사용하는 한 거품도 피하기 어렵다. 발전소의 규모가 크고 바닷물에 플랑크톤이 많을수록 거품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 울산화력발전소에 이어 고리와 신고리핵발전소 그리고 신월성핵발전소에서 사용이 제한된 소포제 ‘디메틸폴리실록산’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화력보다 발전량이 많은 영흥도의 화력발전소는 어떠했을까? 사용했다고 한다.

발전소 당국은 거품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을 손쉽게 해결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유해 정도가 심해 사용이 제한된 소포제까지 살포한 것을 보면. 그런 물질이 발전소 인근 바다에 상당한 기간 동안 번졌고, 그 해역에 사는 어패류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았을 것이다. 해양학자는 온배수가 집중되는 해역에 생물의 종류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해산물을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에게 별 문제는 없을까? 바다에 섞이면 농도야 매우 낮아지겠지만 문제의 소포제는 먹이사슬을 타며 농축되는 건 아닐까? 앞으로 반드시 밝혀내야 할 숙제다.

발전소에 따라 화학물질 이외의 물리적 장치로 거품의 발생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인천시 서구의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는 소포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데, 온배수가 줄어들면 거품도 줄어들 것이다. 발전 시설의 가동 시간을 줄이면 온배수가 줄어든다. 그를 위해 산업 시설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주택과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햇볕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수도권의 막대한 전기를 책임지는 영흥도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여간해서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 거품 발생량도 많을 것이다. 발전소 당국은 문제의 소포제 사용을 앞으로 제한하겠지만, 만일 다른 소포제로 대체한다면 해양 생태계는 무사할 수 있을까? 온배수가 배출되는 지점에 물리적 완화장치를 추가할지 알 수 없는데, 온배수 자체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바닷물로 식히며 막대한 에너지를 버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수증기의 에너지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시간 당 80만 킬로와트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영흥도 화력발전소의 터빈을 돌리는 수증기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그 에너지로 물을 끓여 난방에 사용하는 방법은 지역난방공사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다. 발전 터빈을 돌리고 나오는 열에너지를 ‘후배열’이라고 하는데, 후배열을 지역난방, 인근 공업단지에 활용하면 온배수로 인한 거품이 줄어드니 소포제 사용을 자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그만큼 예방할 수 있으리라.

물론 새로운 관로가 필요하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소포제와 온배수로 인해 위축된 해양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이익,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어 생기는 이익, 미세먼지가 줄어 시민 건강이 회복되는 이익을 감안한다면 발전소 후배열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 아닐까? 그를 위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행할 때가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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