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아파 앉아서 뭉개니까 궁뎅이만 다 해져"
상태바
"허리 아파 앉아서 뭉개니까 궁뎅이만 다 해져"
  • 김인자
  • 승인 2016.08.23 0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2) 문갑도 할머니



토요일과 일요일 1박 2일동안 인천in 필진들과 문갑도로 워크샵을 떠났다.
문갑도에서 왠종일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실컷 보고 말벌에 쏘여가며 등반도 하고 탱자탱자 놀믄서 가만히 앉아서 할무니들이 해주시는 맛있는 밥도 받아 먹고 딩가딩가~~

할무니 할아부지들만 사는 섬 ~
낙지잡기 대장인 청년회장님 나이가 육 십이 다 된 문갑도~
젊은이들은 보이지도 않은 섬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 하부지들
꼬시기 대장인 내가 꼬시는데 일 초도 안걸리는 문갑도 할무니 하부지들

궁뎅이가 빵고난 할무니

문갑도에 도착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보물찾기하듯 좋아하는 할무니들 찾기.
좋아하는 바다보랴 사랑하는 할무니들 찾느라 정신없는 내 눈에 저만치서 유모차에 수수를 잔뜩 실고
굽은 허리를 유모차에 의지해서 뒤뚱뒤뚱 걸어가시는 할무니가 꼬시기대장 레이더에 딱 걸렸다.
심봤다~~~

"할무니,안녕하세요?"
"어"
"할무니, 이게 뭐예요?"
"수수"
"우와 이거 할무니가 직접 농사지으신 거예요?"
"응"
나는 길게 말하고 할무니는 짧게 답하시고.

자,그럼 준비운동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울 할무니를 꼬셔보까?
"할무니~"(팔짱을 슬쩍 끼며)
"왜?"
"할무니 이런 소리 들어보셨어요?"
"뭔 소리?"
"이뿌단 소리여."
"벨~~~"
무표정한 할무니 얼굴에 옅은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앗싸 ~)

"할무니,진~짜 이뿌세요."
"이뿌긴. 이뿐놈 다 얼어죽었다." "그니까여. 저는 할무니처럼 이쁜 할무니는 생전 처음 봐요."
"시커먼 늙은이가 이뿌긴 머시 이뻐?"
"진짜 이뻐여, 할무니. 제가 그동안 할무니들을 엄청 많이 만났는데여. 할무니가 두 번째로 이뻐요."
"두 번째?"
"네, 두 번째요."
"이왕 이쁘다고 할거믄 첫 번째가 좋지. 왜 두 번째야?"
"헤, 첫 번째는 울 엄니여요."
"어무니? 친정어무니?"
"네, 울엄니도 할무니예요."
"그랴? 머니머니해도 엄니가 젤이지. 어무니한테 잘 햐."
"네, 할무니."

한참을 뒤뚱뒤뚱 걸어가시던 할무니가 "저~그가 우리집이야." 하신다.
"우와, 할무니 어떤 거여? 저 대궐같은 집이여?
"대궐은 무신~저 빨간 지붕 얹은 집."
"우와 할무니, 얼굴도 이뿌신데 집도 엄청 부자시구나."
"부자는 뭐... 시골 살림이 다 거그서 거그지. 들어갔다가 가."
"그르까여."

할무니집 참 좋다. 안에서 밥도 해먹고 화장실도 안에 있으니 주무시다가 위험하게 밖으로 나가지않으셔도 되겠다. 세수도 안에서 하셔도 되고 추운 겨울날 바깥에서 넘어질 걱정없으시니 참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할무니, 벽지가 참 이뻐요."
"며느리가 해줬어."
"이뿌네요. 할무니집 완전 좋아여."
"좋기는 시골집이 좋아봤자지."
"진짜 좋아여. 할무니. 도시집과 다를바 없어요. 할무니 자손들은요?"
"인천에 살아."
"명절에나 오겠네여."
"명절에도 안 와."
"명절에도 안와요? 그럼 할무니 자식들 보구싶으셔서 어떻해요?"
"응, 내가 가."
젊은 자식들이 안오고 늙은 어무니가 가신다고?
울컥하는 마음에 말을 돌렸다.

"할무니, 궁딩이 빵구났어여.아 창피해~~"
"늙으이가 창피하긴 머시 창피해."
"헤헤 할무니는 궁딩이가 빵꼬나도 이뿌세요."
"젊은 냥반이 입에서 좋은 소리만 하는구만."
"할무니 저는 그짓뿌렁 안해여. 할무니는 이뿌시니까 일 너무 많이 하지마세여."
"많이 안해. 허리가 아파서 앉아서 뭉개니까 궁뎅이만 다 해져. 딴데는 멀쩡한데."
궁디가 빵꼬나도록 허리 한 번 제대로 못피고 일하셨을 할무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우와 할무니, 여기는 할무니 보물창고예요?"
할머니가 농사지으신 양파, 감자, 고추, 마늘이 할무니 깔끔한 성격처럼  창고에 단정하게 들어앉아있다.
할무니가 허리 한번 못피고 궁딩가 빵구나도록 앉아서 힘들게 농사지어 차곡차곡 쌓아놓은 할머니의 귀한 보물들. 명절이면 자식들에게 주려고 굽은 허리로 이고지고 배타고 자식들에게 갖다줄 할머니의 귀한 곡식들.
해놓은 것도 못 갖다먹냐~(해놓은 거도 못갖다 처먹냐 ㅡ할무니들은 이케 말씀하실건데 )
할머니 빙의가 되어 외치고 싶다, 진짜.

배타는거 젊은 나도 어렵던데 하나라도 자식들 입에 더 넣어주려고 저 무건 짐을 이고지고 울할무니 굽은 허리로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자식들에게 가시겠지.
허리가 아파도 배멀미가 나도 그래도 자식들 보고파서 한걸음에 달려가시겠지.
이고지고
자식들 명절 귀성길 고생한다고 할무니가 무건 짐 바리바리 이고지고 가시겠지. 말려도 소용없을 울 할무니들 몸이라도 더 아프지 말아야할텐데..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할텐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